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당구의 신' 쿠드롱이 29일 새벽 끝난 'SK렌터카 PBA 월드챔피언십 2022' 결승에서 사파타를 누른 뒤 우승컵을 안고 기뻐하고 있다. PBA프로당구(PBA)는 역시 '어우쿠'였다. '당구의 신(神)'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웰컴저축은행)이 마침내 왕중왕전 우승까지 차지하며 또 PBA 새 역사를 썼다.
쿠드롱은 29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방송센터에서 끝난 'SK렌터카 PBA 월드챔피언십 2022' 결승에서 다비드 사파타(스페인·블루원리조트)를 눌렀다. 9세트 5승제 대결에서 5 대 3(15:12, 15:6, 15:2, 14:15, 15:3, 15:11, 15:4, 15:3)으로 이겼다.
PBA 역대 최초의 4회 연속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쿠드롱은 올 시즌 역시 PBA 최초인 3회 연속 우승을 이뤄낸 바 있다.
특히 시즌 왕중왕전인 월드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의미를 더했다. 쿠드롱은 일반 투어보다 2배 많은 우승 상금 2억 원을 거머쥐었다. 올 시즌에만 5억 원 이상의 상금을 벌어들였다. 또 이번 우승으로 역시 역대 최다인 6승째를 기록했다.
쿠드롱은 올 시즌 역대 최장인 23연승 기록도 세웠다. '당구 여신' 이미래(TS샴푸)의 22연승을 넘어섰다. 그야말로 PBA를 완전히 정복한 셈이다.
여기에 쿠드롱은 팀 리그에서도 웰컴저축은행을 정상에 올렸다. 팀 주장으로 맹활약을 펼치며 정규 시즌 1위와 파이널 우승까지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지난 시즌 정규 리그 우승을 하고도 파이널에서 3위 TS샴푸에 내줬던 우승컵을 되찾아왔다. 공교롭게도 파이널 상대는 올 시즌 3위 블루원리조트로 사파타가 속한 팀이었다.
쿠드롱이 29일 새벽 끝난 'SK렌터카 PBA 월드챔피언십 2022' 사파타와 결승에서 침착하게 샷을 구사하고 있다. PBA지난 시즌 왕중왕전 챔피언 사파타는 2회 연속 우승을 노렸지만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사파타는 준우승 상금 7000만 원을 받았다.
결승은 쿠드롱이 내리 3세트를 따내며 싱겁게 흐르는 듯했다. 그러나 사파타가 4세트를 1점 차로 따내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쿠드롱이 5세트를 가져갔지만 사파타는 6세트 첫 이닝 연속 10점 등의 기세로 7세트까지 따내며 3 대 4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쿠드롱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8세트 사파타가 3이닝 연속 공타에 머문 사이 5 대 0으로 달아났고, 4이닝에서만 8점을 쓸어담으며 우승을 예감했다.
경기 후 쿠드롱은 "긴 승부였고 4세트를 1점 차로 내준 뒤 집중력이 떨어지고 힘도 들어 어려운 경기였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러나 30년 이상 선수로 뛰면서 가장 중요한 정신력이 강해지고 있다"면서 "PBA의 세트제가 변수도 많고 흥미롭지만 결국 잘 하는 선수가 이긴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듣기에 따라 다소 오만하게 여길 수도 있지만 쿠드롱이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말이다.
그만큼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는 것이다. 쿠드롱은 "PBA 초반에는 테이블과 공이 세계캐롬연맹(UMB) 때와 달라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면서도 "이제는 완전히 적응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 시즌에는 내가 잘 했다기보다 선수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세계 최강만이 내릴 수 있는 평가다.
그러면서도 쿠드롱은 "1등도 내년에는 10위가 될 수 있다"면서 "언제나 똑같이 잘 하고 싶고 승리가 목적"이라며 방심을 경계했다. 이러니 우승할 수밖에 없다.
이날 준우승자인 사파타는 "딕 야스퍼스(네덜란드) 등 잘 하는 선수들이 있지만 나도 컨디션이 좋으면 반반으로 해볼 만하다"면서도 "그러나 쿠드롱은 그들보다 한 수 위"라고 평가했다. 쿠드롱은 UMB 시절 야스퍼스, 토브욘 브롬달(스웨덴), 다니엘 산체스(스페인) 등과 세계 3쿠션 4대 천왕으로 불렸다. 그러나 이들 중 쿠드롱만 PBA로 전향했고, 이제는 적수를 찾아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