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유시민 (작가)
20대 대선이 정말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코앞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당장 내일 사전투표가 시작이 됩니다. 지난 대선에서 사전투표율이 무려 26%였어요. 전체 투표율이 77% 정도 됐으니까 투표 한 사람 중에 3분의 1은 사전투표를 했다는 이야기가 되죠. 그러니까 사전투표일 하루 전인 오늘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1부에서는 '월간 하태경'이었다면 오늘은 2부도 월간으로 꾸밉니다. '스페셜 월간, 유시민' 유시민 작가, 정말 오랜만에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유시민> 네. 안녕하세요. 저는 그냥 한번 나온 건데 월간이 아니고 (웃음)
◇ 김현정> '스페셜'이라고 붙였습니다. 잘 지내셨어요?
◆ 유시민> 네.
◇ 김현정> 사실은 제가 '지난밤 TV토론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부터 오늘 인터뷰를 시작할 요령이었거든요. 그런데 밤사이에 윤석열-안철수 단일화라는 커다란 이슈가 터졌네요.
◆ 유시민> 관계가 있는 거죠.
◇ 김현정> 관계가 있습니까? TV토론과?
◆ 유시민> TV토론에서 우리가 읽을 수 있는 현재의 상황과 선거 판세와, 그 선거판세에 임하는 각 정당의 자세. 이런 것들을 어젯밤 토론에서 볼 수 있었고. 그 연장선에서 새벽 회동이 이루어지고 합의가 나오고. 그렇게 저는 해석해요.
◇ 김현정>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 설명을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TV토론에서 어떤 모습을 목격하셨기에 '야, 단일화가 밤사이에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짐작을 하셨단 말씀일까요?
◆ 유시민> 우선 안철수 후보가 빨간 넥타이를 매고 나왔지 않나요? 어젯밤에? 저는 좀 눈여겨 봤는데.
◇ 김현정> 윤석열, 안철수 두 후보가 똑같이 빨간 넥타이를 맸어요.
◆ 유시민> 그리고 윤 후보가 마지막 주도권 토론시간을 전부 네거티브를 직접 했습니다. 그것도 미성년자들이 보고 있는 방송에서 입에 올리면 안 될 만한 아주 잔혹한 내용의 살인사건의 정황에 관한 얘기까지 하면서 극단적인 네거티브를 했거든요. 그리고 그 문제를 안철수 후보한테 떠넘기면서 그거에 대해서 동의를 구하는 장면이 맨 마지막에 노출이 됐죠.
2일 서울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사회분야 방송토론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연합뉴스◇ 김현정>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런 식으로요.
◆ 유시민> 그래서 저는 그거 보면서 지금 선거가 팽팽한데. 흐름이, 좀 윤 후보가 불리한가 보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그러니까 그 귀한 마지막 주도권 토론 9분을 극단적인 비방에 썼거든요. 그거는 원래 앞서는 후보는 절대 그렇게 안 합니다. 그래서 '아, 이게 지금 상황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쪽에서 상황이 유리하다고 보지 않는구나'라고 저는 토론에서 읽었고요.
그리고 이재명 후보의 토론 태도는 공방을 하는데 다 정책문제였어요. 예컨대 고령자 임플란트 건보 적용 확대하는 문제에 대해서 물어보고요. 그 다음에 방역지원금 확대하는 문제에 대한 소극적 태도를 또 지적하고요. 그다음에 성차별 문제에 관한 윤석열 후보의 기왕의 발언들을 물고 들어가서 성차별 문제에 대한 태도를 계속 물어보고요. 다 정책을 놓고 하는 공방전을 했는데요.
그거는 이재명 후보 쪽이 크지는 않지만 확실하게 특정한 타깃층을 겨냥을 하고 정책토론을 하는 모습이었어요. 그러니까 바둑으로 치면 두집짜리 선수 끝내기, 이런 거를 하는. 그런 양상이어서 지금 판세가 우리가 보통 여론조사에서는 딱 붙은 걸로 나왔는데요.
◇ 김현정> 그렇게 나왔습니다.
