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길보라 (영화감독)
우리 시각으로 그제 있었던 아카데미 시상식. 단연 화제가 된 작품은 코다라는 작품인데요. 최고상인 작품상을 포함해서 3관왕을 거머쥐었습니다. 코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Children of Deaf Adult. 즉 청각장애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를 일컫는 말입니다. 소리를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는 가족을 대신해서 세상과 가족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자녀의 이야기를 그린 게 바로 그 영화 코다였어요. 이 영화에 깊이 공감해서 그 감독에게 편지까지 보낸 한국의 영화감독이 있습니다. 저는 영화인이라서 편지 보냈나보다 했더니 이분 역시 코다였습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 한국 코다 모임인 코다코리아의 대표이자 작가이자 영화감독입니다. 이길보라 감독 나오셨어요. 어서 오십시오.
◆ 이길보라>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직함이 엄청 많으세요. (웃음)
◆ 이길보라> 네,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고 있습니다. (웃음)
◇ 김현정> 코다, 아주 낯익은 단어는 아니거든요. 소개를 직접 해 주시겠어요?
◆ 이길보라> 네, 코다는 아까 말씀해 주셨듯이 Children of Deaf Adult, 이제 CODA의 줄임말인데요. 이제 직격을 하면 농인 부모의 자녀, 농인의 자녀를 일컫는 말입니다. 그래서 이 말이 존재하는 이유는 이제 농인 부모와도 다른 경험을 하고 그리고 또 청인들과도 다른 경험을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이들을 일컫는 단어가 존재를 합니다.
◇ 김현정> 정말 중간에 있는 이쪽저쪽을 다 이해할 수 있는.
◆ 이길보라> 그렇죠. 청인들의 사회인 청사회에도 속해있고 그리고 또 농민들의 사회인 농사회도 부모로부터 자랐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수어와 언어를 배우고 그들의 농문화를 직접적으로 접하면서 두 세계를 왔다갔다하는 어떻게 보면 끼인 존재라고 할 수가 있죠.
◇ 김현정> 끼인 존재. 이 코다라는 영화, 이번 아카데미 작품상을 탄 영화는 어떻게 보셨어요?
◆ 이길보라> 그 영화가 처음에 한국에 개봉할 때 이제 제가 아무래도 한국사회에서 코다라는 이름으로 계속해서 활동을 해 왔고 이제 코다 감독이자 작가로서 저의 정체성을 계속해서 이야기했기 때문에 그 영화를 배급받는 배급사 측에서 연락을 해 주셔서 영화를 먼저 보게 되었는데 저는 영화를 보면서 계속해서 울었던 것 같아요.
[판씨네마 제공]◇ 김현정> 왜요?
◆ 이길보라> 영화에 등장하는 코다의 이야기들이 완전히 저의 이야기이고 영화에 등장하는 엄마, 아빠의 연기들이 영화 코다 안에서는 농인 배우가 직접 농인 역할을 연기했거든요.
◇ 김현정> 맞아요.
◆ 이길보라> 굉장히 실감나게 농인의 역할과 농인이 느끼는 것들을 그대로 보여주는 그 연기들이 우리 엄마, 아빠 이야기다. 나의 이야기다라고 생각하면서 공감을 하면서 울면서 볼 수밖에 없었죠.
◇ 김현정> 울면서.
◆ 이길보라> 네.
◇ 김현정> 그런데 그 영화감독한테 메일을 보내셨다면서요.
◆ 이길보라> 네, 제가 그냥 사적으로 메일을 보낸 것은 아니고요. 영화 배급사 측에서 그럼 한국에 이길보라 감독이 코다로서 활동하고 있는데 이길보라 감독과 션 헤이더 감독과 같이 한번 이야기를 주고받는, 서신을 주고받는 프로젝트를 해 보면 좋겠다라고 제안을 해서 저한테 요청을 주셨는데요. 너무 재미있었던 건, 저도 아까 감독이라고 소개를 해 주셨는데 저도 이제 '반짝이는 박수소리', 이렇게 두 팔을 들고 이렇게 두 팔을 왔다 갔다 반짝반짝 하는 이게 농인들의 세상에서는 박수소리거든요.
◇ 김현정> 박수소리. 아카데미에서도 다들 이렇게 하시더라고요. 박수.
◆ 이길보라> 네, 맞아요. 청인들 같은 경우에는 이렇게 짝짝짝 치면 되게 크게 들리고 나를 환영하는구나라는 소리처럼 느껴지는데요. 사실 농인의 입장에서 보면 이게 어떤 뜻인지 전혀 이해가 안 되거든요. 왜냐하면 소리가 들리지도 않고.
