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청사포 일대 전경. 부산 해운대구 제공취임을 앞둔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원자력발전사업 육성 등 에너지 정책 변화에 속도를 내면서, 탈원전 정책과 맞물려 추진된 부산지역 해상 풍력 발전 사업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게다가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업에 찬성하는 주민들이 여론전에 나서는 등 찬반 양론이 격화하며 또 다시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해운대구 해역이용협의 검토 수개월째…'주민 수용성' 확보 여부도 사업에 영향
부산 해운대구청. 송호재 기자
부산 해운대구는 청사포 해상 풍력 발전 사업과 관련해 사업자가 제출한 '간이 해역 이용 협의 협조 요청'을 검토 중이라고 28일 밝혔다. 해역이용협의는 해역을 이용하거나 개발하기 전 적정성과 영향 등을 검토하는 일종의 환경영향평가 단계다.
해운대구에 따르면 청사포 해상 풍력 사업을 추진하는 지윈드코리아 측은 지난 2019년 사업 예정지 지질을 확인하기 위한 시추 작업을 진행하겠다며 해운대구에 간이해역이용협의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해운대구는 용도구역 변경, 어촌계나 주민 동의 등이 필요하다며 여러 차례 신청을 반려하거나 보류했다. 특히 사업자가 요청한 해역 이용 협의를 '간이' 방식으로 할지, 용역 등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한 '일반' 방식으로 할지 판단해야 한다며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청사포 해상 풍력 사업과 관련한 행정 절차가 수년째 진행되지 않는 배경에는 지역 주민의 찬반 여론이 나뉘는 등 이른바 '주민수용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판단이 갈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해운대구와 구의회 등은 이미 주민 수용성을 문제로 사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온 바 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사업자 측은 사업 대상 해저의 지질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7개 지점에서 시추 작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인데, 이에 대한 해역이용협의를 간이 방식으로 해도 될지 여전히 검토 중"이라며 "사업 추진 전 권리자의 이해관계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자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과 어민 등의 동의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권 '탈원전 폐기'에 해상 풍력 사업 영향 불가피…6월 지방선거 앞두고 여론전도
해상풍력발전.이처럼 사업 자체가 수년 동안 사실상 표류하는 가운데,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 변화도 사업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기존의 탈원전 정책 폐기와 원전 사업 활성화를 선언하면서, 노후 원전 폐로 등 탈원전 정책과 맞물려 추진된 해상 풍력 발전 사업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오는 6월 지방선거와 지역 정치 지형의 변화 역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운대구는 홍순헌 구정장이 재선 도전을 공식화하면서 주요 의사결정을 사실상 선거 이후로 미룬 상태다.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주요 후보들도 해상 풍력 발전 사업 추진 여부를 공약에 포함하거나 지역 의견을 살피고 있어, 향후 선거 결과에 따라 사업의 향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주민 간 여론전도 다시 불붙고 있다. 청사포 해상풍력 발전 사업 추진위원회는 최근 사업에 찬성하는 주민 3만 7천여명의 서명을 받아 해운대구에 전달했다. 이들은 환경과 지역 발전을 위해 청사포 해상 풍력 발전 사업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사포 해상풍력 발전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 청사포 풍력 단지 반대 주민 대책위원회 제공반면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찬성 측 주민들이 모은 서명이 해운대 지역 주민을 대표하는 의견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신뢰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지방선거에 나선 구청장 후보들이 대부분 사업에 반대하고 있다며 선거가 끝날 때까지 상황을 살피겠다는 입장이다.
청사포 해상 풍력 반대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사업체 찬성하는 서명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서명한 시민이 모두 해운대주민인지 의심스럽다. 특정 보수 단체를 중심으로 서명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구청장 선거에 나선 후보 대부분이 사업에 반대 의사를 밝힌 만큼, 반대 명분을 강조하며 선거 이후까지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런 상황에 대해 지윈드코리아 측은 청사포 풍력 발전 사업은 이미 10여년 전 로드맵이 완성된 사업이기 때문에 에너지 정책이 바뀌거나 지방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윈드코리아 관계자는 "해상 풍력 발전 로드맵은 2011년 수립됐고, 결국 재생에너지 사업은 추진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풍력 발전 사업에 차질이 있을 거라고는 판단하지 않는다"며 "부품 공급이나 일자리 창출, 수출 경쟁력 등 산업적으로도 오히려 더 기회가 많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