◆ 유시민> 흐름은 윤석열 후보가 불리한 것 같다.
◇ 김현정> 말하자면 이재명 후보, 김동연 후보의 단일화가 있었고. 정치교체라는 프레임을 민주당이 강하게 걸면서 그 흐름으로 가려는 이런 느낌을 국민의힘이 불안하게 느꼈을 수 있겠다. 그런 말씀이에요?
◆ 유시민> 저는 프레임의 문제는 아니라고 보고요. 그냥 사람에 관한 문제죠.
◇ 김현정> 사람에 관한 문제요.
◆ 유시민> 우리 대통령을 뽑는 거니까. 가장 중요한 질문은 '저 사람 대통령 할 만한 사람이야?' 그 질문이 유권자에게는 제일 중요한 거거든요. 그런데 윤석열 후보는 정권교체 여론이 여론조사에서 매우 높게 나오는데도 이 선거전을 압도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왔고. 심지어 역전의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결국은 '저 사람 대통령 할 만한 사람이야?'라는 질문 앞에서 윤석열 후보가 긍정적인 답을 확고하게 얻지 못한 거예요. 지금까지. 그런 것이고 무슨 뭐 '정권교체냐 정치교체냐' 이런 것들은 그냥…
◇ 김현정> 부차적입니다. 그건?
◆ 유시민> 부차적인 문제라고 저는 봐요.
◇ 김현정> 그렇게 보셨군요. 어제 TV토론에서 윤석열 후보의 판세에 불안감을 느끼시면서 유시민 작가는 밤 사이에 뭐가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셨다는 거예요.
◆ 유시민> 좀 이상하다 그런 느낌은 있었어요.
◇ 김현정> 이상한 느낌이.
◆ 유시민> 이상하다, 그런 느낌이.
제20대 대선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3일 오전 사전투표소가 마련된 서울역 대합실 인근에 설치된 TV화면에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단일화 기자회견이 중계되고 있다.◇ 김현정> 그러면 윤석열 후보측에서는 그 판세에 불안함을 느껴서 그랬다면, 안철수 후보는 도대체 왜 마음이 변한 것인가? 지난 일요일에 '거의 최종 합의까지 갔다가 마지막에 틀었다' 이렇게 전해 졌고 또 틀어지는 과정이 상당히 두 후보 사이에 감정이 상하게 하는 방식으로 틀어졌다고 생각했거든요. 왜냐하면 협상일지를 막 공개했잖아요. 그래서 '이거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두 사람이 건너버린 거 아니야?' 이런 얘기를 많이 했는데. 그런데 안 후보는 어떻게 다시 그 강을 건넜을까요?
◆ 유시민> 선거에서 돌아올 수 없는 다리가 어디 있습니까?
◇ 김현정> 그렇습니까?
◆ 유시민> 네. 그런데 지금 합의문 발표한 걸 보면 제일 첫 문장이 '더 좋은 정권교체를 하겠다'는 건데 이 이야기는 안철수 씨 입장에서는 '자기가 포함되면 윤석열 혼자 하는 것보다 더 좋은 정권교체다' 이런 주장이에요. 저는 당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권력분점을 선택한 결정이라고 보고요.
◇ 김현정> 안철수 후보가요?
◆ 유시민> 네. 당연하게 이런 일은 있을 수 있죠. 그러니까 뭐 좀 사람들은 비아냥대는 식으로 처음부터 그런 얘기해서 '광 팔러 나왔다' 그런 비아냥들을 했었는데요.
◇ 김현정> 온라인 여론들에서 그런 것들이 좀 있었죠.
◆ 유시민> 그게 사실 광 파는 건 아니죠. 광 파는 건 규칙에 따라서 우리 고스톱 칠 때 광을 파는 건데 이거는 규칙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정치에서는 이런 일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대로 가서 이재명 후보가 당선 될 경우에 윤석열 후보도 안철수 후보도 얻는 게 없잖아요.
◇ 김현정> 안철수 후보는 같이 공동정부 꾸리자고 했으니까 뭔가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건 아닌가요? 이재명 후보가 손을 내밀었고.
