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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기관총부터, 차기 특수전 기관단총까지 쏴봤다[안보열전]

국방/외교

    최신 기관총부터, 차기 특수전 기관단총까지 쏴봤다[안보열전]

    편집자 주

    튼튼한 안보가 평화를 뒷받침합니다. 밤낮없이 우리의 일상을 지키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치열한 현장(熱戰)의 이야기를 역사에 남기고(列傳) 보도하겠습니다.

    우리 군용 총기 개발한 SNT모티브 직접 방문취재
    국방부 조병창에서 시작, 민영화된 뒤에도 국산 총기 개발
    K15 기관총, 기존 K3 기관총보다 우월한 신뢰성
    STC-16 특수전 기관단총, 현재 군에서 시험평가 중
    "차기 소총도 STC-16 베이스로 만들지 않을까 싶다"
    M60 대체한 K16, 헬기용도 지상용으로 쓰는 다목적 기관총
    해외 노리고 만든 STSM-21 기관단총과 경찰용 리볼버도



    K15 기관총의 장전손잡이를 당겨 노리쇠를 후퇴고정시킨 뒤 탄통에서 나온 5.56mm 탄띠를 총에 끼웠다. 자세를 잡고 4~5발 끊어서 방아쇠를 당기니 총탄이 부드럽게 급탄되며 표적을 향해 날아간다. 이번에는 아예 탄이 다 떨어질 때까지 방아쇠를 당겼다. 총은 탄통이 빌 때까지 쉬지 않고 계속 불을 뿜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직원에게 "제가 지금 몇 발을 쏜 건가요?"라고 묻자 "100발"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기관총에 100발을 장전했으면 100발을 다 쏘는 일이 당연하긴 한데, 우리 군 일선에서 아직도 흔히 보이는 구형 M60이나 K3 기관총이었으면 기대할 수 없었던 모습이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은 지난 2일 부산에 있는 SNT모티브 공장과 사격장을 찾아, 현재 우리 군에 전력화된 총기들과 함께 앞으로 채용될 가능성이 높은 총기들도 두루 쏴봤다.

    국방부 조병창에서 시작해, 국산 군납 총기 모두 개발

    SNT모티브가 개발한 국산 군용 총기들. 왼쪽부터 K14, K15, K2C1. 김형준 기자SNT모티브가 개발한 국산 군용 총기들. 왼쪽부터 K14, K15, K2C1. 김형준 기자SNT모티브의 전신은 국방부 조병창이다. 실제로 회사 공장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이곳은 대한민국 최초의 총기를 제작한 장소이다'라고 쓰인 커다란 비석이 있었다.

    국방부 조병창은 베트남전이 끝나 가던 1974년부터 미국 콜트사 M16A1 소총을 면허생산했고, 이후 1981년 대우그룹에 인수돼 대우정밀공업이 되었다가 현재는 SNT모티브로 바뀌었다. M16A1뿐만 아니라 우리 군에 현재 전력화돼 있는 K1A, K2, K3, K4, K5, K6, K7, K14, K15, K16 등 국산 총기들은 모두 이 곳에서 탄생했다.

    취재진은 사격장에 가기 전 먼저 공장에 들렀는데, 방산업체 특성상 촬영은 불가능하지만 총몸과 총열 등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지켜볼 수 있었다. 총기마다 조금씩 다른 여러 다양한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 총열을 최종 검수하는 검수실로 갔는데, 규칙적으로 '딱, 딱' 하는 이상한 소리가 났다.

    가까이 가 보니 완성된 총열 약실에 보통탄보다 압력이 강한 고압탄을 넣고 격발시켜, 약실과 총열이 이를 버티는지 전수검사를 하는 과정이었다. 부품이 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면 그대로 폭발해 부상을 입을 수도 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옆에 무수하게 놓인 실탄을 능숙하게 끼워 격발시키는 직원의 모습에서 자신감이 느껴졌다.

