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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이준석과 피터 팬



칼럼

    [칼럼]이준석과 피터 팬

    핵심요약

    이준석의 화려한 언변, 왜 그는 성장하지 않는 정치인이란 비판을 받을까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윤창원 기자
    톨스토이의 <안나카레니나>를 보고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를 생각했다. 영화나 뮤지컬로 여러 버전이 만들어져서 인지 모르겠으나, 상당수 사람들은 불륜이지만 극적이며 화려한 안나의 사랑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 같다. 그러나 소설의 또 다른 중심은 사람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라고 봐야 할 것이다. 안나와 다른 주인공 '레빈'이라는 인물을 통해 톨스토이는 '삶에서 사람의 성장과 소통,공감이 무엇인지, 얼마나 값진 일인지'에 대한 견해를 상세하고 전하고 있다.
     
    이준석이라는 이름의 전화번호가 휴대폰에 두 명 저장돼 있다. 한 명은 이준석 당 대표, 다른 한 명은 동명의 기자다. 종종 전화번호를 잘못 누를 때가 있다. 기자를 연락하려 했는데, 당황스럽게 이준석 당 대표가 전화를 받는다. 미안하지만 성실하게 응답해주니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그즈음 이준석은 당 대표가 됐고 몹시 기대가 됐다. 정치 세대 교체에 대한 강력한 응원이 있었고 30대 0선 대표에 대한 변화가 분출됐다. 당 대표로 이준석이 선출되지 않았다면, 국민의힘은 정권 교체 에너지를 끌어올리는데 애를 먹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준석의 작금 현실은 긍정의 기대를 스스로 소각시키고 있다. 여성과 남성을 갈라놓더니 이동권을 요구하는 전장연과 갈등을 조장한다.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기술이겠으나, 타겟팅한 그룹을 집요하고 끊임없이 겨누며 자기 확증 논리를 재생산시키고 있다. '갈라치기와 혐오'라는 비판에 대해 그는 '내가 무슨 혐오냐'고 대거리 한다. 매사 이런 식이다. 전장연에서 사과를 요구하면 그는 말했다. "사과를 하려면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 저에게 '장애인 혐오'라는 말을 하는데 우리나라는 혐오라는 단어를 너무 가볍게 쓴다. 제 언행 중 장애인을 비하한 게 있느냐고 물어보면 없다."

     '주간조선' 기자가 "본인은 전장연의 시위 방식에 대해 비판한 것이라고 하지만 결국 사람들에겐 '이준석이 장애인들과 싸운다'는 인상은 주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그는 유사한 논리로 대응했다.

    "전장연이 장애인들에 대한 대표성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전장연이 하는 위법 시위 등이 장애인들의 의사는 아닐 것이다. 그 둘은 정확히 분리해야 한다. 또 '장애인을 싫어한다' '흑인을 싫어한다' 이렇게 말한다면 혐오겠지만, 전장연을 싫어한다는 것은 혐오가 아니다. 히틀러를 싫어한다고 말하면 히틀러를 싫어한다는 거지. 이게 인류를 싫어한다는 건가."
     
    지난 30일 오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장애인권리예산 및 관련법 개정 요구에 대한 인수위 답변 촉구 삭발 투쟁 결의식이 열린 서울 종로구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탑승장에서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이 삭발에 앞서 상징의식을 한 뒤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30일 오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장애인권리예산 및 관련법 개정 요구에 대한 인수위 답변 촉구 삭발 투쟁 결의식이 열린 서울 종로구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탑승장에서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이 삭발에 앞서 상징의식을 한 뒤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과 논쟁하면 이길 자신이 없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딱딱 분리·구분지어 말하는 그의 언어 습관은 매우 논리적이고 화려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패배를 미리 인정한다손 쳐도 자존감이 상하지 않는다. 패배가 그의 논리에 승복한다는 것과 동의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무익하므로 다툼을 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정치가 됐든, 삶이 됐든 이성과 논리가 항상 세상을 지배하지 못 한다. '인간의 논리'가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현실을 어떻게 다 담아낼 수 있는가. 오히려 '이성의 오만'이 더 문제일 때가 허다하다. 그럴 때 상대는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그래, 너 말 잘하고 똑독한데…그런데 네 말에 동의가 안돼. 어쩌지…'
     
    어린아이들에게 미안한 얘기가 되겠지만, 이준석을 연구하면 자꾸 '피터 팬'이 떠오른다. 크지 않고 자라지 않는 아이 피터 팬. 피터 팬은 성장하지 않고 영원히 그 세계에 머무는 아이다. 언변은 화려하고 자신이 보기에 더없이 합리적인 하바드의 논리를 습득했다고 하지만, 삶은 다른 사람과의 대화이다. 성장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의 세계에서 양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세상은 넓고 다양한 사고가 존재한다. 개미도 살고 거미도 살고 꿀벌도 함께 살아가는 게 세상이다. 자기 고집 안에서 가장 논리적이라고 고집하는 것은 진정한 '소통'이 아니다. 그런 논리와 소통은 '단순한 생각의 교환'을 강요하는 것이다. 소통과 논리는 '진정한 교감'에 대한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윤창원 기자
    '똑똑한 믿음'이 이준석에게 있는 것 같다. 현재 상태를 계속 유지해 나갈 수 있다는 엄청난 믿음 말이다. 어떤 파고도 그에겐 오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을 뿐아니라 신체적으로도 어떤 결함이 없는데다 우수한 머리를 갖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때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를 향해 "국민의당은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선거운동을 한다는데, 이게 듣기에 말이 안되는 게 고인이 불시에 돌아가셨는데 유지를 어디서 확인하나"라고 그는 힐난했다. 국민의당은 "아무리 정치가 비정하나 금수와 다를 바 없다"고 했다.
     
    3시간, 4시간 줄곧 말을 한다고 좋은 소통은 아니다. 끊임없이 말한다는 건 상대방 이야기를 듣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성장'이란 자신을 알고 더 나은 최선의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내면 속 깊이 들어가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나'는 '너'가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 '너'없는 '나'는 살아갈 수 있겠지만 큰 의미가 없다. 다시 말하면 '성장'이란 나와 너, 나와 세계의 관계를 올바르게 정리해 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혐오한다'고 말하지 않았으므로 '혐오가 아니다'는 것은 요설이다.

    생전 이어령 선생이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서 다음과 견해를 남기셨다.
     
    "손과 팔을 잇는 손목, 발과 다리를 잇는 발목, 모든 국가, 모든 기업,모든 개인은 이 '목'이 가장 중요해. 사람 꼼짝 못 하게 할 때 어떻게 하나? 목에 칼 씌우고, 손목에 수갑 채우고, 발목에 쇠고랑 채우지. 인터체인지를 묶는 거야. 우리가 어릴 때 놀 때 어른들이 '사이 좋게 놀아라" 그러잖아. 그 사이가 '목'이야. …(중략)… 사이를 좋게 하는 사람이 바로 21세기 리더고 인재라네. 어느 조직이든 이쪽과 저쪽의 사이를 좋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조직은 망하지 않아. 그 사람이 인재고 리더야. 리더라면 그런 '사잇꾼'이 되어야 하네. 큰 소리 치고 이간질하는 '사기꾼'이 아니라 여기저기 오가며 함께 뛰는 '사잇꾼'이 돼야 해."
     
    이 세상에 완벽한 DNA를 가진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 누구에게나 '완결된 성장'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성장을 추구하는 과정 자체가 그나마 희망이지 않을까. 피터 팬은 아이들 동화 속 이야기로만 남겨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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