◆ 유시민> (안철수 후보가) 지금까지 정권교체를 주장해 왔기 때문에 그 통합정부는 못 받아들이죠. 안철수 씨가.
◇ 김현정> 안철수 후보 입장에서는 못 받아들이니까요?
◆ 유시민> 네.
◇ 김현정> 준다고 해도 못 받아들입니까? 같이 하자고 해도?
◆ 유시민> 그러면 그거는 할 수는 있겠지만 너무 달라지는 거 아닌가? 지금까지 해 온 거 하고? 윤석열 후보하고 하는 것은 좀 덜 달라지는 거죠. 달라지기는 하지만. 그러니까 지금 합당을 하는 거기 때문에 사실 뭐 여기 미사여구들은 다 의미가 없고요. 그냥 국민의당이 없어지는 거예요. 국회의원 세 명 있는 조그마한 정당이. 후보 지지율도 윤석열 후보에 비해서 한 4분의 1 정도, 그런 수준에 있는 조그만 정당이 국민의힘에 흡수되어서 사라지는 과정이에요. 그 과정에서 안철수 후보가 인사권의 절반을 가지게 되는 거죠. 그런 걸로 봅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고 손을 맞잡고 있다. 윤창원 기자◇ 김현정> 지난 일요일에 나왔던 최종합의안에서 전혀 추가된 것은 없는 상태라고 아까 하태경 의원은 인터뷰에서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 유시민> 추가 할 수 없죠. 이거는 공식 문서니까요. 공식 문서는, 이렇게 오늘 발표한 공동선언문은 광 값이 얼마가 오가는지 이런 것은 얘기할 수 없죠. 여기서는 좋은 명분으로 좋게 얘기하는 거고요. 이 합의가 나왔다는 얘기는 며칠 전에 서로 가시돋힌 말을 주고 받으면서 안철수 후보가 유세에서 그저께 '윤석열 뽑으면 1년 안에 손가락 자르고 싶어질 거다' 이런 말까지 공개적으로 할 정도로 대립이 심했지만 종국적으로 합의가 이루어진거죠.
그러면 뒤에서 무슨 합의가 이루어졌느냐? 그거는 당연히 합의가 있죠. 그 합의를 안 하고 합당까지 한다는 것은 그건 뭐 자원봉사, 뭐 봉사활동하려고 정치하는 것도 아닌데 당연히 이면합의가 있죠. 구두로 했건 문서로 보증했건 간에.
◇ 김현정> 우리가 보는 이것 외에, 보도되는 것 외에 이면합의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 유시민> 당연하죠. 무슨 장난하는 것도 아닌데.
◇ 김현정> 그런데 그 이면합의의 내용이라는 게 뭔가가 중요한 거잖아요. 뭐라고 짐작하세요? 뭐였기에 마지막에 마음을 돌릴 정도가 됐을 거라고 짐작을 하시는 건데요?
◆ 유시민> 그거는 뭐 다른 게 있을 수가 없습니다. 권력분점이죠.
◇ 김현정> 권력분점에도 다양한 형태가 있을 수 있는데요.
◆ 유시민> 그게 예전에 DJP 연합 할 때, 1997년도에 국무총리 포함해서 내각 절반. 심지어는 정부투자기관, 공공기관 인사권 절반까지 다 김종필 씨가 가졌거든요. 지지율 5% 가지고요.
◇ 김현정> 그 모습이 떠오르세요?
◆ 유시민> 그게 승패를 갈랐거든요. 승패를 가른 요인 중에 하나였어요. DJP연합에서.
◇ 김현정> 물론이죠.
◆ 유시민> 그런데 이 경우는 사실 그거랑 비슷한 합의가 있으리라고 저는 추측하는데. 증거가 없으니까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런 게 있으리라고 봐요. 그게 없이는 이런 합의가 이루어질 수 없고. 무언가 며칠 전에 결렬된 것처럼 얘기를 할 때에는 뭔가 안 맞은 거예요. 합의가 안 된 거예요. 어떤 것이. 그런데 그게 해소됐기 때문에, 지금 누가 양보를 했건 해소됐기 때문에 이 합의가 이루어진 거라고 보고요. 기본적으로 권력분점에 관한 합의죠.