◇ 김현정> 그렇죠.
◆ 이길보라> 뭔가 시각적으로 크지도 않고요. 그래서 농인들은 두 팔을 이렇게 반짝이는, 반짝이는 수어를 했을 때 사람들이 나를 환영하는구나. 사람들이 여기 보세요라고 말하는구나. 사람들이 나를 축하하는구나라고 느껴져서 이제 아카데미에서도 이렇게 반짝반짝, 반짝이는 박수소리를 했는데요. 제가 이 반짝이는 박수소리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었던 적이 있어서 그 농인들이 주인공이 되는 영화를 만들었을 때 기존의 영화 문법이 청인 중심의 영화문법과 농인 중심의 영화 문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해서 션 헤이더 감독과 얘기를 나눌 수가 있었죠. 그러니까 션 헤이더 감독도 영화를 찍으면서 그런 고민들을 처음하게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그러니까요. 그 영화 보고 공감 가는 부분도 많았고 이런 조심할 것, 우려하는 것 조언도 주시고. 저는 사실은 코다 분들을 만나면, 아주 기본적인 질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마는 이 질문 한번 드려보고 싶었어요. 사실은 어렸을 적에는 부모님들이 말하는 걸 보면서 말을 배우게 되잖아요. 그런데 이 농인의 자녀분들은 그러면 수어부터 배우게 되시는 건가, 어떻게 해서 그러면 학습을 해 나가시는 건가 이런 궁금증이 기본적으로 들더라고요.
◆ 이길보라> 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엄마, 아빠가 수어로 말을 하니까 엄마, 아빠의 수어를 정말 눈으로 이렇게 보면서 습득하면서 자랐거든요.
◇ 김현정> 수어 먼저.
◆ 이길보라> 그래서 수어로 저는 옹알이를 했어요. 그래서 엄마가 손으로 이렇게 예쁘다라고 하면 그 예쁘다라는 수어를 이렇게 따라하고. 이게 엄마야, 이게 아빠야라는 수어를 이렇게 옹알이를 한 거죠. 옹알이를 하면서 자랄 수밖에 없었고. 저 같은 경우에는 사실은 어렸을 때 수어에만 노출이 되어서 말을 안 하고 수어로만 내가 얘기를 했던 거예요. 그래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보시고 '큰일났다, 얘 농인이다. 말을 못 한다'라고 하면서 이제 저를 유치원에 보냈고 어린이집에 다닐 때부터 저는 그때 엄마가 얘기하기로는 '말이 꼴찌였다, 너가 말을 제일 못 했다'라고 엄마가 회고를 하더라고요.
◇ 김현정> 이렇게 잘하시는데. (웃음)
◆ 이길보라> 네. 이렇게 나중에는 잘하는 사람이 되었는데 사실 이렇게 코다는 어렸을 때부터 수어에 먼저 노출이 되는데요. 수어에 노출이 되지만 사실 수어를 잘 배우고 그다음에 음성언어를 배우면 굉장히 나중에는 두 개의 언어를 잘 구사할 수 있는 이중언어 사용자로 자라기 때문에 사실은 언어 능력이 어렸을 때부터 수어로 이렇게 학습이 되면 그다음에는 다른 언어를 배우는 데 문제가 없습니다.
◇ 김현정> 문제가 없군요. 어차피 학교 다니고 이러면서 음성언어는 자연스럽게 습득이 되니까.
◆ 이길보라> 그렇죠.
◇ 김현정> 세상에 편견이라는 게, 코다를 바라보는 편견이라는 게 또 장애인들이 느끼는 편견과는 다른 게 있을 것 같아요.
◆ 이길보라> 사실 그런데 굉장히 농인들이 느끼는 거랑 비슷한 것 같아요. 왜냐면 사실 농인에 대한 어떤 사회의 편견 같은 것들을 사실 코다는 자기 엄마, 아빠한테 쏟아지는, 자기 가정에서 쏟아지는, 자기 뿌리에게 쏟아지는 편견이기 때문에 사실은 코다들은 그걸 보면서 농인에 대한 편견과 싸울 수밖에 없죠. 같이 싸울 수밖에 없고요. 어쨌든 어렸을 때부터 엄마, 아빠의 보호자이자 동시에 두 세계를 이해하는 사람으로서 통역을 했어야 했기 때문에.
◇ 김현정> 통역사죠. 통역사.
