박종민 기자올해 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타지역 거주자들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은 상대적으로 늘고, 서울 거주자들의 타지역 아파트 매수 비중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강력한 대출 규제와 함께 대선을 앞두고 서울 거주자들이 가장 정책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1일 한국부동산원이 공개한 매입자 거주지별 아파트 매매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 일부 원정투자를 포함한 서울 거주자의 타지역 아파트 매입 비중은 7.1%로 2020년 11월(6.1%) 이후 1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서울 거주자의 타지역 아파트 매입 비중은 집값 상승세가 지속됐던 지난해 9월 9.65%까지 오르며 10%에 육박했다. 그러나 이후 금융당국의 강력한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대선 후보들의 규제 완화 공약 등의 영향으로 시장 전반에 걸쳐 관망세가 짙어진 가운데 서울 거주자들의 아파트들의 타지역 아파트 매입 비중도 4개월 연속 감소했다.
특히 서울 거주자의 경기도 아파트 매입 비중은 지난해 9월 20.97%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감소세를 보여 올해 1월에는 16.61%로 줄어들었다.
서울 거주자의 인천 아파트 매입 비중도 지난해 7월 14.28%에서 올해 1월에 11.42%로 감소했다. 지난해 신도시 개발과 광역급행철도(GTX) 개선 호재 등으로 투자수요가 대거 몰리며 아파트값이 급등했던 경기·인천은 연말 들어 거래량이 줄고 가격이 하락 전환하면서 서울 거주자의 매수 심리도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다른 수도권이나 지방 등 타지역 거주자들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은 올해 들어 증가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천281건으로 2013년 1월(1천213건) 이후 9년 만에 최저를 기록한 가운데, 이 중 23.7%(304건)를 서울 이외 타지역 거주자가 매입했다. 이는 2020년 2월(23.9%) 이후 1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로,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에 급매물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타지역 거주자의 서울 입성 기회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아파트 매수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2030세대의 '패닉바잉'이 진정 기미를 보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2030세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은 지난해 7월 44.8%를 기록하는 등 지난해 10월까지 40%대의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나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지난해 11월 39.9%로 떨어진 뒤 지난해 12월 38%, 올해 1월에는 37.5%로 축소됐다.
구별로 동작구는 지난해 12월 서울 외 타지역 거주자들의 매입 비중이 19.6%였으나 올해 1월 40%로, 강서구는 26.6%에서 57.9%로 각각 치솟았다. 거래 가뭄 속 일시적 현상이지만 증가 폭이 큰 것이다. 또 은평구는 지난해 12월 타지역 거주자의 매수 비중이 13.9%에서 올해 1월에는 28.6%로, 서대문구는 18.5%에서 22.2%로 각각 증가했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서울 아파트값이 약세를 보이고, 새 정부 들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완화 등 변화가 예상되면서 서울 사람들의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며 "대선 이후 정책 방향이 명확해질 때까지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