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검찰총장. 윤창원 기자예상했다지만 일요일 오전 전해진 검찰수장의 전격적인 사퇴 소식에 검찰 내부는 또다시 술렁였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17일 대변인실 통해 낸 입장문에서 "소위 '검수완박' 법안 입법 절차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갈등과 분란에 대해 국민과 검찰 구성원들에게 머리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올린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 총장은 "2019년 법무부 차관 재직시 70년 만의 검찰개혁에 관여했던 저로서는 제도개혁 시행 1년여 만에 검찰이 다시 개혁 대상으로 지목돼 검찰 수사기능을 전면 폐지하는 입법절차가 진행되는 점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검찰총장으로서 이러한 갈등과 분란이 발생한 것에 책임을 지고 법무부 장관께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조직의 명운을 건 '검수완박' 입법을 앞두고 검찰총장의 사퇴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김 총장은 지난 11일 전국 지검장 회의 모두 발언에서 "검찰 수사기능이 폐지된다면 검찰총장으로서 더이상 직무를 수행할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의 통과 마지노선을 4월 말로 잡은 가운데 이제 막 관련 법안이 상정된 시점이어서 총장의 일요일 사퇴 표명을 '의외'로 보는 시각이 많다. 특히 18일 김 총장이 직접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 출석해 검수완박과 관련해 의견을 밝힐 예정이어서 더욱 그랬다.
검찰총장, '검수완박' 반발 사직. 연합뉴스이날 김 총장의 사퇴는 검찰 내 공식·비공식적인 논의를 거치지 않은 개인적 결단인 것으로 보인다. 지방에 근무하는 한 검사장은 김 총장의 사퇴 전에 고검장·검사장 등 검찰 간부들과 논의가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퇴는) 개인적 결심이다. 고검장·검사장들이 어느 시점에 어떤 결단을 해야 하느냐도 아직 논의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대검 관계자도 이번 사퇴가 "총장님의 결심"이라며 어떤 논의과정도 거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총장 사퇴 소식을 들은 검찰 내부에서는 "예정된 사퇴 아니었느냐"는 차분함 속에서도 적잖은 당혹감이 느껴진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 면담 의사도 전하고 국회의장도 면담하고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신 것 같다"며 "내일 (법사위) 나가봐야 고성만 오가고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게 아니겠느냐"고 사퇴의미를 해석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대검 내부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 결과가 나온 시점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은 있었다. 그런데 그때 사퇴를 안하시길래 법사위나 본회의 상정 시점에서 결단을 내릴 것이라 생각했다"며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지방에 근무하는 한 검사장은 사퇴를 예상했지만 너무 빠르다며 "한창 검수완박 상황이 진행되고 있는데 지휘관이 없어지면 우리 어떻게 하라는 소리냐"고 당혹감을 나타냈다.
김 총장의 사직서를 제출받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대변인실을 통해 "매우 착잡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역시 이날 입장문에서 "김오수 총장의 사의 표명은 절차를 무시한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폭주로 국민의 피해가 불을 보듯 예상되는 상황에서 형사사법 업무를 책임지는 공직자로서의 충정으로 이해한다"고 평가했다. 김 총장이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면 김 총장은 전인임 윤석열 당선인에 이어 문재인 정부 들어 임기를 채우지 못한 두 번째 검찰총장이 된다.
한편 김 총장의 사의표명으로 18일로 예정됐던 국회 법사위 현안질의는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대검 관계자는 "현재 법사위 관련 논의중이며 방침이 정해지면 공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검은 김오수 총장 대신 박성진 대검 차장 대행 체제로 전환할지 여부도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