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한 지역농협의 직원이 수십억 원대 자금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최근 대규모 횡령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이어 발생하는 횡령 사건의 원인을 놓고 전문가들은 '도덕적 해이'와 '기업 내부 감시 체계의 미흡'을 지적했다.
1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대규모 기업 횡령 사건 피의자들은 대부분 암호화폐, 주식, 도박 등 투자처에 횡령금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까지 금융자산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투자를 통해 큰 이익을 손쉽게 벌 수 있을 것이라는 '한탕주의'적 기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경기 광주의 한 지역농협에서 수십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직원 임모(36)씨도 이같은 사례다. 임씨는 지난 4월부터 코인(암호화폐) 및 스포츠토토로 탕진한 금액을 만회하기 위해 농협 자금을 자신과 약정한 타인의 계좌로 이체하는 수법으로 수십회에 걸쳐 약 50억 원 가량을 횡령한 의혹을 받는다.
경찰 조사에서 임씨는 "손해본 금액을 만회하기 위해 서울 화곡동의 한 복권방 사장에게 투자하는 방식으로 계좌 이체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복권방 사장 A씨는 취재진과 만나 "평소 돈을 입금해주고 (복권을) 찍어달라는대로 찍어주고 수수료만 받았다"며 "처음에는 주말에 십만 원씩 와서 찍고 갔다"고 밝혔다.
이어 "나중에는 (임씨가) 여기에 거주하지 않고 (화곡동은) 처가 쪽이라고 밝혔다. 집이 다른 곳인데 앞으로 돈만 보내주면 찍어줄 수 있느냐고 했다"며 "매번 시간마다 와서 찍지는 못하니까 편의를 위해서 몇몇 분만 해드렸다"고 설명했다.
횡령금을 복권에 투자했음에도 손실을 만회하기 어려워지자 임씨는 점점 투자금을 늘렸던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최근에 엄청 많이 찍었다. 한 1년 내에 많아졌고 특히 최근 3월에 금액이 커졌다. 처음에는 50만 원 수준이다가 점점 늘어 천만 원 단위도 했다"고 말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이는 최근 기업에서 연이어 발생하는 대규모 횡령 사건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모습이다. 임씨처럼 이들 사건 피의자들 다수는 암호화폐, 주식, 도박 등 고수익 투자처에 횡령금을 썼다. 애초 투자로 손실을 본 뒤 이를 만회하려고 회삿돈을 횡령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 2월에 검거된 계양전기 재무팀에서 근무한 김모씨는 2016년부터 6년 동안 도박으로 잃은 돈을 만회하려 회삿돈 246억 원을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횡령금으로 암호화폐, 도박 등을 하다가 대부분 잃었다.
지난 7일 적발된 KB저축은행 직원 B씨는 2015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약 6년 동안 회사 내부 문서를 위조해 94억 원을 빼돌렸다. B씨 역시 횡령금의 대부분을 도박으로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탕주의'를 노리고 회삿돈을 횡령한 사례도 있다. 지난달 검거된 우리은행 직원 전모씨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은행 돈 약 614억 원을 횡령해 골프장 사업과 주가지수옵션 거래 등에 투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회사 내부의 회계 감시 체계가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단국대 김태기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회사 내부에서 감독 시스템을 둬야한다"며 "오랜 기간 동안 상당한 자금이 빠져있는 것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횡령 범죄자 하나를 벌 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관리하는 책임자도 관리 소홀로 책임을 묻는 등 엄벌해야 체계가 개선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횡령 범죄에 대해 양형 기준을 높이는 등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법무법인 담윤 박세영 대표변호사는 "나중에 적발돼 처벌받더라도 횡령금을 딴 곳에 은닉한 뒤 몇 년 실형을 살고 나와 살겠다는 사람도 있을 지경"이라며 "다른 범죄들과 형평을 비교했을 때 조심스럽지만 양형 기준을 올리는 등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