◇ 김현정> 아까 하태경 의원은 '그런 게 아니고 일주일 동안 안철수 후보가 정권교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에 대한 찐 여론, 진짜 여론을 체감하면서 마음을 돌린 것이다' 이렇게 말씀하시던데.
◆ 유시민> 본인도 안 믿을 거예요. 그냥 하는 소리죠.
◇ 김현정> (웃음) 그렇게까지 보시는 군요. 알겠습니다. 이렇게 어쨌든 단일화가 이루어졌습니다. 이게 얼마나 영향을 이 판세에 미칠 것인가 하는 건데요. 일단 이 단일화가 있기 전 날 이재명, 김동연 단일화가 여권에서는 있었습니다.
◆ 유시민> 단일화라고 말하기까지는 말하기에는 김동연 후보의 지지율이 너무 적었기 때문에 단일화라는 말을 쓰기에는 좀 약하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새로운 물결 김동연 대선 후보가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회동 후 손을 잡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김현정> 그렇습니까? 어쨌든 그것도 단일화죠.
◆ 유시민> 분위기는 좋아지는 그런 거죠. 분위기가 좀 좋아지는.
◇ 김현정> 그런 식의 단일화가 있었고 어쨌든 통합정부론을 띄우면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선대위원장도 긍정적으로 이야기했다' 이런 보도가 나오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또 이 단일화, 안-윤 단일화도 벌어졌거든요. 판세를 어떻게 보세요? 어떻게 변화가 있을 거라고 보세요?
◆ 유시민> 데이터가 없으니까 말을 못 하죠. 그런데 1월 초쯤에 안철수 후보 지지율이 피크를 찍었죠. 1월 초에요. 한 15%까지 나온 조사도 있었고. 평균 12% 정도 나왔습니다. 그때 하고 지금 6~8%. 평균으로 한 7% 내외 나오는 지금하고는 완전 다릅니다. 만약 그때 단일화를 했으면 산술적으로 계산해서 한 2:1비율로 안철수 후보 지지율이 윤 후보에게 더 많이 갔을 가능성이 있죠.
◇ 김현정> 윤석열 2, 이재명 1 이런 식으로요?
◆ 유시민> 네. 그런데 지금은 윤 후보에게 갈 표들은 다 갔고요. '윤석열 찍기 정말 싫어, 그리고 이재명도 싫어' 이 표들이 남아 있는 거거든요. 지금은 데이터가 없어요. 이게 어디로 갈지 모르겠고요. 어제까지 여론조사한 결과를 오늘 언론사들이 공표할 거예요. 전화기 여론조사를 많이 했는데 어떤 언론사에서는 가상대결 조사를 안 했고 많은 조사들이 단일화를 가정해서 가상조사를 했어요.
◇ 김현정> 1대1로.
◆ 유시민> 전화를 받은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7분, 8분 이상의 시간이 걸리던 여론조사들을 했습니다. 가상대결을 포함한. 그런데 가상대결을 물어보는 조사는 사실은 오늘 나오게 되면 어떤 조사들은 큰 격차로 '윤석열 후보가 유리하다' 이런 게 나올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거는 어제 조사를 그저께 할 때만 해도 단일화 가능성이 없어 보였기 때문에 사실 짜증나는 질문들이잖아요.
◇ 김현정> 누구한테요?
◆ 유시민> 전화 받는 입장에서.
◇ 김현정> 전화 받는 사람한테요?
◆ 유시민> 네. 7분, 8분씩 ARS 등 전화면접이든 이걸 해야 되는데. 그것도 평일날 낮에. 그러니까 저는 그것이 실제 존재하고 있는 여론을 정확히 포착 못할 가능성이 대단히 많다고 봐요.
◇ 김현정> 그 말씀은 사실 여당 지지자들은 단일화 질문 계속 나오는 것을 짜증나 하는데.
◆ 유시민> 중도이탈하죠.
◇ 김현정> 그 분들이 끊어버리신다? 중간에?
