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코로나 사태 때 우한 방문한 시진핑 주석. 연합뉴스정체 모를 바이러스가 우한에서 처음 확산되던 2020년 1월 2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단호하게 병의 확산 추세를 억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 때부터 초기에 '우한폐렴'으로 불리던 코로나19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사흘 뒤에 우한이 전면봉쇄 돼 무려 76일 동안 1천만 명이 넘는 주민들이 사실상 가택연금 상태에 놓였다.
그래도 결과는 괜찮았다. 전세계가 코로나19의 늪에 빠져들기 시작할 때 출구를 나오는 듯 했고 드넓은 중국 대륙에서 신규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는 날이 며칠간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 코로나19는 결코 중국에서 힘을 잃지 않았다. 본토 발생이든 해외 유입이든 적은 숫자 나마 꾸준하게 발생하면서 중국을 괴롭히고 있다. 벌써 만으로 2년이 넘었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폐막식이 열린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 위로 불꽃이 터지고 있다. 박종민 기자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에 코로나 없는 중국을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는 지도부의 욕심은 중국 전체를 경직시켰다. 올림픽이라는 이름으로 베이징에서 먼 지방도 확진자 몇 명 나오면 단지 폐쇄와 건물 봉쇄, 도시 봉쇄를 일삼았다.
도시를 봉쇄하고 사람들의 이동을 일시에 중지시키면 한 달 정도면 효과를 발휘한다. 해당 지역 관리들은 코로나 방역 실패 책임에 추풍낙엽처럼 잘려 나갔지만 도시는 이내 정상화되었고 중국식 방역에 대한 자신감은 커져만 갔다.
중국도 이 때 이미 세계 다른 나라들이 코로나19를 아주 없애는 게 힘들다는 걸 알고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정치가 과학을 압도하는 경직된 분위기 때문에 솔직하지 못했고 '제로 코로나'를 정치구호화 했다.
과도한 방역이 경제와 인민생활에 부담이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리커창 총리가 지난달 양회 폐막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전염병 상황과 바이러스 특성의 변화에 따라 예방 통제를 보다 과학적이고 정밀하게 하겠다"고 한 것은 엄격한 방역을 완화하겠다는 뜻이었다.
리커창 총리. 중국 정부망 홈페이지 캡처 리커창 총리는 상하이를 염두에 두고 말했을 것이다. 중국에서 예방 통제를 과학적이고 정밀하게 하는 곳은 상하이였다. 개방된 국제도시 답게 다른 중국 내 도시와 달리 확진자 몇명 나왔다고 도시 전체 또는 절반을 뚝 떼서 사람 못 다니게 하는 무식한 방법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서도 확진자와 무증상자가 퍼지기 시작했다. 감염자가 수 백 명, 수 천 명에 도달하자 우한식 전면봉쇄로 회귀했고 그 이후로도 10여일간 감염자가 꾸준하게 증가했다가 약간 떨어진 게 지난 12일까지 상황이다.
경제를 포기하고 주민 고통과 맞바꾼 도시봉쇄로 감염자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자 이제 관영매체들은 상하이의 코로나가 다음달 초면 끝날 것이라는 전망들을 슬슬 내보내면서 승리의 찬가를 부를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전파력이 비상하게 빠른 오미크론을 상대로 정말 상하이를 '코로나 제로' 상태로 만들 수 있을까? 봉쇄하고 틀어 막아서 만든 0의 상태가 지속될 수 있을까? 상하이는 더 안 나온다고 쳐도 광저우나 베이징 같은 다른 대도시는 안전할까?
인민들의 곡소리도 들리는 듯 하다. 올림픽이 끝나고 양회도 끝나면 좀 풀릴 줄 알았는데 언제까지 참으라는 거냐.
외국 매체들은 올 가을 시 주석의 연임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중국이 엄격한 방역 정책을 풀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대체로 동의. 그러면 10월 당대회까지만 기다리면 되나? 그런데 경제는 어떻게 하지? 시 주석 3연임을 위해서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 5.5% 달성도 중요하다고 하는데 말이다.
온갖 의문과 회의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게 지금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현실이자 시 주석이 맞닥뜨린 현실이다.
중국 베이징 코로나19 검사. 연합뉴스중국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얼마 전 만난 한 중국인 젊은이는 이번 상하이 위기는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그 다음은 어찌될지 신경 안 쓴다고 했다. 자신있게 대답하는 목소리에 공허함이 묻어났다. 그는 이미 5·1 노동절 휴일은 포기하고 국경절을 본다고 했다.
베이징에 유학중인 한 한국 학생은 동태적칭링(다이내믹 제로 코로나)은 선전에 불과한 것 같고 주위에 학생들과 교원들은 모두 지쳐 있다며 안전을 위해 제로 코로나 달성에 찬성하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지만 국가와 자신을 일체화 하는 사람들 뿐이라고 말했다.
나이가 좀 든 한 사업가는 중국이 큰 나라인데 이 정도면 잘해온 것이라면서도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엄청난 방역정책에 대해서는 완화를 하기는 해야 할 것이라면서 말끝을 흐렸다.
갑갑한 게 또 있다. 시 주석이 지난달 17일 '제로 코로나'를 견지하라고 지시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방역효과를 낼 것도 함께 강조했지만 '제로 코로나' 달성을 위한 방법론일 뿐이다.
결국 종합하면 중국은 시 주석이 천명한 '제로 코로나'를 언제까지라고 특정할 수 없지만 당분간 포기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중국에서 코로나가 없어지지도 않을 것이다.
'코로나'와 '제로 코로나'의 적대적 공존이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