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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화된 검수완박 중재안대로면…'n번방 사건' 묻힐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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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체화된 검수완박 중재안대로면…'n번방 사건' 묻힐 수도

    민주당 26일 법안심사소위·법사위 전체 회의서 검수완박 법안 단독 처리
    "검찰 마구잡이식 별건 수사 막자는 취지인데 여죄 수사 어려워져"
    "이의제기 신청 주체서 고발인 빼, 제도 사문화 우려"

    '검수완박' 반대 속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 연합뉴스'검수완박' 반대 속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 연합뉴스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을 토대로 작성한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n번방 사건 같은 성착취물 제작 및 유포 사건 등을 제대로 수사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의 마구잡이식 별건 수사는 막아야 하지만 '사건의 동일성'이라는 조건을 달아 여죄 수사까지 막을 수 있어 진단과 처방이 잘못됐다는 비판이다.

    "단일성·동일성 범위 檢 보완수사, 여죄 수사 어려워져"

    더불어민주당은 26일 오후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어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형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소속 소위 의원들이 퇴장한 상태에서다. 더불어민주당은 곧장 법사위 전체회의까지 열어 두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르면 27일 본회의에 상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소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지난 22일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로 도달한 합의안을 기초로 법사위 조정의견을 반영해 만들어졌다. 국민의힘은 재협상을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합의 파기로 규정하고 약간의 수정을 했다.

    개정안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검찰 보완수사에 있어 '사건의 동일한 범죄사실의 범위 내에서만'이라는 단서 조항을 단 것과 △이의신청 대상 축소에 대한 부분이다. 개정안은 검찰의 보완수사는 살렸지만 단서 조항을 달았다. 형소법 제196조(검사의 수사) 2항을 신설해, 검사는 사법경찰관으로부터 송치 받은 사건에 관하여는 해당 사건과 동일한 범죄사실의 범위 내에서 수사할 수 있다.

    제198조도 신설됐다. 검사 또는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은 수사 중인 사건의 범죄 혐의를 밝히기 위한 목적으로 합리적인 근거 없이 별개의 사건을 부당하게 수사하여서는 아니되고 다른 사건의 수사를 통해 확보된 증거 또는 자료를 내세워 관련이 없는 사건에 대한 자백이나 진술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검찰의 보완수사 뿐 아니라 다른 수사기관의 수사에서도 별건 수사를 금지한다는 선언적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검찰 뿐 아니라 인권 변호사들은 '사건의 동일성'이라는 조건의 범위가 너무 넓고 수사에서 통용되는 것이 아니라 이대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일대 혼란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선 수사 과정에서 공범·진범·추가 범행·증거인멸·무고 등 꼭 필요한 여죄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크다. 장애인·아동 범죄 피해자를 공익 변호해온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현재도 보완수사가 존폐 위기에 있는데 넓은 의미의 '동일성'이라는 표현을 쓰게 되면 영장도 청구 족족 기각될 것"이라면서 "검찰의 보완수사 권한을 살렸다고 말만 해놓고 사실상 보완수사를 하지 못하게 만든 것이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무리한 별건 수사를 막겠다는 취지지만, 결론적으로 돈 많은 범죄자에겐 면죄부를 주고 힘 없는 서민들에겐 악법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범죄의 단일성·동일성의 해석이 쉽지 않다"면서 "법 좀 아는 사람들은 '검사의 보완수사를 거부할 이유'가 생기고 법정에서 수사권이 없음에도 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위법 수집증거'라는 주장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예를 들어 ①피의자가 동일한 경우 ②범죄사실이 동일한 경우 ③다수 피의자들이나 다수 범죄사실들 중 일부가 동일한 경우 ④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경우 등 어느 범위까지 동일하다고 봐야 할지 해석이 어렵다는 것이다.

    공봉숙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여조부) 부장검사는 아동 성착취물 관련 사건 등을 언급하며 "동일성·단일성 개념에 따르면 검사는 본건 범죄 수사를 통해 상당 정도 증거를 확보했음에도 다른 범죄 중 어떤 것도 더 이상 수사를 할 수 없고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를 해 수사를 이어나가야 한다"면서 "검사가 신속히 피의자와 공범들 신병을 확보하고 핸드폰과 컴퓨터 등을 압수해 추가 범행과 성착취물 유포를 방지하는 게 최선이 아니냐. 피의자가 도주하거나 증거 인멸될 가능성이 많고 사건이 검찰과 경찰을 오가는 동안 성착취물이 유포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여조부 검사들이 주로 다루는 아동 성착취물 관련 사건의 경우 죄명이 적게는 3개, 많게는 7~8개에 이를 정도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박병석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윤창원 기자왼쪽부터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박병석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윤창원 기자

