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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상하이 봉쇄에 놀란 베이징 시민들…감염자 48명에 '너도 나도 사재기'[영상]

아시아/호주

    [르포]상하이 봉쇄에 놀란 베이징 시민들…감염자 48명에 '너도 나도 사재기'[영상]

    핵심요약

    인구 350만 차오양구에서 3일간 감염자 48명 발생
    구에서는 오늘부터 3일 연속 핵산 검사 등 비상
    주민들은 '상하이 꼴' 날라 생필품 구하기 전쟁 속으로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도 놀란다는 말이 있다. 지금 중국에서 펼쳐지고 있는 상황을 잘 설명해주는 말이다.
     
    중국에서 가장 개방적이고 국제적인 도시였던 상하이의 한 달에 가까운 봉쇄로 그 안에 사는 주민들이 먹거리 등 생필품 부족에 시달린다는 소식을 알게 모르게 전해들은 수도 베이징시 차오양구 일부 지역에서 사재기가 나타나고 있다.
     
    차오양구에서는 방역 당국이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관내 한 중학교를 중심으로 일주일 동안 코로나 19가 은밀하게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하고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간 48명의 감염자가 나오자 당국이나 주민들이나 비상이 걸렸다.
     
    베이징시 차오양구 일부 지역에서 사재기가 나타나고 있다. 베이징시 한 슈퍼마켓 계산대 앞 진을 치고 있는 사람들. 안성용 기자베이징시 차오양구 일부 지역에서 사재기가 나타나고 있다. 베이징시 한 슈퍼마켓 계산대 앞 진을 치고 있는 사람들. 안성용 기자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왕징도 차오양구 관할이다. 25일 아침 두부 한모를 사기 위해 현재 주거 단지 뒤쪽의 슈퍼마켓에 들렀을 때 정말 깜짝 놀랐다. 매장으로 입구로 들어가기 위해 핸드폰에 고정했던 시선을 뗀 순간 계산대 앞에 진을 치고 있는 사람들을 마주했다. 순간적으로 '아, 이게 사재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슈퍼는 개장한지 얼마 안됐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편도 아닌 것 같아서 언제 문 닫을까 속으로 생각했던 곳이다. 그런데 인구 350만 명의 차오양구에서 감염자가 사흘 동안 50명도 안 나왔는데도 생필품을 집에 쟁여놓기 위해 라오바이싱(일반 서민)들이 슈퍼로 몰려나온 것이다.
     
    점원들에게서는 처음 본 사자 인파 때문인지 목소리에 힘이 느껴졌다. 물건도 아직은 모자라지 않은 것 같았다. 고기 파는 곳, 생선 파는 곳 모두 붐볐다.
     
    슈퍼에 온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두부 코너에 들렀지만 평소 사던 두부는 품절됐는지 없고 품질을 장담하지 못하는 수제 두부 몇 모가 비닐봉지에 쌓여 있었다. 부근의 채소 코너는 드문드문 바닥이 드러난 곳이 보였다.
     
    비교적 비싸고 고급스러운 베이징시 또 다른 슈퍼마켓. 이 매장에서도 계산대를 향해 선 줄이 온 매장을 감싸고 있다. 안성용 기자비교적 비싸고 고급스러운 베이징시 또 다른 슈퍼마켓. 이 매장에서도 계산대를 향해 선 줄이 온 매장을 감싸고 있다. 안성용 기자
    집 앞에 있는 또 다른 슈퍼마켓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 곳은 비교적 비싸고 고급스러운 곳이어서 설마 여기까지 그렇겠냐는 생각을 했지만 방심이었다. 가게 밖에서 얼핏 보이는 계산대 풍경이 장난이 아니었다. 계산하려면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지만 이 마저도 과소평가였다.
     
    매장 안에 들어서자 계산대를 향해 선 줄이 온 매장을 감싸고 있었다. 비교적 매장이 크고 고급화 전략을 앞세운 곳이어서 계산대가 매장 좌우 두 곳에 있는데 두 곳 모두 긴 줄이 만들어졌다. 채소 코너에도 줄이 길게 만들어져 있어서 채소 구하기 전쟁이 벌어졌구나 생각했지만 계산대에서 시작된 줄의 연장이었다.
     
    두부 달랑 한 모 사기 위해 채소코너 앞 인파를 헤치고 들어갈 엄두도 안 났지만 5위안(약 900원)짜리 두부 한모 사기 위해 1시간 이상 줄을 설 엄두가 나지 않아 일단 모든 것을 포기하고 가게를 나왔다. 횡단보도를 건너 현재 사는 아파트 안에 들어서자 핵산 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선 주민들이 보였다.
     

    차오양구는 전날 25일부터 연속 3일간 핵산 검사를 실시한다며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한국에서는 하루에 50만 명 가까이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을 때도 물건 사재기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베이징의 중심구 가운데 하나인 차오양취에서는 사흘간 50명도 안 되는 감염자 발생에 놀란 물건 확보에 나선 것은 상하이 봉쇄로 벌어지는 현상을 똑똑히 목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이 지금 힘들어 하는 것은 코로나19가 아니라 '동타이칭링'으로 불리는 방역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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