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토종 우완 에이스 안우진. 연합뉴스 자료사진그야말로 신이 내린 재능이다. 변화구인데 구속이 150km를 육박한다. 그러니 타자들이 속수무책이다.
키움 우완 안우진(23)이 또 한번 자신의 진가를 입증했다. 안우진은 8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삼성과 원정에 선발 등판해 7이닝 8탈삼진 2사사구 1피안타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팀의 1 대 0 승리를 이끌며 3연패를 끊었다. 안우진도 지난 2일 롯데와 홈 개막전 패배 뒤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이날 안우진은 최고 구속 158km에 이르는 직구보다 변화구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이날 슬라이더 구속이 최고 147km를 찍었다. 어지간한 투수의 직구 구속이 휘어져 들어오니 삼성 타자들이 쳐내기 힘들었다.
거의 유일한 위기는 5회였다. 안우진은 선두 타자 김헌곤의 땅볼을 직접 잡았으나 송구가 빗나가 무사 2루에 몰렸다. 앞서 타선이 1점을 지원해줬지만 곧바로 리드를 잃을 위기였다.
하지만 안우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김현준을 삼진, 김재혁을 내야 땅볼로 요리한 뒤 신인왕 후보 이재현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슬라이더로 카운트를 잡은 뒤 155km 직구로 윽박지른 투구가 일품이었다.
경기 후 안우진은 "다들 도와주고 공격도 돕고 해서 이길 수 있었다"면서 "(마무리) 김태훈 형 등 불펜도 접전을 잘 막아줘서 좋았다"고 공을 돌렸다. 이어 "1점 차라 큰 것 한 방이면 동점 혹은 역전이어서 조심하려고 했다"면서 "초구 좋은 공 안 주면서 장타를 맞지 않았고 볼 카운트 싸움이 좋았다"고 돌아봤다.
사실 안우진은 지난해 삼성과 궁합이 좋지 않았다. 1승 2패로 열세였고 평균자책점이 6.46으로 9개 구단 중 가장 나빴다.
이에 안우진은 "삼성에는 신인 때 잘 하고 지난해는 약했는데 사이클이 왔다갔다 한다"면서 "상대가 직구를 노려서 변화구를 노린 게 주효했다"고 짚었다. 이어 "차라리 안타를 맞으면 변화구로 맞자는 게임 플랜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147km 슬라이더에 대한 자부심도 드러냈다. 안우진은 "직구처럼 던지려고 한다"면서 "공을 채는 것도 직구처럼 하다 보니 구속도 빨라졌다"고 비결을 밝혔다.
올 시즌 팀의 1선발의 중책을 맡았다. 안우진은 "(홍원기) 감독님께서 믿어주셔서 던질 수 있던 거 같다"면서 "(1선발) 부담을 느끼기보다 잘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안우진은 휘문고 시절 '국보급 투수' 선동열 전 국가대표 감독의 재림이라는 극찬을 얻을 만큼 초고교급 투수로 주목을 받았다. 계약금 6억 원에 키움의 전신 넥센에 2018년 입단했으나 고교 시절 학교 폭력에 연루돼 논란을 빚었다. 때문에 안우진에 대해 '악마의 재능'이라는 양면적 별명이 붙었다.
다만 안우진은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한다는 각오다. 올 시즌 목표에 대해 안우진은 "승수보다 풀 타임 선발로 최대한 긴 이닝을 던져 정규 이닝을 채우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