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 선거 투표. 황진환 기자대선이 끝나자 김경수 전 지사의 빈자리를 노리는 여야 후보들의 '6·1 경남지사 선거전'이 점차 달아오르고 있다.
경상남도는 지난해 7월 김 전 지사의 '드루킹 사건'에 따른 대법원 유죄 판결로 민선 출범 이후 7번째 '권한대행' 체제가 새 도지사가 올 때까지 11개월간 이어지는 상황이다.
지난 2008년 민선 7기 지방선거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이른바 '벚꽃 대선'의 바람이 그대로 이어져 더불어민주당이 사상 처음으로 경남지사를 차지하는 '파란 돌풍'을 일으켰다.
당시 인물난을 겪던 자유한국당은 '선거의 달인' 김태호 후보(42.95%)까지 냈지만, 민주당 김경수 후보(52.81%)에게 약 10%p 차로 대패를 당했다.
창원 의창·성산·마산회원·진해, 진주, 고성, 김해, 거제, 양산, 하동 등 10개 선거구에서 민주당이 우위를 보였고, 도내 시장·군수 선거에서도 7곳이나 차지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 이제는 민주당은 인물난을 겪지만, 국민의힘에서는 전·현직 의원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18년 경남도청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경수 경남지사. 경남도청 제공우선 민주당은 기울여진 판을 흔들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경남지사 수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민의힘은 탈환의 기회를 잡았다. 현재로선 '파란불'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상징색이 뒤바껴 켜졌다.
최근 치러진 20대 대선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58.24%)와 민주당 이재명 후보(37.38%)의 경남 득표율은 20.86%나 벌어졌다. 경남 18개 모든 시군에서 국민의힘이 앞섰고, 15개 시군은 20%p 이상 압도적인 표 차이를 보였다.
이 중 민주당 소속 시장·군수가 있는 통영·고성·남해마저도 약 30%p나 차이가 난다. 특례시이자 경남 인구의 1/3이 몰려 있는 창원도 마찬가지다. 나머지 양산·김해·거제 등 3곳에서만 득표율이 그나마 40%를 넘겨 표 차이를 줄였다.
5년 전인 지난 2017년 19대 대선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된 민주당 문재인 후보(36.73%)와 당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37.24%)와의 경남 득표율 격차는 0.51%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하다.
물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13.39%),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6.71%) 등 보수 후보가 난립해 표가 분산됐다고는 하지만, '보수 텃밭'에서 그래도 선전했다는 평가다. 창원 의창·성산·진해, 김해, 거제, 양산에서는 민주당의 득표율이 높았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63.12%)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36.33%)의 경남 득표율 차이는 26.79%나 났다.
다만 10년 전 대선 이후 이어진 대선·지방선거를 보면 보수에 표를 몰아주는 양상이 줄었고, 최근 대선에서 민주당이 역대 대선보다 가장 많은 득표율을 기록했다는 점은 그나마 '한 번 해볼 만 하다'라는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황진환·윤창원 기자민주당에서는 양문석 전 통영·고성 지역위원장이 출마를 결심했다. 그동안 뚜렷한 후보가 없던 민주당에선 첫 출마자다. 양 전 위원장은 지난 12일 당헌·당규에 따라 당직에서 물러나 도지사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동안 출마가 거론된 김정호(김해을)·민홍철(김해갑)·김두관(양산을) 의원은 출마를 위한 사퇴 시한인 12일까지 지역위원장 직을 유지해 불출마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경남지사 선거에 뛰어들 경우 그 지역구마저 빼앗길 우려가 높고, 가뜩이나 어려운 현실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지방선거를 동시에 집중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들 의원이 있는 양산과 김해는 거제와 함께 이재명 후보가 도내 시군 중 유일하게 40% 득표율을 보인 곳으로, 민주당으로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와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돌아올 양산, 그리고 거제 모두 단체장을 수성해야 할 전략 지역이다. 나머지 창원·통영·고성·남해도 마찬가지다.
이와 함께 자천타천으로 거론된 한경호 전 경남지사 권한대행은 진주시장 출마로, 박성호 전 경남도 행정부지사 역시 김해시장 출마를 공식화했다.
유력 후보들의 불출마로 현재로선 양 전 위원장의 단독 출마가 예상되지만, 중앙당에서 전략 공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의외의 새로운 인물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양 전 위원장은 이번 대선에서 경남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아 이재명 후보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해 인지도를 끌어올려야 하는 게 최우선의 과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최호영 기자특히, 지방선거 직전인 5월은 문재인 대통령이 양산으로 귀향하고,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돼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고 약속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도 열려 '노란 물결'이 지지층 결집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윤석열 바람'을 탄 국민의힘은 도지사 탈환에 여유가 넘쳐난다. 후보군은 전·현직 의원이 대부분이다.
5선을 지낸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일찌감치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선거 운동에 뛰어들었다. 박완수(창원의창) 의원도 출마를 굳히고 표밭을 다질 예정이다.
윤영석(양산갑)·박대출(진주갑)·조해진(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도 거론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남지사에 출마했던 김태호(산청·함양·거창·합천) 의원 역시 재출마할 뜻이 없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후보로 나설지 주목 대상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핵심 측근이자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팀장인 윤한홍(창원마산회원) 의원도 입각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아직 의원 사퇴 시한이 남아 있어 출마 가능성이 열려 있고, 출마할 뜻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인 지난달 19일 경남 양산시 이마트 양산점 인근에서 열린 유세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국민의힘은 이번 대선 승리로 누가 나와도 도지사에 당선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 본선보다 당내 경선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쟁쟁한 후보들이 나오는 만큼 경선 과정에서 '집안싸움'을 최대한 잘 마무리 하는 게 관건이다.
정의당에서는 창원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여영국 당 대표가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