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가 숨지기 전 남자친구와 나눈 카톡 대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달리는 택시에서 뛰어내리다 뒤따라 오던 차량에 치여 숨진 대학생의 유족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고인이 숨지기 전 남자친구와 나눈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스무살 우리 누나가 왜 달리는 택시에서 뛰어내려야만 했는지, 밝고 건강한 우리 누나의 죽음을 바로잡고 싶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재됐다.
자신을 유족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소중한 친구이자 하나뿐인 우리 누나가 3월 4일 오후 9시경 세상을 떠났다"며 "인터넷에서 누나의 사망 사건이 보도되고 있지만, 부정확한 정보와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의 인과관계가 생략이 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누나가 왜 그런 무서운 선택을 했는지 사람들은 함부로 상상하고 이야기한다"며 "저라도 대신해서 누나의 상황을 전달하고 싶어서 청원을 올린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A씨는 지난 3월 4일 오후 8시 45분쯤 B대학교 기숙사로 돌아가기 위해 KTX 포항역에서 택시를 탔다고 한다. 하지만 택시 기사는 다른 대학 기숙사로 알아듣고 C대학교 기숙사로 향했다.
청원인은 "택시가 빠른 속도로 낯선 곳을 향해 가고 있어 누나가 택시 기사에게 말을 걸어봐도 미동도 하지 않자,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며 "누나의 남자친구는 전화기를 통해 아저씨 세워주세요, 아저씨 세워주세요라고 요청하는 누나의 목소리를 들었으나, 택시기사는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청원인은 그러면서 A씨가 사고 전 당시 남자친구와 나눈 대화라며 카카오톡 사진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A씨는 남자친구에게 "택시가 이상한 데로 간다", "무서워", "엄청 빨리 달려", "말 걸었는데 무시해" 등의 내용을 보냈다.
이날 경북 포항북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A씨는 택시가 자신의 목적지와 다른 방향으로 가자, 영일만대로 부근에서 차량 문을 열어 밖으로 뛰어내렸다. 이내 뒤따라오던 차량에 치여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택시 기사에게 목적지를 말하는 과정에서 다른 대학으로 오인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블랙박스를 통해 택시 기사가 다른 대학으로 알아듣는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청원인은 "어둡고 낯선 길에 혼자 있는 누나는 빠르게 달리는 차량 안에서 극도의 공포감과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며 "누나의 사고가 누나의 잘못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 누나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해당 청원은 아직 관리자가 검토 중인 상태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8일 오후 3시 기준 해당 청원은 2만 7천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경찰은 택시 기사의 진술과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