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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이후 장애인·노인학대 사건은 어떻게 되나

법조

    검수완박 이후 장애인·노인학대 사건은 어떻게 되나

    고발인 이의신청 못하게 한 '독소조항' 그대로 담겨
    직접 고소 어려운 장애인 등 사회취약계층 피해 가능성
    김예원 변호사 "경찰 불송치=대법원 확정 판결 초래"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중 두 번째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재석 293인 찬성 164인 반대 3인 기권 7인으로 가결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중 두 번째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재석 293인 찬성 164인 반대 3인 기권 7인으로 가결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인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형소법) 개정안이 공포되면서 우리나라 형사사법체계가 74년만에 대대적인 변화를 맞게 됐지만,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이 제한되는 등 독소조항이 그대로 포함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직접 고소하기 어려운 장애인이나 노인 등 사회 취약계층이 다시 한 번 구제를 받을 수 있는 법적 절차가 사라짐으로써 개악(改惡)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9월부터 시행되는 검찰청법·형소법 개정안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한다는 원칙 하에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위가 6대(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에서 2대(부패·경제)범죄로 축소된다. 또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사건에 대해 보완수사는 가능하지만, 시정조치 요구 불응 사건이나 이의신청 사건 등에 대해서는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만 수사할 수 있게 했다. 고발인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권한도 없앴다.

    더불어민주당 원안에 비해 보완수사 등 독소조항이 많이 사라졌지만 워낙 급하게 입법 처리하느라 고발인 이의 신청 폐지 부분 등은 그대로 남아 문제로 지적된다.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와도 관련이 적어 애초에 원안이나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에도 들어가 있지 않았던 조항이었는데 갑자기 본회의 상정안에 포함됐다. 이의신청은 지난해 검경수사권 조정 당시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져가면서 피해자의 방어권 차원에서 생긴 절차다. 경찰이 무혐의로 사건을 검찰에 불송치할 경우 검찰에 다시 한 번 이 사건을 살펴달라는 취지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경찰이 무혐의로 판단해 불송치한 사건에 대해 고소인, 고발인, 피해자 중 누구나 이의신청을 해서 검찰이 다시 한 번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9월부터 고발인은 이의신청이 불가능하다. 내부고발자나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해 시민단체 등 3자가 대신 고발하는 사건의 이의제기가 봉쇄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직접 고소가 힘든 장애인이나 노인 학대 사망사건, n번방 사건처럼 피해자가 불특정 다수인 성착취 사건 등이 다시 한 번 판단을 받아볼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장애인 학대 사건의 경우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란 곳에서 직접 사건을 조사하고 고발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검수완박 법안이 실행돼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이 사라지게 되면 경찰의 판단 한 번으로 사건 실체를 다시 규명해달라는 이야기를 할 수 없게 된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발간한 2020년 장애인 학대 현황보고를 보면 피해장애인 본인이 직접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학대신고를 한 경우는 전체 학대의심사례신고의 13.2%로, 스스로 학대를 인지해 신고하는 경우가 드물다.

    장애인권법센터 김예원 변호사는 "장애인 학대 사건의 경우 장애인이 사망하면 딱히 방법이 없을 수도 있다"면서 "고발인만 있는 사건은 그 사건이 불송치 결정됐을 때 그냥 그게 대법원 확정 판결이랑 똑같아지는 것이고,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러면 정말 자기 목소리를 못 내는 피해자는 어떻게 그것을 굴복하라고 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다만 고소인 대리를 하는 등의 방법이 있긴 있다. 그러나 처벌 의사마저 확인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독소조항의 문제점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장애인 노동 착취 사건 등의 법률 대리를 맡았던 최정규 변호사는 "법이 실행되면 가급적 변호사들이 고소 대리를 하겠지만, 처벌 의사마저 확인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면서 "그래서 장애인 관련 기관 등은 사실 기관으로서 고발을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도박이나 마약 사건, 환경오염 사건 등 피해자가 명확하지 않지만 사회적 법익을 침해하는 범죄들도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최 변호사는 "피해자가 명확하지 않은 범죄들은 고발을 했는데 경찰이 불송치했을 때 이의신청을 못 하면 방법이 없다"면서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하도록 고발인이 압박을 하는 등의 방식이 있긴 하지만 사실 그 사건을 하고 안하고는 검찰 마음이기 때문에 우연에 기댈 수 밖에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호자(학부모, 선생님 등 포함)에 의한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에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고소인이든 고발인이든 사건을 검사가 받아 처리할 수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 특례법의 경우 검사의 수사 지휘권이 있고 모든 사건이 다 송치되던 시절에 생긴 규정으로, 방점이 '신속'에 찍힌 법조항에 불과했다"면서 "그런데 검경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 법안 등이 너무 광속 통과되다보니 법끼리 충돌하는 에러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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