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연합뉴스코로나19 사태 이후
영유아가 어린이집에 머무는 시간은 줄어든 반면 방역 부담까지 짊어진 보육교사들의 근로시간은 더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자녀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는 부모들의 이용만족도는 소폭 올랐지만,
'희망 1순위 정책'인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은 여전히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보건복지부(복지부)는 '2021년 보육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보육실태조사는 지난 2004년 이후 영유아보육법 제9조에 따라 3년마다 실시되는 법정 조사로, 정부는 이를 토대로 보육정책 시행에 필요한 실증적 근거를 확보하고 있다.
6회차를 맞은 금번 조사는 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해 9월~올 1월 사회보장행정데이터 기준 보육료, 유아학비 또는 육아수당을 수급하는 2500가구(영유아 3471명) 및 어린이집 3300곳을 대상으로 수행했다. 조사에는 영유아 양육실태를 포함해 △양육에 관한 보호자의 인식 △어린이집 기본사항 및 운영현황 △원장·보육교사 등 보육 교직원 근무현황과 인식 등 보육환경 전반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보건복지부 제공 코로나19 발생 2년째에 접어든
지난해 어린이집 이용만족도는 약간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5점 만점에 평균 4.10점을 기록해 지난 2018년 4.02점, 2015년 4.03점에 이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시설유형별로는 직장어린이집이 4.62점으로 만족도가 가장 높았고, 법인·단체 등 어린이집 4.23점, 국공립 어린이집 4.15점, 가정 어린이집 4.12점, 민간 어린이집 4.02점 순으로 나타났다.
부모들은 대체로
교사들과 어린이집의 코로나19 방역 노력에는 높은 점수를 준 반면 시설·설비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만족도가 높았던 항목으로는 교직원(4.27점), 생활지도(4.20점), 안전관리(4.20)가 꼽혔고, 상대적으로 낮은 영역은 부모참여·교육(3.94점), 시설환경(3.94점), 주변환경(3.98점) 등이었다.
영유아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양육시설은 어린이집이 50.3%로 절반 정도를 차지했고, 유치원 26.5%, 반일제 이상 학원 등 기타 기관 2.8% 순이었다. 어떤 시설도 이용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20.4%였다.
보건복지부 제공 가구당 월평균 양육비는 97만 6천 원으로 2018년에 비해 10만 7천 원이 증가했다. 가구 소득 대비 19.3%에 이르는 비중이다. 가구 내 자녀 수 기준으로 분류해보면 1인 가구는 86만 3천 원, 2인 가구 130만 4천 원, 3인 가구 185만 5천 원 등이다.
'육아 휴직'은 아이 엄마가 단독으로 사용하는 비율(32.6%)이 여전히 대부분이었다. 다만, 아빠가 홀로 휴직하는 경우(2.1%)와 부모 모두 사용하는 사례(2.4%)도 3년 전보다 91%, 167%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복지부는 제3·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등에 따른 육아휴직 제도의 확대 효과가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취업 중인 양육자가 겪는 어려움은 △이른 출근과 늦은 퇴근 시의 양육 △갑작스러운 긴급 상황에서의 보육 △보육·교육기관 내 부모참여에 대한 부담 등으로 조사됐다. 직장생활을 하는 부모들이 일·가정을 원활히 병행하려면
이르거나 늦은 시간대, 긴급보육이 필요한 때 보육서비스를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영유아가 최초로 보육·교육기관을 이용하는 시기는 21.8개월로 2018년에 비해 0.9개월, 2015년과 비교했을 때는 2.3개월이 빨라졌다. 이들이 하루에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평균시간은 7시간 12분으로 2018년(7시간 24분)보다 12분이 줄었다. 보건복지부 제공 반면
휴게시간을 제외한 보육교사의 1일 평균 근로시간은 8시간 52분으로 2018년 당시 8시간 22분에 비해 30분이 증가했다. 다만 점심시간 등을 포함한 휴게시간은 52분으로 종전 조사(44분) 대비 8분 가량 늘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교사들이 기존 업무 외 원내 방역업무까지 떠맡게 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일과시간 이후 연장 보육을 맡은 교사들, 보조·대체교사의 구인난도 일정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추정이다.
육아정책연구소 김은설 선임연구위원은 "원아의 체류시간이 줄어든 것은 코로나 외 보육지원체계 개편을 통해 기본·연장보육반으로 이용시간이 명확히 구분된 이유도 있을 것"이라며 "장시간 이용이 필요하지 않은 가정은 오후 4시까지는 다 하원하는 쪽으로 장려했고 취업모(母) 등 꼭 필요한 경우에만 연장보육을 했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관련 조사를 맡았던 양미선 연구위원은 "감염병 관리를 위해
복지부·질병청에서 내린 지침을 대부분의 어린이집이 잘 수행하고 있었다"며 "부모님들에게 방역지침을 안내하고 확진자가 나왔을 때 격리 관리 등 업무가 굉장히 많아서 이에 따라 근무시간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보육교사 약 3300명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276만 4천 원으로 3년 전(217만 원)보다 27.4% 상승
했다. 기본급과 수당이 43만 4천 원, 정부가 지급하는 처우개선비 등이 8만 7천 원, 지자체가 지원하는 정기수당이 7만 3천 원씩 늘었다.
보호자들이 1순위로 원하는 육아 정책은 2018년에 이어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22.0%)으로 나타났다. 보육·교육비 지원 인상(21.7%), 육아 휴직제도 정착(14.8%), 보육서비스 기관의 질 향상(14.4%) 등도 함께 꼽혔다. 복지부 유보영 보육정책과장은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이 아직 미진하다는 지적에 대해 "당초 저희가 세운 공공보육 이용률 목표가 2022년 기준 40%였다"며
"34.3%는 지난해 말 기준 산출 결과로, 올해 말까지 40%를 달성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국공립을 비롯해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직장 어린이집을 2025년까지 전체 50%로 확충할 계획이다.
부모들은 어린이집에 대해 '교육 내용의 다양화'(27.9%)와 '보육 교직원 인력 증원'(23.6%)을 요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 연구위원은 "코로나 시기 어린이집에서 부족했던 것을 질문하니 등원을 못하고 집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어린이집에서 교재·놀이 등을 지원해주면 좋겠다는 응답이 있었다"고 말했다.
복지부 전병왕 보육정책관은 "이번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올해 향후 5개년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며 "보육교사와 어린이집, 부모 입장에서 여러 의견을 반영해 질 높은 보육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