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종로와 함께 서울의 도심 중에 도심으로 꼽히는 중구는 인구나 면적으로 따지면 서울의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작지만 역사와 경제규모, 조중동으로 상징되는 광화문 언론권력 등을 감안하면 결코 작지 않은 자치구다.
도심 빌딩 안쪽은 아직 정비가 덜 돼 쇠락한 모습이지만 청계천을 중심으로 한 대로변은 커피잔을 든 직장인들로 활력과 매력이 넘쳐난다.
다만 도심이라는 특성상 주거자체가 여의치않고 개발도 더뎌 거주 인구는 해마다 줄어 현재는 12만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미 서울의 중심은 강남으로 옮겨갔다는 평가도 많다. 하지만 대기업 본사가 여전히 많아 재정자립도 1,2위를 다투는 자치구이자 인쇄와 출판,의류, 화장품 산업 등이 건재한 지역으로서 유권자들은 땅값만 비싼 동네가 아니라 명실상부한 서울 도심으로서의 자부심이 회복되고 발전이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이런 기대가 6.1 지방선거 중구청장을 후보자를 고르는 일반적 기준이 될 것이다. 다만 투표라는 정치행위는 또다른 문제여서 이것이 승패를 가를 것일지는 미지수다.
예비 후보자들 모두 비슷한 공약을 내걸 수밖에 없는데다 서울의 경우 박원순 전 시장 재임 기간인 10년에 대한 평가와 맞물려 있고 시장을 선택하면 그 시장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시의회나 구청장을 같은 당 소속으로 뽑으려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세계 책의 날을 맞아 중구 구립도서관에서 행사 중인 서양호 중구청장. 서 구청장 블로그 캡처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서양호 현 구청장은 재선에 도전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으나 선거법 위반 논란에 이어 서울시선관위가 20일 사전선거운동에 따른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함에 따라 당 공천을 받는 것 자체가 쉽지 않게 됐다.
서 구청장은 지난 2019년 전국 최초로 6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월 10만원씩 지급한 '공로수당'과 교육청과 학교에서 운영하던 돌봄교실을 구가 직접 맡아 온종일 돌봄교실로 운영한 것 등을 대표적인 성과로 내세웠으나 사전선거운동 의혹에 발목을 잡힌 모양새가 됐다.
앞서 CBS노컷뉴스는 서 구청장이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상황임에도 소속 직원들에게 "선거법에 걸리지 않을 모임을 발굴·운영하라"며 본인이 구민들과 직접 접촉할 수 있는 행사를 만들라고 지시한 사실 등 공무원을 동원한 사전선거 의혹을 단독으로 보도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선관위는 20일 직무상의 지위를 이용해 소속 직원들에게 본인이 참석할 행사의 발굴 및 개최를 지시하고, 해당 행사에 참석해 선거구민을 대상으로 본인의 업적을계속적·반복적으로 홍보한 혐의가 있는 A씨를 서울중앙지방검찰검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서울시선관위는 A씨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서양호 구청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태균 예비후보와 최강선 예비후보. 각 후보 측 제공서 구청장의 선거법위반 논란 속에 민주당 부대변인을 지낸 김태균 후보와 8대 서울시의원을 지낸 최강선 중국체육회장이 중구의 발전을 외치며 최종 후보가 되기 위해 경합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가 3명 선에서 조용히 경쟁하고 있는 데 반해 국민의힘은 일부 후보들끼리 단일화를 선언하는 등 경쟁이 요란하고 치열하다.
후보 단일화를 선언한 정동일 전 중구청장(왼쪽)과 김길성 중구청장 예비후보. 김 후보 측 제공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 중구청장 예비후보인 정동일 전 중구청장과 성하삼 전 서울시의원, 박영한 중구 의원 등 3명이 김길성 예비후보자 지지와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들은 "김 예비후보가 대통령실 행정관과 용인도시공사 사장 등의 경험을 통해 역량이 증명된 가장 경쟁력이 뛰어난 후보이고 초·중·고를 중구에서 나온 '중구 전문가'이고, 중구 원팀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김길성 후보가 단일화 효과를 거두며 당내 입지가 높아진 모양새지만 김 후보 역시 최종 후보로 낙점받기 위해서는 갈 길이 만만치 않다.
이창학 예비후보와 윤민상 예비후보. 중앙선관위 캡처서울시 대변인과 시의회 사무처장을 지낸 서울시 간부 출신 이창학 후보가 외무고시와 행정고시를 합격한 30년 서울시 공무원 경력을 바탕으로 강하게 도전하고 있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후보 시절 '금융정책' 특보를 지낸 기업가 윤민상 후보도 부지런히 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5대 중구의회 의장 출신으로 현 국민의힘 서울시장 문화관광위원장을 맡고 있는 임용혁 후보는 "각종 규제로 구민의 삶의 질은 낮아져 가고 이웃들은 떠나가고 있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임용혁 예비후보. 중앙선관위 캡처서울시 공무원 출신인 이원붕 후보는 무소속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현재 예비후보를 당별로 보면 3명이 단일화를 선언하고 사퇴했는데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소속 후보가 4명으로 가장 많다.
서울 중구는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의 50.9%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38,2%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다.
서울의 다른 자치구와 마찬가지로 정권교체 초기인 만큼 곧 여당이 쪽을 밀어야 한다는 표심과 견제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혼재돼 있지만 선거법위반 논란과 예비후보자 등록 열기 등을 보면 국민의힘이 초반 앞서가는 분위기다.
30년간 을지로에서 인쇄업을 해온 석 모(57) 사장은 " 솔직히 어느 후보가 능력이 뛰어난지 큰 관심이 없지만 을지로의 한 오래된 냉면집을 보존한다고 근처의 집도 새로 못 짓고 개발도 안되는 걸 한참 지켜봤는데 한심했다"며 "시장을 고르면 나머지 구청장과 시의원은 같이 쭈르룩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