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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범 때문에 동료 잃은 변호사 "법정에서도 비난·달려들려 했었다"



대구

    방화범 때문에 동료 잃은 변호사 "법정에서도 비난·달려들려 했었다"

    방화범과는 약 6년간 재판 상대 측으로 법정에서 만난 사이
    "범행 이유 짐작 어렵다"
    "봉변 당하는 변호사 많아지고 있어"

    연합뉴스연합뉴스
    재판 과정과 결과에 불만을 품고 대구의 한 변호사 사무실에 불을 지른 50대 남성 A씨.

    A씨가 사망한 탓에 정확한 범행 동기가 밝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A씨가 노린 것으로 추정되는 변호사, 즉 불이 난 사무실의 B변호사에게서 그간의 이야기를 들었다. 사고 당일 출장 중이었던 B변호사는 화는 면했지만 많은 동료들을 잃었다.

    10일 변호사 B씨와 법원에 따르면 B씨는 약 6년간 한 시장 재개발 사업 관련 소송에서 시행사 대표의 변호인을 맡았다.

    이 사업 관련 첫 소송은 2016년 A씨가 시행사와 시행사 대표를 상대로 낸 '사업 투자금 반환' 민사였다. 이 재판을 진행하면서 A씨와 B씨는 대립 관계로 법정에서 처음 만났다.

    A씨는 기존 시장 부지에 주상복합 아파트를 짓는 사업에 약 6억 8500만원을 투자했으나 시행사로부터 원금조차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송은 장기간 진행됐고 2019년 1월 선고가 났다. 법원은 A씨의 일부 승소로 판결하고 시행사가 A씨에게 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다만 시행사 대표, 개인이 A씨에게 돈을 물어낼 필요는 없다고 봤다.

    이후 A씨는 항소심에서도 같은 결과를 받는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시행사로부터 돈을 반환받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A씨는 2019년 시행사 대표를 상대로 또다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 역시 시행사 대표측 변호는 B변호사가 맡았고 여기서는 A씨가 패소했다.

    A씨는 그렇게 약 6년간 B변호사와 법정에서 수 차례 만난 것이 전부다.

    B변호사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직접적으로 A씨와 대화를 해본 적은 없었다. 우리는 변론을 하면 재판정을 향해서 하지 상대방을 보고 하지 않으니까 직접 대화를 섞은 적은 한 번도 없다"며 범행 전에 개인적으로 항의 전화를 받은 것도 없다고 전했다.

    다만 A씨가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분노를 표출한 적은 여러번 있었다고 한다. B변호사는 "당사자니까 법정에 항상 나왔었고 그 사람이 법정에서 나를 비난하는 말을 가끔 했다. 그리고 (재판이 끝나면) 법정 밖에 나와서 (저에게) 조금 달려들려고 하는 그런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B변호사는 A씨가 왜 변호사 사무실을 노린 건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의문스럽고 전혀 상상도 못했다. 시행사 대표에 대해 집념을 갖고 있었던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사람들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 지, A씨 마음에 무슨 허상이 생겼는 지 이런 건 짐작할 수 없다"고 말했다.

    류연정 기자류연정 기자
    B변호사는 함께 일하던 사무실 직원들과 동료 변호사 등이 모두 갑작스레 숨진 심정을 이루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B 변호사는 "아침에도 장례식장을 찾아 유족과 함께 울다 왔다. 식구를 잃어 마음이 힘들다"고 말했다.

    아울러 B변호사는 재판 관련 범행, 즉 사법테러에 대한 의견을 묻자 "요즘 변호사들 중 법정 또는 법정 밖에서 상대방 측으로부터 봉변을 당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지고 있다. 거기에 대한 억제책이 나오지 않아서 변호사들이 변론하는 데 굉장히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B변호사는 "이번 사건이 그런 극단적인 사례인 것 같다. 그런 것들이 나중에는 잘 해결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당분간 사건 수습과 유족 지원에 전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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