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의 박준희 현 관악구청장과 국민의힘 이행자 후보. 각 후보측 제공관악산에서 구 이름을 따온 관악구는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다.
전체 거주자 49만여명 중 만 19~39세 청년 인구가 20만명에 가까워 청년인구 비중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40%에 달한다. 강남에 직장을 둔 청년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거지를 찾아 모여들기 때문이다.
거주자 10명 중 4명이 2030세대로 청년표심을 잡는 게 선거 운동의 핵심 포인트 중 하나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박준희 현 구청장(59)과 4년 전 박 구청장에게 고배를 마셨던 국민의힘 이행자 후보(50)가 각각 '또 한번의 승리'와 '설욕'을 다짐하며 맞붙는다.
평소 창업과 문화 중심으로 지역 청년경제 '롤 모델'을 만들겠다고 강조해온 박 구청장은 재선에 도전한다.
그는 관악구 예산 1조원 시대 개막, 한국형 실리콘밸리인 관악S밸리의 기반 구축, 벤처기업육성촉진지구 지정 등을 민선 7기의 성과로 내세운다.
박 구청장은 "검증된 현직 구청장이 구정을 계속 이어가야만 관악이 흔들림 없이 지속 발전할 수 있다"며 "50만 관악구민의 염원과 시대적 소명을 받들어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또 관악발전 비전을 '더불어 으뜸 관악구'로 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6대 전략으로 △더불어경제 △더불어복지 △청년특별시 △으뜸 교육문화 △청정 안전삶터 △혁신관악청을 제시했고 선거 구호로 '관악경제 더 크게, 지역발전 더 빨리, 주민행복 더 높이'를 내놓았다.
주요 공약으로는 관악S밸리 2.0 추진, 행복한 1인가구, 전국 최초 청년문화국 신설, 청년문화공간 확대 운영, 청년 일자리 기회 확대, 서울대 협력사업 확대, 관악문화재단 확대 운영, 청년 문화도시 조성, 관악산공원 24 프로젝트 추진 등을 내놨다.
관악구의원(재선)과 서울시의원(재선)을 거친 박 구청장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이겨 관악구청장이 됐다.
국민의힘에서는 4년 전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나와 박 구청장에게 패했던 이행자 후보가 최종 후보로 확정됐다.
이행자 후보는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관악에서 나온 관악 토박이로 관악구의원과 제8~9대 서울시의원을 지냈다.
국민의당 대변인, 바른미래당 사무부총장을 거쳐 이준석 대표 취임 직후 인재영입위원으로 국민의힘에 합류했다.
그는 "4년 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러진 지방선거 패배의 상처를 딛고 차곡차곡 실력을 쌓아왔다"며 "윤석열 정부와 함께 봄처럼 새로운 관악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후보는 "관악은 서울 내에서도 손꼽히는 번영의 가능성을 가진 도시지만, 여전히 저평가받고 있다"며 "십 수 년째 '관악특별구, 더불어 으뜸 관악구' 같은 공허한 구호가 난무했지만 구민들은 여전히 낙후된 주거환경과 교통불편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관악의 현실은 지역 정치를 사실상 독점해온 민주당 일당 독주가 만들어낸 문제"라며 "관악의 풍경을 바꾸고, 관악구민 한 분 한 분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는 사람부터 바꿔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관악의 경쟁력은 청년이니 만큼, 관악의 청년들에게 단순한 시혜가 아닌 관악의 공기와 풍경을 바꿀 권한을 주겠다"면서 "관악형 '청년 디벨로퍼' 1백 명을 선발해서 청년의 아이디어로 관악구 도시정책을 혁신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사람이 모여드는 길, 청춘이 머무는 길을 테마로 청년들과 함께 샤로수길 10개를 만들어서 관악구민들의 주거 만족도와 지역경제 환경을 개선하고 관악의 창업·일자리 예산을 외지 출신 창업자들이 아니라 관악 청년들에게 우선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관악구는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가장 높아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텃밭으로 불렸다.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를 무려 19% 가까운 격차로 크게 이긴 바 있다.
2020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한 때 빼앗겼던 갑,을 두 석을 모두 가져갔다. 그러나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승리했다.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승리했지만, 윤석열 후보와의 격차는 불과 1만7340표(5.15%)에 그쳤다.
여전히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지만 10여년 전과 비교해서는 격차가 많이 좁혀졌다는게 지역정가의 분석이다.
이미 실력으로 검증됐다는 박준희 구청장과 젊고 깨끗한 힘으로 관악의 새 시대를 열겠다는 이행자 후보가 벌이는 4년만의 리턴매치. 지지기반이 두터운 박 구청장의 우세가 예상되지만 정권교체와 오세훈 서울시장의 당선 가능성 등을 등에 업은 이 후보의 추격 또한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