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CJ ENM 사옥에서 '퀸덤2' 제작진을 만났다. 왼쪽부터 이형진, 이연규, 유준상 PD. CJ ENM 제공2019년 시작한 '퀸덤'은 K팝 정상급 여성 아이돌 그룹이 한날한시에 싱글을 발매하고 경쟁하는 컴백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뛰어난 기량과 무대매너를 뽐낼 수 있는 장이 된 '퀸덤'을 통해 출연한 그룹들의 '퍼포먼스'가 주목받았고, 시청자들에게도 호평받았다.
'퀸덤'의 남자 버전 '킹덤'과 '킹덤'의 전초전 격인 '로드 투 킹덤'을 거쳐, 다시 '퀸덤'이 시즌 2로 돌아왔다. 방송 시기를 올해 상반기로 잡아두었던 엠넷은 프로그램을 끌고 갈 MC부터 공개했다. 바로 소녀시대 태연이었다.
당시 '퀸덤2' 제작진은 "태연은 K팝의 글로벌을 리드한 대표 뮤지션으로 국내외 폭넓은 음악 팬층을 갖고 있고, 무엇보다 후배 걸그룹들에게는 닮고 싶은 롤모델로 프로그램 내 진행자 역할을 넘어 다양한 롤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캐스팅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CJ ENM 사옥에서 '퀸덤2'를 연출한 이연규, 이형진, 유준상 PD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출연진과 MC 섭외 뒷이야기를 물었을 때, 이들은 프로그램 기획 때부터 고려했던 게 'MC 태연의 존재'였다고 밝혔다.
'퀸덤2'에서 그랜드 마스터로 활약한 소녀시대 태연. 엠넷 제공이연규 PD는 "처음 프로그램 기획했을 때 (출연진) 라인업보다도 먼저 MC 누구 할까 질문하는 순간, '태연씨랑 하고 싶어요'라고 했다. 이 프로그램이 나아가야 할 방향 같은 거였다. 여기 출연하는 라인업이 걸그룹으로서 지향해야 할 '기획 의도'랄까. 저한테는 (태연이) 그런 의미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소녀시대로서도 정상이었고, 솔로 아티스트로서도 정상을 달리는 태연씨가 이 친구들과 같이 호흡을 맞추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해 제안 드렸다. 흔쾌히 (수락)해 주셨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다양한 예능에서 진행자로 활약 중인 이용진에 관해서는 "대세 연예인이자 예능인인 이용진씨 스케줄 잡기가 너무 힘들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두 사람의 호흡은 어땠을까. 이형진 PD가 "둘 다 (MBTI) I 아닌가?"라고 운을 떼자, 이연규 PD가 "둘다 I(내향형)이어서 처음에는 어색해 하셨지만 (최종회) 생방송 때 보니 두 분 호흡이 정말 좋더라. 사고 없이 유연하게 잘하시고. 사실 생방송 시간이 3시간인데 너무 길지 않나. 이건 서바이벌이기도 하고. 나중에 리액션 캠을 보니 둘이 되게 여유 있게 잘하더라"라고 설명했다.
'퀸덤2'의 출연진 선정 기준은 '음악방송에서 한 번이라도 1위를 한 여성 가수'였다. 그렇게 브레이브걸스·비비지·우주소녀·이달의 소녀·케플러·효린이 참여를 확정했다. 아이돌은 분기나 연 단위의 중장기 계획이 미리 짜인 경우도 많아서, 무엇보다 일정 조율에 신경 써야 했다. 방송 일자는 일찌감치 정해졌지만 누군가 컴백할 수도 있고 투어를 돌 수도 있었다. 다행히 모든 팀이 '퀸덤2' 일정에 부담 가지 않는 선으로 조율을 잘해줬다는 후문이다.
왼쪽부터 비비지, 우주소녀. 엠넷 제공유준상 PD는 "멤버들이 각 팀에서 가진 컬러가 (시청자에게도)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며 "케플러 히카루라는 친구는 일본인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단기간에 한국어를 배워서 랩을 한다. 우주소녀에서는 여름씨가 독무를 한다. 팬분들은 이런 걸 알지만, '저런 매력이 있는 친구가 저 팀에 있구나' 하는 걸 (대중도) 알았으면 좋겠다 싶어 리얼리티에 조금 더 녹이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이형진 PD는 "'우리 OO 춤 잘 추는데 보여줘서 좋다' 등 (출연진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역할을 (저희 프로그램이) 한다고 생각한다. '퀸덤2' 통해 이 그룹을 알게 되고, 멤버를 알게 됐다는 댓글 봤을 때가 가장 좋았다. '퀸덤2' 출연 후 팬이 유입돼 팬덤이 확장되길 바랐다"라고 밝혔다.
인상적인 캐릭터를 갖춘 그룹이나 멤버를 묻자, 이연규 PD는 브레이브걸스라고 답했다. 이연규 PD는 "사실 연예인이면 리얼리티에서 조심스러울 수 있는데, 거의 동년배 친구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엄청 털털했다. '아, 이게 브레이브걸스의 매력이구나' '이래서 인기가 많구나' 하고 느꼈다"라고 부연했다.
