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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병원, 나라가 사주세요"…의료민영화 뭐길래[이슈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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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반

    "그 병원, 나라가 사주세요"…의료민영화 뭐길래[이슈시개]

    핵심요약

    국내 첫 영리병원인 제주 녹지병원에 대한 내국인 진료 제한은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병원 개설 가능성이 커지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영리병원을 국가가 매수해달라는 청원 글이 올라오기도 했는데요. 영리병원으로 인한 '의료민영화' 우려 때문입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국가가 제주 영리병원을 매수해주십시오."
     
    지난달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의료민영화'를 우려하며 제주 녹지국제병원(이하 녹지병원)을 국가가 매수해달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6일 기준 해당 청원에 동의한 사람이 20만 명을 넘어 정부가 답변을 내놔야 하는 상황이다.
     
    녹지병원이 제주 서귀포시 제주헬스케어타운 안에 준공된 건 2017년 7월. 중국 녹지그룹이 투자한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2018년 12월 제주도는 내국인을 제외한 외국인 의료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병원을 운영하도록 하는 조건부 허가를 내렸다. 현재 녹지병원 소유권은 국내법인 디아나서울에 매각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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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녹지병원 측은 개설 허가를 받고도 3개월이 지나도록 문을 열지 않았다. 제주도는 의료법 64조에 따라 2019년 4월 병원 개설 허가를 취소했다.

    이에 중국 녹지그룹 자회사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이하 녹지제주) 측은 2020년 11월 16일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취소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1월 13일 최종 승소했다.
     
    3개월 이내 병원을 개설하지 않았지만 허가 조건 변경 등 사업계획 수정이 불가피해 업무를 시작하지 않은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취지다.

     의료법 제64조 내용 일부. 국가법령정보센터 웹페이지 캡처의료법 제64조 내용 일부. 국가법령정보센터 웹페이지 캡처
    실제로 녹지제주 측은 제주도가 내건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에 반발해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내국인 진료 거부시 의료법 위반 소지, 제주특별법상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시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겠다고 표명한 점 등을 들어 2019년 2월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조건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5일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김정숙 수석부장판사)는 3년 2개월에 걸친 심리 끝에 녹지제주 측의 손을 들어줬다. 녹지병원에 내국인 진료를 제한한 것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의료민영화 부추겨 건강보험 무너뜨릴라…녹지병원이 신호탄 될까

    정부가 녹지병원을 매수해야 한다고 주장한 청원 글을 보면 "해당 (영리)병원만 이용하는 의료소비자들이 건강보험료 강제 징수에 대해 위법하다는 헌법소원을 낼 수도 있다"며 "이는 건강보험 의무가입제 폐지로 이어져 국민건강보험의 존폐에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녹지병원 논란에 국민건강보험 얘기가 왜 나올까. 영리병원인 녹지병원에서 진료를 받는다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환자가 전액 진료비를 부담하게 된다. 청원인은 녹지병원 환자들이 혜택도 볼 수 없는 건강보험료를 내는 데 반발이 생길 수 있으며, 나아가 이들이 국민건강보험 가입 자체를 부정해 사회안전망이 무너질까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돈 없으면 죽어야 하는 세상을 고발한다".
     
    미국 의료민영화의 폐해를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에 나오는 대사다. 미국 의료체계는 민간회사의 보험을 중심으로 작동한다. 사보험을 든 환자는 보험사와 계약을 맺은 네트워크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 미국인은 의료보험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돈을 내거나, 아예 보험을 들지 않는다.

    이 때문에 미국에선 코로나19 검사비용으로 수천만 원이 나왔다는 보도도 수차례 나왔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의료보험 미가입자에 대한 코로나19 검사‧치료비 지원이 중단됐고, 백신 접종비 지원도 곧 끊길 예정이라며 3100만 명에 달하는 미가입자들이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사실 국내 의료공급체계를 보면 이미 민간에서 대부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국민건강보험'이라는 공적 보험에 의무 가입시켜 의료 공공성을 보장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건강보험 해체가 아닌 이상 영리병원 설립만으로는 '의료민영화'가 이뤄진 걸로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지난 2014년 박근혜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 중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설립안'을 비판하며 "법인병원의 자산을 국가와 사회의 것으로 보는 통념을 개인의 소유로 명확히 바꾸는 일대 변환인 동시에 사실상 소유의 민영화"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이 현실화하면 사실상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은 급격히 고갈되고, 가뜩이나 낮은 보장성으로 인해 민간보험시장이 확대되는 현상을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의료법 33조에 따르면 의료기관 설립은 의사 1명에 1개소만 허용돼 있고, 비의료인이라면 비영리 의료법인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즉 민간자본 주도로 영리병원이 설립된다는 건, 의료공급체계에 민영화정책이 가동된다는 의미다.

    6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성명서를 내고 "녹지병원의 내국인 진료를 금지한 조건부 개설 허가를 부당하다고 본 것은 헌정사상 최악의 판결"이라며 "국내 첫 영리병원의 출발점이자 윤석열 정부의 영리병원 도입 등 의료민영화 정책의 신호탄이 될 수 있어 큰 우려를 표한다"고 규탄했다.

    아울러 "의료가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되는 순간부터 국민의 생명과 건강권을 지키는 문제가 요원해진다"며 "제주특별자치도법, 경제자유구역법 등 영리병원 허용 법안을 폐기하기 위해 전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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