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이미지 제공6.1 지방선거의 특징 중 하나는 전직 국회의원이 기초단체장에 도전하는 사례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의석을 대거 잃으며 자칭 '소수정당'이 된 국민의힘에서 특히 이런 경향이 강하다. 예비후보 규모를 보면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두 배에 달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내부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28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기초단체장 공천을 받기 위해 도전장을 낸 전직 의원 중에선 다선 의원이 상당하다. 4선 중진 출신의 신상진 의원은 성남시장, 재선 출신의 주광덕 전 의원은 남양주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역시 재선 출신인 정문헌, 이성헌, 이은재 전 의원은 각각 종로, 서대문, 강남 구청장에 도전장을 냈다.
2019년 10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 당시 자유한국당 여상규 법사위원장, 주광덕 의원, 윤석열 검찰총장,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승강기에 탑승하고 있다. 초선 출신은 더 많다. 정태근 전 의원은 성북구청장, 유정현 전 의원은 서초구청장에 각각 도전하고 있다. 이현재 전 의원과 홍장표 전 의원, 심규철 전 의원은 성남시장, 안산시장, 군포시장 공천권을 따내기 위해 경쟁 중이다. 김용남 전 의원과 이상일 전 의원은 각각 수원시장과 용인시장 후보로 확정됐다.
18대 국회의원 출신으로 당시 보수당 내 개혁세력으로 꼽혔던 정태근 전 의원은 성북구청장에 출마하면서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18대 국회의원으로 성북의 대변화를 이끌었다"며 "지지부진했던 재개발, 재건축도 속도를 올리고 절반 이상 망가졌던 장위뉴타운도 원래 계획대로 명품 주거지를 향한 재시동을 걸어야 한다"고 밝혔다.
지역구 국회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던 기초단체장에 이처럼 전직 의원들이 몰리는 현상에 대해 국민의힘 당직자는 "실제 행정 권한이나 예산 활용 면에서는 의원보다 기초단체장들의 힘이 더 세다"며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도전하는 후보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성남이나 용인, 수원 등 규모가 있는 시장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성남시장 시절의 성과를 토대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과거와 위상이 다르고, 따라서 더이상 '하향지원'이라고 볼 수 없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이 과정에서 잡음도 상당하다. 공천관리를 해야 하는 당협위원장 신분이다가 돌연 서대문구청장 출마를 선언한 이성헌 전 의원(서대문구청장)이 대표적이다. 서대문구청장 예비후보들은 공천 심사가 끝난 상황에서 추가 공모 형식을 빌려 이 전 의원이 출마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은재 전 의원. 이한형 기자
이준석 당 대표는 물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까지 인사 정책에서 '안배는 없다'고 공공연히 강조해왔음에도 갑자기 '여성 전략 공천'을 검토하고 있는 강남구청장 공천도 시끄럽다. 서울시당 공관위가 이미 4명을 강남구청장 후보로 압축한 상황이었지만 전략공천 지역이 되면서 중앙당이 끼어들었는데, 이 과정에서 이은재 전 의원이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전 의원은 의정 활동 기간에도 2020년 총선 공천에서 배제되자 탈당한 뒤 당적을 옮기고 계속해서 한국기독당, 한국경제당 등을 만들어 비례대표를 노렸던 인물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혈서를 쓰는 과정에서 피가 모자란다며 빨간 소독약을 사용했던 에피소드가 유명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내세웠던 원칙과 일반적인 상식과 어긋나는 공천의 내막을 따라가보면, 거기 결국 윗선의 의도가 있더라"면서 "문제는 이런 잘못된 공천이 다른 지역의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