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삼성 오너 일가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게서 받은 유산의 상속세 납부를 위해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해 현금 1조 3700억 원 이상을 확보했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전날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 1994만 1860주를 기관투자자 대상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을 통해 처분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삼성전자 지분 0.33% 처분을 위해 신탁 계약을 맺은 물량이다. 홍 전 관장은 삼성전자의 개인 최대주주로 지분 2.3%를 보유하고 있다.
주당 매각가는 전날 종가(7만 500원)에서 2.4% 할인된 6만 8800원으로 결정됐다. 처분 물량은 1조 3720억 원에 이른다.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삼성 측이 지난해 금융기관들과 상속세 납부를 위한 재원 마련 차원에서 주식 처분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해당 물량이 최근에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오너 일가는 2020년 10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별세로 인한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잇따라 주식 처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일가는 지난해 4월 용산세무서에 12조 원이 넘는 상속세를 신고하면서 5년 연부연납(분할납부)을 신청했다. 분할 납부는 다음 달 29일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주식 지분에 대한 상속세만 홍 전 관장 3조 1천억 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조 9천억 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2조 6천억 원,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2조 4천억 원으로 추정된다.
앞서 지난 22일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도 삼성SDS 주식 301만 8860주(3.9%)를 블록딜로 처분해 1900여억 원을 확보했다.
이 이사장은 지난해 12월에도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삼성생명 주식 약 346만 주를 처분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오너 일가의 지분 매각은 기초여건(펀더멘탈)과 무관하다"며 "추가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크지만 계열사와 오너 일가의 지분합계가 50%를 넘어 지배구조 상 이슈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