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키이우 교외 부차 지역에서 검은 포대로 싼 민간인 시신이 방치돼있다. 연합뉴스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에서 민간인을 대량학살한 정황이 드러났다. 국제 사회가 한목소리로 러시아를 규탄한 가운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도발이라며 부인했다.
"강간당한 뒤 불태워진 여성 시신들 발견"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도시 거리에 러시아군의 탱크와 장갑차, 군용 차량 등이 파괴된 채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키이우 북부 외곽 도시들을 침공했던 러시아군을 국경까지 밀어냈다. 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전날 키이우 지역 전체를 탈환해 러시아군으로부터 자유를 되찾았다고 발표했다.
키이우 도심에서 북서쪽으로 37km 떨어진 도시 '부차'에서는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정황이 나왔다. 로이터는 같은날 시체가 집단 매장되고 일부는 길거리에 나뒹구는 모습을 확인했다.
아나톨리 페도루크 부차 시장은 "러시아군이 한달 동안 점령한 사이 300명이 숨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취재진에게 두 팔에 흰 천이 감긴 시체 2구를 공개했다. 이 가운데 한 구는 입에 총을 맞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리나 베네딕토바 검찰총장은 러시아의 전쟁범죄 가능성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키이우 인근 도시들에서 410구의 시신이 발견됐고 이 가운데 140구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고 덧붙였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우크라이나군이 강간당한 뒤 불태워진 여성의 시신들을 발견했다"면서 "지역 정부 관계자들과 어린이들의 시신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부차에서 발생한 대량학살은 고의적이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러시아 국방부는 부차의 상황을 담은 사진과 영상에 대해 "서방 언론을 위한 우크라이나 정부의 연출"이라고 민간인 집단학살 의혹을 부인했다. 앞서 러시아는 민간인을 목표로 하거나 전쟁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국제사회의 분노…추가제재 나설 듯
안토니우 쿠테흐스 UN(국제연합) 사무총장. 연합뉴스
러시아의 민간인 집단학살 의혹에 국제 사회는 분노하고 있다. 안토니우 쿠테흐스 UN(국제연합) 사무총장은 성명을 내고 "효과적인 책임규명을 보장하기 위해 독립적인 조사가 필수적"이라며 유엔 차원의 조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안나레나 베어복 독일 외무장관은 러시아를 향해 "전쟁범죄를 저지른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경고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제재를 강화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푸틴과 그의 측근들은 중차대함을 느껴야 한다"면서 서방 동맹국들이 조만간 추가 제재에 동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리스틴 람브레히트 독일 국방장관은 한 발 더 나아가 EU가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 금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블린컨 장관은 5일부터 사흘 동안 벨기에 브뤼셀에서 NATO(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및 G7(주요 7개국) 외무장관과 러시아 추가 제재 등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