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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선택 해군 중령 유족 "수사단장이 가스라이팅"

국방/외교

    극단 선택 해군 중령 유족 "수사단장이 가스라이팅"

    핵심요약

    해군 해양과학수사센터장 겸 5광역수사대장 A중령 극단 선택
    유서에 "너무 힘들다, 병과장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나" 등 남겨
    유족 "수사단장 C대령, 가스라이팅으로 고인 괴롭혀"
    수사를 하던 고인, 1년 전 신병교육대대장 맡아…이례적 인사
    "광수대장 겸직 뒤 권총 수사 관련 독촉 시달렸다"
    C대령 "조사본부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입수한 고인의 유서.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입수한 고인의 유서.
    해군참모총장 직속 수사단 지휘관이 사건 수사를 하다 중압감을 토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유족이 "상관의 괴롭힘과 가스라이팅(타인을 심리적으로 조작해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드는 일)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문제는 이 상관이 바로 해군 군사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수사단장이라는 점인데, 사건을 해군에서 수사하는 일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돼 국방부 직할부대인 조사본부가 이를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3일 군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해군 해양과학수사센터장 겸 5광역수사대장 A중령이 기지 내 샤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중령은 광역수사대장 자리에 있던 대령(진) 1명이 다른 보직으로 옮기면서 이 보직을 겸직, 지난 2월 퇴역한 참수리 고속정에서 45구경 권총 3정이 분실된 사건 수사를 맡게 됐다.


    사무실에서는 그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유서가 나왔는데 "너무 힘들다. 버틸 힘이 없다…누구 때문에 내가 이러는지, 병과장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나"며 "진급, 보직, 인생 이런 것들이 나를…겸직 이후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었다. 나를 힘들게 한 사람은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토로했다.

    여기에서 '나를 힘들게 한 사람', '병과장'은 그의 상관인 수사단장 C대령을 뜻한다고 고인 아내 B씨는 주장했다. B씨는 3일 CBS노컷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남편은 대령 진급을 앞두고 있었는데 가스라이팅과 괴롭힘에 시달려 몸무게가 10kg 넘게 빠졌다"며 "수사단장이 매일같이 권총 분실 사건과 관련해 '(수사 상황을) 보고하라, 사건에 진전이 없느냐'며 계속 압박을 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남편이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다녀온다고 치면, 전화해서 보고를 한다. 그러면 '그러든지 말든지 알아서 해' 같은 답이 돌아온다"며 "막상 복귀해서 일하고 있으면 전화가 와서 '갔다 왔으면 갔다 왔다고 보고하고 병명은 뭐라고 말해야지,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넌 모든 일을 이런 식으로 한다'고 힐난하곤 했다"고도 주장했다.


    여기에 더해 인사조치에도 부당함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A중령은 2020년 12월 3함대 군사경찰대대장 자리를 떠나 해군교육사령부 기초군사교육단 신병교육대대장을 맡게 됐는데, 이 자리는 민간인을 해군 수병으로 만드는 자리인 만큼 보통은 '배'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함정 병과에서 맡기 때문이다. 군사경찰이 보임되는 일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B씨는 "신병교육대대장 자리는 군사경찰에서는 어느 누구도 선호하지 않고, 누구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수사단장이 진급 대상자였던 남편을 이 자리로 보냈다"며 "지난해 말엔 (신병교육대대장을) 2년 연속 유임하라고 지시했지만 남편이 '진급 대상자인데 너무하지 않느냐'는 의사를 내비쳐 해양과학수사센터장으로 옮기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해군은 "군사경찰 병과가 과거 2직군(전투지원병과)이었다가 1직군(전투병과)으로 바뀌었고, 신병교육대대장 보직 또한 함정과 군사경찰 병과 둘 다에서 올 수 있게 개편됐다"고 설명했다. 해군 군사경찰 병과는 기지방어와 수사를 둘 다 하기 때문에 전투병과로 바뀌었으며, 때문에 원칙에 어긋나지는 않았고 어느 연차 장교가 가는 쪽이 적절한지 등을 잘 따져서 인사를 했다는 설명이다.

    B씨는 "남편은 수사를 하고 싶다고 토로해 해양과학수사센터장으로 오게 됐고, 그러다 기존 광역수사대장이 다른 보직으로 가게 되면서 광수대장을 겸직하게 된 뒤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2년 전에도 남편의 2년 선배를 진급시키지 않으려고 했다. 군사경찰 대령 진급 TO가 하나 나왔는데 이를 임기제 대령으로 바꾸고, 그 선배가 임기제 진급은 하기 싫다고 이야기하니 3년 더 선배를 진급시켰다"며 "올해는 수사단장이 남편의 후배가 진급하길 원해서, 장성 골프 모임에 데리고 다니면서 '이번 진급은 누구를 시켰으면 좋겠다' 같은 식으로 말했다고도 들었다"고도 토로했다.

    다만 군 소식통 등은 이런 식으로 진급 TO가 조정되는 일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설명한다. 임기제 대령은 말 그대로 임기가 지나면 군을 떠나야 하지만 일반 대령은 정년(만 56세)이 보장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해서 조정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다.

    다른 소식통은 "병과장은 본래 진급심사 때 전문위원으로서 참고할 의견만 제시하는 역할이었지만, 올해 심사부터는 병과 추천제도가 신설돼 병과장이 위원장이 된 병과추천위원회를 열어 그 결과를 심사위원들에게 제공하고, 이 의견이 심사에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도록 바뀌었다"며 "이는 병과장 권한이 더욱 막강해지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은 수사를 직접적으로 담당하는 군사경찰이 사망했다는 특성상 국방부 직할부대인 조사본부가 사건을 이관받아 수사하고 있다. 고인과 관련된 인사조치와 평소 업무 등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수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유족은 C대령이 과거 조사본부에서 일했고 수사 관계자들과도 같이 근무했던 적이 있어 공정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군 관계자는 "이번 사건 수사인력에서 조사본부 내 해군 인력은 전면 배제했고, 평소 수사할 때보다 더 많은 인력을 현지로 보냈다"고 말했다.

    조사본부는 아직 C대령을 형사입건하지는 않았다. 그는 각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해군 공보정훈실을 통해 "국방부 조사본부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만 답했다. 따라서 휴대전화 임의제출 뒤 디지털 포렌식 등 관련 증거 확보 절차에도 응할지 주목된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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