◆ 이길보라> 통역을 하면서 동시에 엄마, 아빠를 보호해야 하는 역할이 코다에게는 사실 굉장히 어려운 역할이라고 할 수가 있죠.
◇ 김현정> 기억나는 에피소드, 혹은 영화 속에서 아까 우셨다고 그랬잖아요. 뭘 보면서 제일 많이 우셨어요.
◆ 이길보라> 그러니까 저 같은 경우는 사실 코다들이 만나서 하는 얘기가 항상 통역을 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라는 얘기를 하거든요. 저 같은 경우는 어렸을 때 은행에 전화해서 아니면 은행에 엄마랑 같이 가서, 우리 집이 지금 이사를 해야 되는데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그거를 정말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우리 집에 가정환경이 어떤지, 상황이 어떤지에 대해서 통역을 하면서, 그런데 이거를 단순히 통역만 하고 넘어가면 괜찮은데 이거를 이 안에서 이게 우리 가족이니까 '우리 집이 되게 가난하구나, 우리 집이 되게 힘들구나', 이런 상황을 먼저 알아야 했던 게 되게 힘들었고요. 아니면 학교를 조퇴하고 엄마, 아빠를 쫓아서 통역을 한다거나. 이런 일들이 코다에게는 굉장히 많이 벌어지는데 이 영화 코다에서 엄마, 아빠가 가정에서 방송통역을, 그러니까 '방송국이 지금 촬영을 온다. 네가 빨리 통역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 주인공인 루비가 자기는 수업을 받으러 가야 되는데, 레슨을 받으러 가야 되는데, 어떻게 하지 고민하다가 결국 엄마가 '네가 통역을 해야지' 하는 얘기에 루비가 음악 수업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통역을 하기로 하거든요. 그러니까 자기가 하고 싶은 것, 자기의 꿈을 포기하고 통역사로 집에서 남기를 택했을 때, 저는 그 장면에서 굉장히 화가 나면서도 그런데 또 엄마, 아빠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왜냐하면 통역이 필요하니까.
◇ 김현정> 그렇죠.
◆ 이길보라> 그래서 그때 루비는 자기 자신이 되어야 될 것인가. 아니면 엄마, 아빠의 통역사가 되어야 될 것인가. 그것이 사실 정말 코다의 딜레마인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러네요. 진짜.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어떤 세계에 대한 이해가 가능한, 가능하게 하는 영화가 아닌가 싶은데 한 1분 정도 남았습니다. 오늘 코다라는 이야기를 아예 생전 처음 들으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어요. 우리 듣고 계시는 청취자들께 한 말씀.
◆ 이길보라> 사실 미국 아카데미에서 코다라는 영화가 3관왕을 받으면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게 되셨는데요. 사실 코다라는 존재가 두 사이를 왔다갔다하면서 어려운 경험들도 하지만 굉장히 사실은 저는 좋은 경험들도 많이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두 세계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사실은 두 세계를 이어주는 역할들을 하기 때문에 이 코다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저는 굉장히 많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하고.
◇ 김현정> 그러네요.
◆ 이길보라> 이들을 되게 불쌍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중언어 사용자이자 두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는 이들을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가 잘 포용할 수 있을까 혹은 잘 쓸 수 있을까에 대해서 함께 한국사회가 고민했으면 좋겠다.
◇ 김현정> 진짜 좋은 말씀이에요. 윤여정 씨가 수어로 이렇게 (시상) 하셨잖아요.
◆ 이길보라> 네.
◇ 김현정> 잘 한 거예요?
◆ 이길보라> 그게 사실은 수어로 이름을 호명했다고 하는데 그게 잘못 나간 기사고요. 이름을 호명한 건 아니고 이렇게 아이 러브 유를 잘못된 수어로 검지를 이렇게 접어서 아이러브유를 하셨는데, 그게 되게 귀여우셨어요. 그런데 보도가 한국에서는 잘못 나간 측면이 있죠.
◇ 김현정> 이게 아이 러브 유인 거죠?
◆ 이길보라> 네, 이게 아이 러브 유. 수어로 아이 러브 유.
◇ 김현정> 여러분, 배우세요. 이게 아이 러브 유고 이게 박수입니다. 그러면 만났을 때 아이 러브 유 하고 이렇게 해 드리는 거. 이거 좋아요?
◆ 이길보라> 농인들을 만났을 때 그렇게 하면 굉장히 환대받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해 주시면 좋죠. 그러고 나서 일상적인 대화는 손으로 쓴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 김현정> 오늘 좋은 거 많이 배웠습니다. 이길보라 감독님 고맙습니다.
◆ 이길보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