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7일까지 2주간 사적모임은 최대10명,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은 밤12시까지 확대하는 새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이 시행된 4일 서울 한 음식점에 24시까지 영업을 알리는 간판이 설치돼 있다. 황진환 기자"새벽 2시까지 일할 서빙 알바를 모집합니다. 일단 지금은 영업시간 제한이라 풀리기 전까지는 밤 11~12시 퇴근입니다"
영업시간 제한 해제를 포함해 거리두기 완화가 곧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대감을 품은 자영업자들이 야간 영업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야간 아르바이트생 등 이른바 '올빼미' 근무자 모집 경쟁이 덩달아 치열해지고 있다.
심야 회식도 늘면서 '택시 대란'이 벌어지는 한편, 대리운전 수요가 증가하면서 대리운전을 뛰는 '투잡러'도 늘어나는 추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일자리 풍토가 또 다시 변하는 셈이다.
1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구인·구직 플랫폼 알바몬과 알바천국에는 야간 영업을 대비하는 호프집 등 자영업자들이 아르바이트생(알바)을 모집한다는 공고가 다수 올라오고 있다. 그동안 코로나19 영업시간 제한이 이어지면서 금지됐던 야간 영업이 재개될 조짐이 보이자 미리 대비하는 모습이다.
대부분 알바 모집 공고들은 익일 새벽까지 일할 근무자를 찾고 있었다. 한 호프집 공고를 보면 '오후 5시~익일 오전 2시'까지 근무시간을 알리면서도 '코로나 정책에 의해 변경될 수 있다'는 단서를 달기도 했다. 또 다른 공고는 '영업시간 제한 풀리기 전까지는 밤 11~12시 퇴근이고, 풀리면 새벽 2~3시까지 근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알바 모집 공고를 올린 서대문구의 한 주점 사장 A씨는 "이제 구인을 시작하고 있다"며 "우선 코로나 전에 일하다가 그만하게 된 친구들 중에 가능한지 물어본 다음 빈 자리를 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단 영업제한이 풀리면 초반에는 매출이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자영업자들이 야간 영업 대비에 나서면서 '구인난'을 겪는 경우도 있다. 40대 호프집 사장 B씨는 "공고를 올렸는데 옛날만큼 지원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며 "홀에서 서빙 알바를 하던 사람들이 쉬면서 배달쪽으로 넘어간 것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거리두기 조치가 완화하면서 심야 회식이 늘어남에 따라 대리운전도 성행하는 모습이다. 대리운전 기사들은 특히 서울 강남구 등 직장인 회식이 많은 지역에서 "콜이 쏟아진다"고 설명했다.
대리운전을 하는 30대 최모씨는 "요즘 들어 5~6명이 회식을 마치고 각자 하나씩 부르는 단체 콜이 확실히 늘었다"며 "다른 (대리운전) 기사는 빨리 오는데 왜이렇게 늦었냐며 핀잔을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영업시간 제한이 풀리면 심야 회식이 늘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대리운전에 발을 들이는 '투잡러'도 속속 등장했다. 20대 후반 공모씨는 "3년 전 대리운전을 하다가 관뒀는데 이제 회식도 다시 늘어나면 일감도 많아질 것 같아서 '투잡'으로 다시 해볼까 한다"고 말했다.
다만 영업시간 제한이 풀리면 오히려 '콜' 경쟁률이 높아져 힘들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수도권 지역에서 대리운전을 하는 임모(32)씨는 "새벽 2~3시까지 4건을 뛰어 10만 원 정도를 채운다"며 "영업제한 시간이 있을 때는 그 언저리에 콜이 몰려 잡기가 쉬웠다"고 설명했다.
직장인 회식이 많은 지역인 강남구와 종로구 인근에서는 '택시 대란'도 발생하고 있다. 영업시간 제한에 따라 동시에 쏟아지는 직장인들이 택시를 잡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서 직장을 다니는 홍모(31)씨는 "지난주 회식을 마치고 귀가하는데 어플 2~3개를 동시에 이용해서 30분만에 겨우 (택시를) 잡았다"며 "이후로 가능하면 제한시간 되기 전에 빨리 가려고 한다"고 토로했다.
영등포구에 근거지를 두고 택시를 운전하는 60대 정모씨는 "손님이 많은 강남구 같은 곳에서는 영업시한에 따라 밤 10시 때 몰리고, 자정일 때는 그때 또 몰리니 택시 잡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황진환 기자서울시는 택시 공급을 늘리기 위해 개인택시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3부제를 금요일 밤 11시에서 토요일 새벽 4시까지 해제했으나 큰 효과는 보지 못하는 실정이다.
코로나19 이전 24시간 운영하던 업장도 야간 영업을 대비하는 모양새다. 스터디카페를 운영하는 최부금씨는 "주변 카페들도 24시간 영업을 대비해 구인을 시작하는 것 같다"며 "분위기가 코로나 이전으로 점점 돌아가는 듯하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영업시간 제한이 완전히 해제된 것은 아니라 지켜보겠다는 자영업자들도 있었다. 대구의 자영업자 최모(30)씨는 "영업제한이 풀린다길래 슬슬 구인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도 "지금까지 정부가 풀어둔다면서 지키지 않았던 적이 많아 좀 더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업제한이 풀려도 그동안 일찍 퇴근하던 것이 익숙해진 직장인들이 바로 새벽까지 식당을 찾을지 우려도 된다"고 토로했다.
한편 정부는 1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거쳐 18일부터 적용할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 등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체계를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사적모임·영업시간 제한을 모두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속도 조절'에 무게를 두는 인수위 의견도 고려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자영업비상대책위원회 김기홍 공동대표는 "당장 제한이 풀리면 자영업자들은 고용난에 맞닥뜨릴 걱정도 한다"며 "지금도 시급 1만 2천원~1만 3천원을 책정해도 알바 모집이 안된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