◆ 유시민> 그렇죠. 중도이탈의 숫자가 보통 끝까지 조사 완료자의 4배, 5배 정도 보통 되는데. 심한 조사의 경우에는 7배, 8배까지도 나오거든요. 그러니까 1000명이 조사완료 했는데 7000, 8000명이 중도이탈합니다. 연결은 됐는데. 그러니까 그런 조사들은 사실은 정상적인 조사는 아니거든요. 그래서 저는 뭐 누가 대통령이 되면 좋을 지에 대한 유권자 개개인의 판단이 모여서 승패를 결정짓는 것이지, 무슨 작전하듯이 이렇게 지금 할 수 있는 국면은 아닌 것 같다고 봐요. 지금 알 수 없습니다.
◇ 김현정> 그 말씀을 조금 종합하자면 제 질문은 '이제 판세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냐?' 그거였는데.
◆ 유시민> 감으로 찍으라고 그러면 '반반으로 쪼개질 거다' 그렇게 보죠.
◇ 김현정> 아, 안철수 후보 지지표가 반반으로 쪼개질 거다? 1대1로 쪼개질 거다?
◆ 유시민> 그렇죠. 대체로.
◇ 김현정> 그러면 단일화 효과가 별로 없다는 말씀이시네요.
◆ 유시민> 저는 한 일주일 전부터 계속 그렇게 얘기해 왔습니다. 일주일 전 상황에서는 이미.
◇ 김현정> 갈 표는 다 갔다?
◆ 유시민> 네, 이미 갈 표는 다 갔고 데이터 상으로는 어느 쪽으로 표는 쏠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얘기를 해 왔고요.
◇ 김현정> 안철수 후보가 이재명 후보랑 손을 잡았어도 그거는 마찬가지라고 보세요?
◆ 유시민> 그거는 마찬가지죠.
◇ 김현정> 이미 갈 표는 갔다. 갈라질 표는 갈라졌다.
◆ 유시민> 그래서 '광을 파는데 비광을 판 거 아닌가?' 그런 느낌도 좀 있고요. 그 자체로는 3점을 못 내요. (웃음)
◇ 김현정> (웃음) 그렇게 희망하시는 거 아니에요? 유 작가님이?
◆ 유시민> 그럴 수도 있죠. 그거는 부정하지는 않죠.
20대 대통령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2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선 제3차 초청후보자 토론회에서 각 당 후보들이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김현정> 워낙 정치판을 넓게 오래 봐오신 분이니까 이 질문도 좀 드리고 싶어요. 단일화가 있었던 대선 떠올리면 2002년 대선이 있었고 2012년 대선이 있었고 그것들하고 이번 단일화를 비교해 보면 또 어떻습니까?
◆ 유시민> 2012년은 이정희 민주노동당 후보가 그냥 사퇴한 거였고요.
◇ 김현정> 그리고 안철수 후보가 마지막에 사퇴를…
◆ 유시민> 그것도 단일화는 아니었죠. 그냥 양보죠. 단일화라면 둘이 같이 선거 하러다니면서 손잡고 다녔죠. 그랬으면 그때 승패가 바뀌었을 수도 있죠. 2012년 대선에. 그랬던 거고요. 저는 이 건으로 '정치인 안철수는 이제 마감되었다' 그렇게 생각해요. 윤석열 후보가 당선이 되면 고위직을 하겠죠.
◇ 김현정> 고위직, 국무총리 같은 거요?
◆ 유시민> 할 수 있죠. 당연히 제가 안철수 씨 같으면 당연히 총리 요구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내가 여러 가지 과학기술 강국에 대한 나의 비전이 있었고 그게 우리 사회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거라고 보기 때문에 당신이 과학기술 모르지 않냐?' 그러니까 공동선언문에 보면 국민통합정부라고 규정을 하고 다섯 가지 키워드를 냈는데요. 첫 번째가 '미래정부'예요. 저는 이게 안철수 국무총리 합의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많은 레토릭이라고 봐요.
◇ 김현정> 그래서 첫 번째 선언으로 이걸 넣었을 것이다?
