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개인 투자자에게 팔린 홈플러스 단기채권 규모가 2천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법인 판매분까지 합친 리테일(소매) 판매 규모는 5400억 원 수준으로, 홈플러스 채권 판매잔액 6천억 원 중 대다수가 개인·일반법인에 떠넘겨진 셈이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이 파악한 금융 투자업계 등의 자료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돌발 기업회생 신청 직전까지 홈플러스를 통해 발행된 홈플러스 기업어음(CP)·카드대금 기초 유동화증권(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단기사채 등 단기채권 판매 잔액은 총 5949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증권사 일선 지점 등을 통해 개인 투자자에게 팔린 규모는 2075억 원(676건), 일반법인에 판매된 규모는 3327억 원(기술·전자·해운업 영위 중소기업 등 192건) 규모다.
채권 대부분이 대형 기관투자자가 아닌 개인 및 일반법인에 판매된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특히 홈플러스는 신용등급이 A3-로 하락한 지난달에만 총 9일, 11회에 걸쳐 1807억 원에 달하는 단기물을 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물 종류별로는 ABSTB 발행이 1517억 원(4회)으로 가장 많았으며, 단기사채 160억 원(4회), 기업어음 130억 원(3회)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공식적으로 신용등급이 하락한 지난달 27일로부터 불과 이틀 전인 25일엔 820억 원의 ABSTB를 발행하기도 했다는 게 의원실의 설명이다.
강 의원은 "2월 25일은 홈플러스가 신용평가사 실무담당자로부터 신용등급이 한 등급 하락하게 될 것 같다는 예비평정 결과를 전달받았던 날"이라며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하락한 날 태연히 ABSTB를 무려 820억 원이나 발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홈플러스 조주연 사장(오른쪽)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는 모습. 왼쪽은 김광일 부회장 황진환 기자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는 A3-로 신용등급 하락을 공식 확인한 지난 달 27일 이후, 단 5일 만인 지난 4일 법원에 회생절차 신청을 했다.
하지만, 의원실의 2010~2024년 '신용등급 하향과 워크아웃 및 회생신청 기업 기간 정리'에 따르면, 이에 해당하는 7개 기업 중 신용등급 하향에서 기업회생 신청까지 기간이 가장 짧았던 기업은 ㈜웅진으로, 약 2개월이 걸렸다. 가장 길었던 곳은 LIG건설(약 3년 10개월)이었다.
전례상 신용등급 하락에 따라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는 데 아무리 빨라도 최소 2개월이 소요됐다는 설명이다.
강 의원은 "최근 10여 년 동안 워크아웃과 기업회생을 신청한 기업 중 신용등급 하향에 따른 자금조달 경색을 사유로 제대로 된 자구책 제시조차 없이 선제적으로 회생 신청을 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는 것은 MBK파트너스가 그만큼 모럴헤저드가 극에 달한 사모펀드사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용평가 등급 하락, 자금조달 경색을 이유로 단 5일 만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는 건 어불성설일 뿐, 실제로는 최소 2월에 회생 절차 신청을 준비했고 이 과정에서 투자자 피해는 무시한 채 2천억 원에 달하는 단기물을 발행한 것이기에 사기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매장을 자산으로 편입한 리츠나 부동산 펀드에서도 대규모 개인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홈플러스 점포를 기초 자산으로 둔 리츠와 펀드 규모를 1조 원대 수준으로 파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