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방법원. 고상현 기자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되다 좌초된 제주 서귀포시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제주도의 내국인 진료 제한을 둔 조건부 개설 허가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앞으로 이 판결이 확정되면 국내 첫 영리병원에 이어 내국인 진료까지 허용하는 길이 열리게 되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5일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김정숙 수석 부장판사)는 중국 녹지그룹의 자회사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가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조건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이 내국인 진료제한에 대한 허가 조건이 위법한다고 본 것이다.
재판에서 녹지제주 측은 "의료법상 병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할 수 없다"며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제주도 측은 "내국인 진료 제한은 제주특별법에 근거한 것"이라고 맞섰다.
현재 자세한 판결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재판부는 원고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지난 2017년 8월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는 서귀포시 제주헬스케어타운 안에 녹지국제병원을 짓고 제주도에 의료기관 개설 허가를 신청했다. 공공의료체계 붕괴 우려가 나오자 제주도는 이듬해 12월 진료 대상을 외국인 의료 관광객으로 제한하는 조건을 달아 허가를 내줬다.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조건부 허가에 반발한 녹지제주 측이 의료법상 개원 시한(90일)인 2019년 3월 4일이 지나도록 병원 문을 열지 않자 제주도는 병원 개설 허가를 취소했다.
이 과정에서 녹지제주 측은 내국인 진료 제한 등 조건부 허가의 적법성을 다투는 이번 소송과 제주도의 병원 개설 허가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중 제주도의 병원 개설 허가 취소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은 지난 1월 대법원에서 녹지제주 측이 최종적으로 승소했다.
녹지제주 측은 대법원 판결로 영리병원 허가 불씨가 되살아나자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을 풀어주면 영리병원을 재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제주도는 이번 소송전과 별도로 지난달 28일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현장 실사를 벌이는 등 병원 개설 허가 취소 절차를 밟고 있다.
현장 조사 결과 녹지국제병원 내부에 의료 장비가 전혀 없고 의료 인력도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더욱이 병원 건물과 부지가 국내 법인에 매각돼 '제주도 보건의료 특례 등에 관한 조례'에 따른 외국인 투자 비율(100분의 50 이상) 요건에도 부합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보건의료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병원 허가 취소 여부에 대해 심의할 예정이다. 이후 청문 절차를 거쳐 허가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