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 전 축구대표팀 감독. 대한축구협회2002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뤄낸 거스 히딩크(76·네덜란드)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브라질과 평가전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히딩크 감독은 3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 리셉션홀에서 열린 '2002 월드컵 20주년 기념 히딩크 감독 초청 대담'에 참석했다. 4강 신화를 함께한 애제자 박지성 전북 현대 어드바이저와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도 함께 자리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전날 브라질과 평가전에서 1 대 5로 패했다. 히딩크 감독이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치른 2001년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당한 프랑스전 0 대 5 참패를 떠올린 경기였다.
경기장에서 브라질과 평가전을 지켜본 히딩크 감독은 대표팀 선수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건넸다. 그는 "잠깐이라도 방심하면 곧바로 실점한다"면서 "실수하는 장면들이 많이 나왔는데 좋은 교훈이 됐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브라질과 경기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을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경기 시작 6분 만에 선제골을 허용하면서 흔들렸지만, 전반 30분 황의조가 동점골을 터뜨리며 영패를 면했다. 히딩크 감독은 "전반 20분까지는 압도당하고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면서도 "점차 본인들의 축구를 보여줬고 득점까지 성공시키며 멋있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실수를 통해 실점했지만 좋은 장면도 만들었다. 그 부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라질은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 히샤를리송(에버턴), 가브리에우 제주스(맨체스터 시티) 등 세계적인 선수들로 꾸려진 막강한 공격진을 자랑한다. 하지만 벤투호는 오히려 수비적인 전술이 아닌 특유의 빌드업 전술로 소신 있게 맞섰다.
상대가 브라질인만큼 수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히딩크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경기 결과의 영향으로 플레이 스타일을 바꾸면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서 "실수를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벤투호의 축구 스타일에 대해 칭찬했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은 지난 20년간 좋은 축구를 했다고 생각한다. 박스 앞에서 수비적인 축구를 하는 것은 매력적이지 않다"면서 "벤투 감독은 지금 현대 축구에 맞게 매력적인 축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열린 컨퍼런스 대담에서도 히딩크 감독은 매력적인 축구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한국 축구의 스타일이 현대적이고 매력적이란 걸 증명해야 한다"면서 "16강에 진출하지 못하더라도 한국 축구가 자랑스럽고 매력적인 특징을 세계에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