    직접 쏴본 차기 '특수전 기관단총'이자 '차기 소총 초기형'…군 당국 테스트 중

    지난해 방산전시회에서 SNT모티브가 공개한 STC-16 시제품. SNT모티브 제공지난해 방산전시회에서 SNT모티브가 공개한 STC-16 시제품. SNT모티브 제공불행히도 우리 군은 최근까지 개인전투장비보다는 전차나 군함, 전투기 등 커다란 전력에 훨씬 더 관심이 많았다. 최신 전차를 모는 승무원들이 부모님보다 나이가 많은 장비를 차고 싸운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실이었다. 북한과의 전면전을 상정해야 하는 입장이었던 탓이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전면전 가능성은 낮아지고 저강도 분쟁이 잦아졌으며, 그만큼 소규모 특수작전이나 무력시위 등에 의한 분쟁 해결이 주류가 되고 있는 시대다. 커다란 무기체계가 가진 '화력'도 중요하지만 개개인의 전투력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을지도 중요해졌다. 군 당국도 특수전 부대에 지급되던 40년 된 K1A 기관단총을 교체하기로 마음먹고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SNT모티브가 만든 STC-16이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2형(구매) 사업에 단독 입찰, 현재 군 당국에서 시험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19년 방산전시회에서 처음 공개된 뒤 개량을 거쳐 현재 4세대까지 존재하는데, 취재진은 3세대 모델을 직접 사격해볼 수 있었다.

    일단 K1A/K2에 쓰이는 방아쇠 부품을 그대로 사용했는데, 군 시절 사격했던 해당 총기들보다 단발과 연발 사격 모두 느낌은 더 부드러웠다. 조정간과 노리쇠 멈치, 탄창멈치가 양쪽 모두에 있어 어느 손으로든 조작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군 당국이 요구한 사양은 11.5인치 총열이지만, 고객의 요구에 따라 총열 길이는 얼마든지 바꿔 적용할 수 있다고 한다.

    SNT모티브 송병조 책임연구원은 "K1A나 K2를 이미 사갔다면, STC-16을 구매한다고 해도 군수지원의 효율성을 위해 그전에 있었던 부품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나라들이 있다"며 "대신 개머리판과 손잡이 등 부품들을 시장에 많이 있는 AR(미군 제식명 M16) 규격과 호환되게 만들었고, 차기 우리 군 제식 소총도 아마 STC-16을 베이스로 만들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일단 지금은 특수전 부대에 지급될 '특수작전용 기관단총'이지만, 미래에 K2/K2C1을 대체할 차기 소총 사업에서도 이 총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STC-16은 차기 특수전 기관단총임과 동시에 사실상 차기 제식소총의 초기형이 된다.

    미군의 경우를 보면 1994년 M16을 단축해 만든 M4 소총을 보병부대용으로 채용했지만, 연발사격을 버틸 수 있도록 총열을 굵게 만드는 등 개수한 M4A1 SOPMOD도 특수부대용으로 채용했다. 이후엔 보병부대가 쓰던 M4들도 M4A1 SOPMOD의 장점들을 받아들여 대부분 M4A1 PIP로 개조됐다.

    취재진이 직접 사격해 본 STC-16 시제품. 김형준 기자취재진이 직접 사격해 본 STC-16 시제품. 김형준 기자한편, STC-16이 채택한 '숏스트로크 피스톤' 방식은 쉽게 말해 탄이 발사되면서 만들어진 폭발가스가 직접 노리쇠를 밀어주는 대신, 내부에 추가된 피스톤이 노리쇠를 미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내부에 탄매가 덜 끼지만 무게가 좀더 무거워지고, 몇몇 총기는 북유럽 등 매우 추운 환경에서 발사가 잘 안 되는 경우가 보고되기도 했다. 같은 방식을 채용한 독일 HK416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묻자 송 책임연구원은 "시험평가 가운데 영하 51도까지 내려가는 챔버에 6시간 넣어놨다가 쏘는 항목이 있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며 "진흙이나 모래먼지가 들어갔을 때 직동식보다는 피스톤 방식이 훨씬 잘 작동되고, 부품 수명도 오래간다"고 덧붙였다.

    오래된 M60 대체하는 최신 7.62mm 다목적 기관총 K16



    기존 M60을 대체하는 보병 소대급 기관총이자 차량, 장비 등에 모두 활용할 수 있게 설계된 다목적 기관총(GPMG) K16도 직접 쏴볼 수 있었다.

    일단 작동 방식은 K15와 같은데 7.62mm 탄을 사용하기 때문에 반동은 더 강했다. 다만 일행 가운데 덩치가 있는 인원이 같은 총을 쏘자 기자보다 더 반동 제어가 잘 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한 곳에 거치하고 쏠 가능성이 높은 GPMG 특성상 큰 문제가 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비에 놓고 쏘는 기관총은 그 특성상 반동이 어느 정도 상쇄되기 때문이다.

    물론 전차에 거치하느냐, 헬기에 거치하느냐에 따라 쓰이는 부품과 형태는 조금씩 달라진다. 그런데, 만약 헬기가 추락하면 승무원들은 헬기에 있는 기관총을 가지고 구출부대가 올 때까지 버텨야 하지만 기존 M60D 기관총은 이러기에 불편하다.