◆ 유시민> 네. 저는 그렇게 보고요.
◇ 김현정> 미래과학강국 이런 거요.
◆ 유시민> 안철수 씨가 과학자니까 할 수 있는 얘기라고 저는 보고요. 그러나 정치인으로서, 정치 지도자로서의 미래는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이걸로.
◇ 김현정> 그런데 국무총리 다음은 대통령이잖아요. 정치인들이 꿈꾸는 거요. 그런데도 끝났다고 보세요?
◆ 유시민> 저는 끝나리라고 봐요.
◇ 김현정> 왜요? 국무총리하고 잘 하면 그다음에 차기가 열릴 수 있는 거 아닙니까?
◆ 유시민>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이 안철수 씨 같은 캐릭터를 대통령 후보로 만들어주지 않거든요.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씀이실까요?
◆ 유시민> 아니, 윤석열 후보가 입당 석 달 만에 대통령 후보가 됐잖아요. 왜 됐겠어요?
◇ 김현정> 왜 됐어요?
◆ 유시민> 그냥 문재인 대통령하고 엄청나게 부딪히고 싸우니까 시켜준 거잖아요. 그러니까 이 국민의힘은 여전히 이념적 보수예요. 당원 베이스가. 이런 조건에서 유승민 의원 같은, 다수 합리적으로 보이는 정치지도자나 이런 분들이 될 수가 없어요.
◇ 김현정> 중도의 느낌이 나거나 합리적 보수, 이런 분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말씀이에요?
◆ 유시민> 설 자리 없습니다.
◇ 김현정> 그런 의미에서 합당하는 순간 정치인 안철수로서의 그 다음 목표는 사라지는 것이다.
◆ 유시민> 과학자로서 국가에 기여할 수 있으면 나쁠 것은 없죠. 윤석열 후보가 당선 될 경우에 그런 거죠.
◇ 김현정> 그런데 그렇게 따지면 이재명 후보도 사실 당선되고 나면 과학책임총리, 이런 거 주려고 하셨던 거 아니에요? 안철수 후보 공동정부 꾸리면서?
◆ 유시민> 그거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쪽 캠프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언론에서 보도되는 거 말고는 저도 아는 게 없습니다마는.
윤창원 기자◇ 김현정> (웃음) 알겠습니다. 어제 마지막 대선 토론은 진짜 어떻게 보셨어요?
◆ 유시민> (웃음) 이건 뭐 제가 평가할 문제는 아닌 것 같고요. 보신 분들이 다 나름의 판단을 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그 정도 토론이면. 그러니까 제가 윤석열 후보에 대해서 계속 가끔 얘기해 온 게 현대사회에서 리더는 우선 지적으로 어느 정도 돼야 돼요. 알아야 해요.
그런데 진짜 아는 게 없다는 것은 세 번의 토론을 통해서, 그러니까 원고를 보지 않으면 고개가 양쪽으로 돌아가고 원고를 보기 시작하면 아래 위로 오르내리는 이 모습밖에 못 보여줬고요. 다른 후보자들하고 눈을 맞추고 대화하는 모습을 거의 한 번도 못 보여줬습니다.
◇ 김현정> 그렇습니까?
◆ 유시민> 네. 그러니까 원고를 보고 그걸 기억하기 위해서 카메라쪽을 보면서 말하는 것, 그게 대부분의 시간이었고요. 그러니까 그런 분이라도 본인 주장대로 '공정의 화신이다' 이렇게 유권자들이 인정한다면 뽑을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제가 보는 관점에서는 국정을 운영하기에는 좀 아닌 것 같아.
◇ 김현정> 그런 평가를 내셨군요. TV토론 보면서.
◆ 유시민> 그게 있고. 그다음에 아까도 제가 말씀드렸지만 판세가 불리하다고 본 것 같아요. 이재명 후보는 무속 논란이라든가 배우자나 처가 쪽의 여러 비리 혐의라든가 지금 통정매매에 관한 보도들도 많이 나와있고 주식 주가조작, 이런 게 나와 있지만 그런 거에 대해서는 이재명 후보가 단 한 마디도 네거티브를 안 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그 전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얘기를 했는데.