    이의제기 신청 주체서 고발인 빼, 이의제기 신청 제도 사문화 우려  

    이의제기 신청 대상을 축소 시킨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형소법 개정안 제245조의 7(고소인 등의 이의신청)에 따르면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는 사람에서 고발인을 제외했다. 현재는 경찰이 112 신고를 받은 사건의 피해자나 시민단체 등 고발인이 경찰의 혐의 없음 등 불송치 결정을 받으면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고발인은 이의신청을 할 수 없게 된다. 이의신청 주체의 범위를 좁힌 셈이다. 이에 따라 정당, 시민단체, 기관 등 제3자 고발인은 경찰에서 불기소돼도 이의신청권이 없어서 검찰로 사건을 보내지 못한다. 이를테면 경기도청이 고발한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 법인카드 사건 등은 경찰에서 끝나게 된다.

    김예원 변호사는 "애초 검경 수사권 조정할 때 경찰에 1차 종결권을 주고 검찰 수사 지휘권을 전면 폐기하면 사회적 약자가 타격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고, 실제로 그랬다"면서 "당시 경찰은 고소인 뿐 아니라 피해자나 이해 관계인도 이의신청을 할 수 있게 주체 범위를 넓혔고 이의 신청 기한 제한도 안 뒀기 때문에 타격이 없을 거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 중 이의신청률은 5.6%에 불과할 정도로 망한 제도인데, 고소인을 더 줄여버리면 이의신청 제도는 사실상 없어지는 것"이라면서 "장애인 등 약자 피해자는 자기가 범죄 피해를 당해도 고소장을 써야 하는 것도 모르고 이의신청을 할 지도 모르는데, 이걸 아예 사문화 시켜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수사 검사로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은 차호동 대구지검 여조부 검사는 "n번방 사건의 경우도 10대 청소년들은 부끄러워서 자신이 고소장을 내지 않고, 대부분 단체나 상담사가 신고하는데 이의신청 주체를 줄이는 건 피해자 권리 구제를 축소할 뿐"이라면서 "검찰의 별건 수사에 대한 문제 인식을 공감하지만, 솔루션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 된 게 아닌가. 검찰의 권한 통제와 이러한 것들이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n번방 수사 검사' 차호동 검사가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한 글 (일부)
    [저는 n번방 수사검사입니다]
    1. n번방 사건은 일반 시민들의 적극적인 문제제기와 추적으로 이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 특히 박지현님 등 '추적단불꽃'에서 그 실체를 파고들어 국민들께 실상이 드러난 부분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2. 경찰관님들께서 혼신의 노력을 다하셨습니다.
     - 디지털 성폭력 수사 사례가 많지 않던 시점, 모든 게 새로웠으나 경찰관님들께서는 밤을 새워가며 몇 달 동안 그 실체를 추적하셨습니다
    - 디지털성폭력 범행의 특성상 처음에는 A가 범인인줄 알았는데 SNS 추적과정에서 B가 범인으로 바뀌기도, C가 범인으로 다시 바뀌기도 합니다
    - 1명의 피해자에서 시작한 사건은 전국에 흩어진 피해 유사 사례 모으기로 이어졌고 성착취 외 실제 성폭력, 협박 등 수많은 여죄, 수많은 공범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 수사 마무리 단계에서 저는 며칠 밤을 새워 초췌해지신 경찰관님께 정말 고개 숙여 인사드렸습니다. 검사로서가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드린다고 인사드렸습니다.
    3. 검사들도 함께 노력했습니다.
     -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은 모든 게 새로웠습니다. 새로운 법리, 참고할 판례 없는 범죄, 유포/재전송된 파일의 증거 능력 등등
    - 수사팀 검사들이 잠도 못 자고 끝없이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경찰관님들과 함께 기록을 분석하고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 그 수사과 정에서 새로운 피해자들이 드러나고 공범이 밝혀져 구속하기도 하였습니다.

    [중재안에 따르면]
    - 경찰 수사팀이 불법촬영에서 시작하여 N번방을 파고드시다 협박, 성폭력 수많은 여죄가 발견되어도 더 이상 수사 못합니다.
    - 온라인으로 연결된 수많은 공범들을 밝혀내도 더 이상 수사 못합니다.
    - 검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진범이 밝혀져도 수사 못합니다. 몰카범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살인범이라도 그 자리에서 체포조차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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