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식료품점. 연합뉴스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40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시장 기대를 깨부수자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릴 수 있다는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이 재차 거론된다. 글로벌 물가 쇼크와 고강도 긴축 공포 속에서 우리 주식시장 전망엔 '먹구름'이 끼어있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5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8.6%나 급등했다고 발표했다. 1981년 12월 이후 최대폭 상승으로, 미국의 대표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집계한 전망치(8.3%)를 웃도는 기록이다. 3월에 8.5%였던 지수 상승률은 4월에 8.3%로 소폭 꺾이며 '인플레이션 정점론'에 미력하게 힘을 실었지만, 이번엔 3월보다도 오히려 높은 상승률을 보인 것이다.
특히 미국의 고강도 금리인상 조치에도 불구하고 고물가 흐름이 꺾일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장의 공포 심리는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연준은 지난달 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22년 만의 빅스텝(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 효과에 물음표가 붙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과 맞물려 연준이 6월과 7월 FOMC에서 연속 빅스텝을 밟은 뒤 9월에는 긴축 강도를 낮출 것이라고 봤던 시장 관측에도 다소 변화가 감지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선 긋기' 이후 잠잠했던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최근 빅스텝 단행 후 "향후 인플레이션이 하락하지는 않더라도 평평해질 것이며 더 많은 증거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은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와 제프리스는 이번 CPI 발표 후 "6월 FOMC 회의에서 연준이 0.75% 포인트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의 발언조차 더 이상 시장에 안도감을 주지 못하는 모양새다. 6월 FOMC 회의는 오는 14~15일로 예정돼 있다.
뉴욕증권거래소
'물가 쇼크'는 곧바로 뉴욕 증시 급락으로 이어졌다. 10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880.00포인트(-2.73%),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16.96포인트(-2.91%), 나스닥지수는 414.21포인트(-3.52%)씩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번 주 국내 주식시장 역시 글로벌 충격파를 반영하며 약세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지난주 코스피 지수는 미국 CPI 발표가 이뤄지기 전임에도 14거래일 만에 2600선을 내준 채 2595.87에 거래를 마쳤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3월 이후에는 물가 정점론에 대한 의견이 확산되는 과정이었는데, 이번에 CPI 상승률이 3월보다 높게 나오면서 정점론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드는 상황이다. 시장 충격이 꽤 크다"며 "한동안 (코스피 지수는) 2600선을 지지선 삼아 버텼는데, (지지선이) 한 단계 낮아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