◆ 유시민> 그건 받아친거죠. 주로 보면 윤석열 후보가 네거티브를 하고 이재명 후보가 받아치는 방식으로 됐는데 어제 토론은 대장동 문제를 또 갖고 들어오니까 '그러면 대통령 되더라도 특검해서 대통령 당선돼도 책임집시다'라고 얘기했을 때 그거 응답 안 했습니다. 그리고 이재명 후보는 다른 건들을 일체 얘기를 안 했어요. 그리고 윤석열 후보를 공격할 때는 다 정책에 관한 공격만 했습니다.
그 흐름으로 보면 어제 현재 시점에서 각 주요 후보들이 인지하고 있는 판세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연장에서 이 합의가 있었고 그렇게 본다면 윤석열 후보가 며칠 전 결렬되었다고 발표 했을 때 안철수 후보가 요구했던 것을 들어주지 않은 게 있었는데, 무언가를 오늘 새벽에 들어준 거다, 그거는. 이렇게 보는 게 앞뒤가 맞는 해석 아닐까, 이렇게 보고요.
◇ 김현정> 계속 지금 TV토론과 이 단일화는 연결돼 있다는 아주 강한 생각을 하고 계신거예요.
◆ 유시민> 그럼요. 그게 아니면 우리가 알 수가 없어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지금 질문이 막 들어왔는데요. '분명히 합당하고 안철수 후보가 국무총리직 같은 걸 맡게 될 거라고 말씀하셨는데 민주당이 172석인데 총리 인준이 될까?' 이 질문을 청취자 한 분이 질문을 해 주셨는데요.
◆ 유시민> 그거는 해 주죠. 안철수 씨가 무슨 크게 비리가 있거나 하자가 있거나 항간에는 안철수 X파일이라고 그래서 극우 사이트든 어디서든 그거 입수했다고 뭐 터뜨린다. 그래서 협박 받아서 단일화한 거다, 이런 근거도 없는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그런 얘기를 할 게 아니고요. 만약 윤석열 후보가 당선이 되어서 안철수 후보를 지명한다면 청문절차 거쳐서 해줘야죠. 해 줄 거예요. 저는 해 준다고 봅니다.
◇ 김현정> 그렇게 보세요?
◆ 유시민> 저는 뭐 안철수 씨가 막 그렇게 하자 있는 분은 아니잖아요. 물론 청문회에서 뭐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 김현정> 하긴 이재명 후보도 같이 하자고 했을 정도인데. 그거를 인준 안 시켜줄 명분이 부족하겠네요.
◆ 유시민> 그렇죠. 저는 윤석열 씨가 대통령 안 될 거라고 보는 입장인데 알 수가 없죠. 누가 될지는 모르니까 지금 국면이요. 이어서 안철수 씨를 총리로 지명한다면 적절한 절차를 국회법상의 절차를 거쳐서 청문을 하고 그거 해 주는 게 맞죠. 그 전에 김종필 씨를 국무총리로 DJP 연합 때 지명을 했을 때 6개월을 안 해 줬잖아요. 그런 것은 정치도의상 옳지 않은 거죠.
◇ 김현정> 그렇게 보시는 군요. 이런 청취자 질문도 하나 들어왔습니다.
◆ 유시민> 그렇지만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웃음)
◇ 김현정>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생각할 필요 없다, 이건가요. (웃음)
◆ 유시민> 생각은 해 봐야죠.
◇ 김현정> '어쨌든 윤석열 후보를 키운 것은 문재인 정부고 추미애 장관이고 조국 장관이고 유시민 작가님도 일조한 거 아니십니까?' 이런 질문도 들어왔어요.
◆ 유시민> 그런 의견도 가진 분들도 많이 있다는 걸 저는 알죠. 대답할 만한 가치는 없는 주장이시고요. 각자 판단하면 되죠. 그런 거는.
◇ 김현정> 이제는 정말로 단일화까지 됐기 때문에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 중에 한 사람이 대통령될 가능성이 거의 지금 많아졌죠.