    K16은 헬기 거치용 버전도 보병용 방아쇠와 개머리판을 탑재해, 현장에서 곧장 지상전투용으로 바꿀 수 있게 만들었다. 물론 사격장에서 이 장점을 직접 느끼긴 힘들었지만 온갖 다양한 상황에 대응해야 하는 군용으로는 유용한 기능이다.

    '군용 총기'뿐만 아니라 기관단총, 경찰용 리볼버도 개발

    아직 군경에서의 채용이나 초도납품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업체가 개발한 9mm 기관단총과 리볼버 권총도 쏴볼 수 있었다.

    기존에는 국방부 조병창으로 시작한데다 군납 총기를 주로 만들다 보니 군경이 소요를 제기해야 개발이 이어지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해외 시장에서의 요구도 다변화되는 상황에서는 이렇게 해서 살아남기 어렵다. 그래서 SNT모티브는 해외 수출을 노리고 선제적으로 9mm 기관단총인 STSM-21을 개발했다.



    STSM-21은 AR계열의 조작성을 살린 9mm 기관단총으로, 2020년 방산전시회에서 처음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사실 나라에 따라 필요한 총기는 다르긴 하지만, 총기 소지가 가능한 나라의 경찰은 권총만으로는 모자라지만 소총을 들고 다니기엔 부담스러워 9mm 정도의 기관단총을 채용하는 일이 종종 있다.

    또 소음기를 부착할 경우 9mm 기관단총은 매우 조용해지고 반동이 적어 특수작전용으로 유용하다. 최근에는 5.56mm 소총탄을 기반으로, 탄두를 일부러 무겁게 만든 300 블랙아웃 탄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다지 흔한 탄이 아니어서 단가가 좀 나가는 탓에 아직까지는 9mm가 주류다.

    송병조 책임연구원은 "소음기를 자체 개발하고 있는데, STSM-21을 기반으로 저소음 화기로 만들려는 계획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쏴 본 STSM-21은 권총탄을 기관단총에서 쏘는 만큼 반동이 매우 적어, 잠시 이동했다가 멈추는 것이 아니라 아예 계속 걸어가면서 그대로 총을 쏘아도 무리가 없었다.



    STRV9 스마트 리볼버는 9mm 탄을 사용하는 경찰용 리볼버다. 기존에 쓰이던 38구경 리볼버는 실탄 사용이 제한적인 한국 경찰 특성상 '총은 쏘는 게 아니라 던져서 맞추는 것'이라는 영화 대사가 나올 만큼 강력사건 대응이 제한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9mm 탄은 현재 쓰이는 38 스페셜탄보다 강하지만, 그와 동시에 전 세계에서 가장 흔한 권총탄으로 일부러 탄두를 플라스틱이나 고무 등으로 만들어 살상력을 낮춘 저살상탄 등도 흔하다. 여기에 더해 탄을 언제 어떻게 발사했는지 자동으로 기록되는 스마트 모듈도 탑재된다.

    아직 초도물량 납품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경찰청이 SNT모티브를 관련 사업의 민간 사업자로 채택한 만큼, 조만간 우리 경찰의 허리에서 이 총을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저살상탄을 넣고 이 총을 직접 쏴 봤는데, 더블액션 방아쇠도 그다지 무겁지 않고 반동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다만 실제 상황에서 차량 등을 저지해야 할 경우가 생긴다면, 6발 모두를 저살상탄으로 장전했다간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전문가들도 새 총을 도입하는 일은 중요하지만, 지나치게 경직돼 있는 총기 사용 실태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시대는 변한다…다가오는 위협 대비해 소요 제기하는 군 정신차려야

    우리나라는 총기 소지가 민간에 허용되지 않았으며, 군 또한 전면전 위주로 대비태세를 갖춰 왔던 만큼 경찰용 총기나 개인전투장비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총기를 사용할 일 자체가 별로 없어서다.

    하지만 시대는 바뀐다. 냉전이 끝나면서 국가뿐만 아니라 테러나 범죄조직 등에 의한 안보 위협이 점차 증가하고, 지난해 '미라클 작전'처럼 해외에서 우리 국민을 구출해 오거나 하는 특수작전의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앞으로 다가올 위협에 대해 최대한 잘 분석하고 우리 군의 실태가 어떠하며, 대처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교리와 장비가 필요한지를 적확하게 파악하고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

    SNT모티브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에서 만든 국산 총기들까지 두루 사격해 본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사용자이자 소요를 제기하는 군에서만 세계적인 트렌드를 한 발 늦게 따라가다 이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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