이형진 PD는 비비지를 꼽았다. 그는 "실제로 얘기해봐도 너무 솔직해서 깜짝 놀랐다. 아이돌이다 보면 아무래도 제작진과 얘기할 땐 조심하기도 하고 꾸며서 얘기하는 것도 없지 않아 있을 것 같은데 너무 솔직하고 소탈하게 얘기해 주셔서 아이돌 스타랑 얘기한다는 느낌보다는, 딱 그 나이대 분들 같았다. 그들이 할 만한 고민을 똑같이 하고 있고. 그 점이 방송에도 잘 나온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왼쪽부터 케플러, 브레이브걸스. 엠넷 제공비비지는 '퀸덤2'의 예능적 요소를 담당하는 주요한 팀이기도 했다. 그중 비비지 신비는 '자아가 있는 미간'으로 웃음을 선사했다. 자칫하면 기분이 안 좋아 보인다고 오해할 수 있지만, 실은 매우 기분 좋은 상황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팬들이 선물한 토퍼(글귀가 프린트된 것)를 든 모습이 대표적이다.
이형진 PD는 "팬들도 미간 얘기를 했을 정도로 팬들 사이에서는 너무 유명하고 본인도 조금은 걱정하긴 했다. 여러분의 자연스럽고 솔직한 모습이 방송에서 그려질 거니, 솔직한 매력을 보여주시면 시청자분들이 알아주실 거라 했다. 신비씨는 그렇게 해 주셨고 그래서 시청자들이 그 모습을 되게 좋아해 주셨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만약 악의적으로 편집했더라면 찌푸리는 것만 썼을 거다. '집중하는 미간' 이런 자막 안 넣고"라며 웃은 이형진 PD는 "대중도 (이런 캐릭터를) 엠넷이 재밌게 활용했다는 정도로 생각하시니까 오히려 재밌게 넘어가셨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대표곡, 커버곡, 보컬과 댄스 유닛, 신곡 등 '퀸덤2'에서는 경연 프로그램에 걸맞게 다양한 미션 아래 팀의 개성이 드러나는 여러 무대가 펼쳐졌다. 인상적인 무대가 무엇이었는지 묻자, 이연규 PD는 "효린씨가 엄청 대선배이고 혼자 솔로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무대 꽉 채운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매 무대에 그전 회차에서 보여준 것과 완전 상반된 걸 보여줘서 항상 기대되고 놀라웠다"라고 전했다.
왼쪽부터 효린, 이달의 소녀. 엠넷 제공우주소녀의 '팬터마임'과 댄스 유닛 미션에서 나온 '탐이 나'. 이형진 PD는 이 두 가지를 언급했다. 붉은색만이 강조된 채 흑백으로 처리되다가 중반부에 들어서야 비로소 제 빛깔을 찾는 '탐이 나 무대'는 그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다. 이형진 PD는 "그건 제가 아이디어를 드렸다. 관능적이고 우아한 느낌으로 연출해 보면 어떨까 해서 의상에 레드를 넣었다. 저희도 아티스트가 원하는 부분 중 가능한 건 해 드리고, 의견 주고받으면서 같이 만들어갔다"라고 말했다.
이번 '퀸덤2' 이후 출연진에게 어떤 소식이 들리면 가장 기쁠 것 같냐는 질문에 이형진 PD는 한 팀 한 팀 다 다르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브레이브걸스는 역주행 그만하고 정주행으로 꽃길만 걸으신다면 저희가 되게 보람 느낄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연규 PD는 "브레이브걸스는 국내 팬덤이 탄탄한데 아직 글로벌 시장에는 진출 안 한 거로 안다. 글로벌 팬덤이 더 확장되면 되게 기분 좋은 소식일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형진 PD는 "비비지만의 색과 매력을 대중이 많이 알아봐 주셨으면 한다"라고, 이연규 PD는 "이달의 소녀는 해외 팬덤이 워낙 탄탄하고 많은 거로 아는데 국내에서도 열두 분의 이름이 각인될 만큼, 이걸 통해 국내 팬덤이 많이 유입됐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케플러에 관해서는 "4세대 걸그룹 대전인데 여기서 선배들과 경쟁하면서 많은 내공 쌓은 것들을 K팝 시장 안에서 펼쳐, 실력으로나 매력으로나 독보적으로 눈에 띄는 신인이 된다면 어떨까. 글로벌 투표를 통해 만들어진 그룹이지만 국내 대중은 모르는 분이 많았는데 '아, 저렇게 열심히 하고 잘하는 신인이 있었구나' 알아봐 주시면 좋지 않을까"(이형진 PD)라는 답이 돌아왔다.
'퀸덤2' 단체사진. 엠넷 제공우주소녀를 두고는 "숨은 명곡이 많은데, 이젠 이 친구들이 우주소녀고, 우주소녀 노래를 찾아 듣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 친구들이 캐릭터가 되게 좋고 예능감이 있으니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섭외도 많이 받는 팀이 되었으면 한다"(이연규 PD)라는 의견이 나왔다.
효린에 관해 이연규 PD는 "K팝 신에서 여성 솔로 아티스트가 소수인데, 그 안에서도 되게 독보적으로 멋진 언니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이형진 PD는 "되게 똑똑한 아티스트, 현장 공연에 최적화된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 한국에 이렇게 잘하는, 가창력과 퍼포먼스 뭐 하나 빠지지 않는 아티스트가 있다는 것, 솔로 아티스트로 확립을 글로벌적으로 한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저희가 ('퀸덤2'에서) 공연해도 TV로 나가면 현장감이 조금 떨어져요. 코로나가 끝날 테니 여섯 팀 공통으로 다 공연을 많이 해서 팬들이 직접 이 친구들을 가까이서 보고 매력을 느꼈으면 해요. 매체 통해 보는 것보다 현장에서 에너지가 넘치니 꼭 확인했으면 해요." (이연규 PD)<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