◆ 유시민> 100%라고 봐야죠.
◇ 김현정> 그렇죠. 그러면 이걸 한번 생각해 볼게요. 이재명 대통령의 강점, 윤석열 대통령의 강점. 또 반대로 이재명 대통령의 약점, 윤석열 대통령의 약점. 어떻게 보세요?
◆ 유시민> 그런 거 뭐 지금 와서 우리가 지금 지난 몇 달 동안 봐 왔는데 굳이 그 얘기를 제가 지금 할 필요 있을까요.
◇ 김현정> 유 작가님 눈에 비친 모습은 어떨까 조금 궁금은 해요.
◆ 유시민> 그러니까 저는 여러 특징을 말할 수 있는데 이재명 씨는 한 사람으로서 대화를 하기에 편한 사람으로 느끼고요. 의견이 달라도 얼마든지 대화할 수 있는 그런 상대방으로 느끼고.
◇ 김현정> 원래 개인적으로 좀 친하세요?
◆ 유시민> 아니요. 별로 친하지는 않습니다. 공적으로 아는 관계지. 윤석열 후보는 대화가 대단히 어려운 사람 같다, 그 점은 느끼는 게 있어요. 대화가 잘 안 된다. 기본적으로.
◇ 김현정> 소통이요?
◆ 유시민> 하여튼 대화가 안 되는 것 같아요.
◇ 김현정> 윤석열 후보하고도 개인적으로 얘기를 해 보고 그러셨던 경험들은 있으시죠?
◆ 유시민> 없죠. 저는 일면식도 없죠.
◇ 김현정> 그런데도 대화가 안 될 것 같다는 그런.
◆ 유시민> 남들 하고 대화 하는 걸 보면 느껴지잖아요. 그 기운이.
◇ 김현정> 그러면 대선 후에 세상을 유 작가가 생각하시기에, 작가시니까요. 윤석열 대통령의 세상, 이재명 대통령의 세상은 좀 다를 것 같다. 어떤 게 좀 비슷할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고. 어떻게 생각하세요?
◆ 유시민> 대화가 잘 되는 대통령하고 잘 안 되는 대통령하고 그 차이죠.
◇ 김현정> 그냥 언뜻 생각하면 '그게 그렇게 큰 차이인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 유시민> 저는 윤석열 후보가 누구랑 그렇게 길게 대화하는 장면을 미디어에서 본 적이 없어요. 어떤 문제를 놓고요. 이재명 후보의 경우에는 제가 개인적으로 대화를 해본 그런 게 아니고 예컨대 경기도에 계곡에 있는 불법시설물 철거와 관련해서 그 업자 분들 하고 간담회 하는 영상이라든가. 또는 수원에 있는 어느 대학 기숙사를 생활치료센터 시설로 쓸 때 거기 학생들이 '우리 어디로 가냔 말이냐?' 항의할 때 쫓아가서 대화하는 장면이나 이런 장면들을 많이 봤어요.
그러니까 굉장히 대화를 잘하는 사람이라는 거. 그러니까 우리 사회는 갈등이 많은 사회인데 그 갈등을 조정하고 해소해야 될 최고의 가장 높은 책임을 가진 게 대통령인데. 제가 본 어떤 자료에서는 그런 윤석열 후보가 어떤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대화의 능력, 이런 것들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판단을 못 하겠는데. 그 차이가 가장 결정적일 거다, 그렇게 봐요.
◇ 김현정> 사실은 제가 이 사이에 나오시는 분들한테 이 질문을 굉장히 많이 하거든요. 강점, 단점, 어떤 차이점. 그런데 대화라는 키워드를 꼽으시는 건 굉장히 다른, 신선함이 있네요. 그 부분을 보셨군요.
◆ 유시민> 그래서 말이 좀 통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어요.
◇ 김현정> 오늘 스페셜 월간으로 귀하게 초대를 했습니다.
◆ 유시민> 괜히 쓸데없는 얘기만 많이 했습니다. (웃음)
◇ 김현정> (웃음) 아닙니다. 유시민 작가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