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해 6월 대선 출마 선언 장소로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을 선택했다. 독립투사와 충청의 인연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모든 것이 메시지다
코로나19를 비롯해 재난 상황 때마다 등장하는 노란 민방위복은 정부의 재난 극복 의지를 전달하는 메시지다.
정치인들이 입는 옷의 색깔도 역시 메시지다. 얼마 전 대통령 선거 토론회 때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표의 빨간 넥타이는 윤석열 당선인과의 단일화 메시지로 읽혀지기도 했다.
공간 역시 메시지다
윤석열 당선인의 대선 출마선언은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진행됐다. 독립투사 이미지와 함께 충청의 연고를 강조한 메시지로 전달됐다.
정치인은 말할 것도 없이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현장을 찾아 회의를 열고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이유는 공간이 담고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복장도, 넥타이도 기자회견 장소도, 모두 자신의 철학과 방향성을 담은 메시지로 인식된다.
공간의 독점, 메시지의 독점
6.1 지방선거, 대전·세종·충남 시도지사 예비후보들의 출마 선언 '공간'을 살펴봤다.
우선 충남의 경우, 여야 모든 예비후보들이 충남도청 내 공간에서 출마를 선언했다. 많은 지지자들과 대형 펼침막 등 해당 시간만큼 충남도청 브리핑실은 그들의 '공간'이었고, 도지사로서 도청에 입성하겠다는 의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
세종시도 마찬가지였다. 여야 모든 예비후보들이 시청 내 공간에서 출마를 선언했다. 현직이든 도전자든 예외는 없었다.
하지만 대전은 달랐다.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은 모두 대전시의회에서 출마 선언을 진행했다. 민주당 내 경선 상대는 야외에서 출마 선언식을 진행했다.
반면 현직 허태정 시장은 시청 내 브리핑룸에서 출마를 선언했다. 공간이 품고 있는 상징과 메시지를 독점한 것으로 읽힐 수 있다.
불필요한 오해 또는 이중잣대
대전시는 평소 '정치적 목적'으로 브리핑룸이 활용되는 것을 지양해왔다. 정치인은 물론 시민단체에게도 개방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행정기관인 만큼 행정에 국한해 활용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현직 시장의 재선 출마 선언은 행정 행위일까, 정치 행위일까.
대전시 측은 "정치인과 행정가의 경계에 있지만, 재선 출마를 알리는 것은 시장으로서 시정에 임하는 행정 행위일 뿐"이라며 "이는 정치 행위로 볼 수 없고 다른 정치인들과의 차이점"이라고 밝혔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김정동 사무처장은 "민선 7기 성과와 아쉬움을 설명하는 자리였다면 행정적 행위로 볼 수 있지만, 출마 선언에 가까운 브리핑이라면 상대 후보들 사이에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정치적 목적을 경계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보다 정확한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