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에 마련된 당선인 집무실에서 티타임을 갖고 있다. 황진환 기자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기간 공약한 대로 검찰 등 사정기관을 좌지우지해 온 대통령실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안철수 인수위원장,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 원희룡 인수위 기획위원장과의 차담회 자리에서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에서 사정, 정보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일명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면서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신상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가 지향하는 대통령실은 사정기능을 없애고 오로지 국민을 받들어 일하는 유능한 정부로, 정책 아젠다를 발굴하고 조정 관리하는데에만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 황진환 기자이에대해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 받은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권한에 따라 오로지 국가 안보, 국민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는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는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당선인 구상의 일단을 피력한 것으로 앞으로 인수위 논의 과정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정치개혁 아젠다 중 하나로 반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시절부터 민정수석실 폐지를 약속했다. 그동안 민정수석실은 사정기관 특히 검찰을 정권의 통제하에 두며 정권 관련 수사에 개입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고, 검찰총장 출신인 윤 당선인은 이런 부작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다만, 민정수석실 폐지가 가뜩이나 '통제받지 않는 권력', '검찰공화국'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검찰의 힘을 더 키워주는 부작용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특히, 30년 가까이 검찰에 몸담은 윤 당선인 주위에 전현직 검찰 출신 인사들이 두루 포진해 있는 만큼 굳이 민정수석실을 거치지 않고도 윤 당선인이 그동안의 인맥과 경험을 활용해 직접 검찰조직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대통령실의 사정.정보 기능 폐지와 검찰의 수사독립성 보장 등 윤 당선인이 원하는 개혁을 위해서는 단순히 민정수석실 폐지에 그치지 않고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작업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