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윤동 스크린X PD와 이지혜 4DX PD. CJ CGV 제공36년 전 세계 영화 팬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던 '탑건'의 후속작 '탑건: 매버릭'이 개봉 1주 차보다 2주 차 주말 관객 수가 증가하는 기현상인 개싸라기 흥행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특수관, 특히 4DX와 스크린X가 결합한 4DX 스크린은 3주 차에도 전석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장르적 유사 영화들의 전체 관람객 중 4DX나 스크린X 등 기술 특별관 관람객 비중이 엔데믹 이후 높아지는 추세다. '탑건: 매버릭'의 경우 남성의 비중이 높고, 특히 30~40대 남성의 기술 특별관 관람 비중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탑건: 매버릭'을 연출한 오윤동 스크린X PD와 이지혜 4DX PD를 만나 영화가 특수관 포맷으로 재탄생하게 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지혜 CJ 4D플렉스(4DPLEX) 4DX 스튜디오 팀장은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스파이더맨: 노웨이 홈' '듄' '모가디슈' '몬테크리스토: 더 뮤지컬 라이브' 등 다수의 작품을 연출한 베테랑이며, 오윤동 CJ 4DPLEX 스크린엑스(ScreenX) 스튜디오 팀장 역시 '모가디슈' '곤지암' '부산행' '블랙핑크 더 무비' 등을 연출한 실력파 PD다.
외화 '탑건: 매버릭'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외화 '탑건: 매버릭'을 찾는 관객 중 상당수가 4DX, 스크린X 등 특수관을 찾고 있다. 이러한 특수관 인기 이유를 어떻게 분석하고 있나?
이지혜 4DX PD(이하 이지혜) : 일반적으로 4DX와 핏(적합성, 맞음새)이 잘 맞는 장르는 액션, 카체이싱 등 라이드 장르를 비롯해 어드벤처, 그 외에는 판타지 등 비현실적 장르와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0년 넘게 해오다 보니 관객분들에게도 그런 장르가 높은 신뢰를 갖고 있다. '탑건: 매버릭'은 이미 예고편을 통해 후반 라이드 액션을 보여줘서 이에 대한 기대가 높았고, 그에 걸맞게 연출이 잘 들어가서 특별관 포맷을 많이 찾는 듯하다.
오윤동 스크린X PD(이하 오윤동) : 스크린X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탑건: 매버릭' 스크린X 버전은 일반 2D와 달리 내가 같이 비행하는 느낌을 선사한다고 바이럴(바이럴 마케팅, 온라인에서 네티즌의 자발적 연쇄 반응을 노리는 마케팅 활동)이 이뤄졌다. 관객 사이 바이럴이 생성되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관객들이 다시 극장에 오면서 반드시 극장에 와야 하는 이유를 찾는데 그 대안이 특화관인 것 같다. 특히나 영화가 팝콘 무비에 가깝다 보니 어떻게 재밌게 영화를 즐길까 하는 관점에서 많이 찾아주시는 것 같다.
외화 '탑건: 매버릭'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탑건: 매버릭'은 그 어느 때보다 극장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려준 작품이다. 이번에 4DX, 스크린X으로 연출하는 과정에서 각 포맷에 맞게 담아내려 했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
이지혜 : '탑건: 매버릭'이 특히 더 그렇긴 하지만, 우리가 가장 주안을 두면서 콘셉트를 잡는 포인트는 '감정'이다. 보통 영화에서 사람들이 이입하는 대상에 맞춰서 4DX가 어느 정도 감정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탑건: 매버릭'은 전체적으로 흘러가는 서사가 성장 스토리에 가까운 느낌도 있다. 4DX적으로 처음부터 어트랙션(놀이기구)한 체감만을 주고자 했다면 더 강하게 했겠지만 '탑건: 매버릭'은 성장 스토리에 더 초점을 맞춰야 후반에 가서 전투가 더 빛을 발하고 사람들이 감정 이입을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밸런스 조정에 신경 썼다.
영화를 보면 샷이 굉장히 빠르게 바뀌는데, 비행기가 움직이는 방향에 맞추지 않고 저 배우가 그 전에 어떻게 움직였기에 표정이 이렇게까지 힘들어지고 어깨가 심하게 흔들리는지 등 최대한 맥락을 디테일하게 하나하나 분석하면서 연출하려 했다. 그게 우리가 실제 전투기를 몰아보진 않았어도 배우의 감정과 표정을 전달할 방법이라 생각했다.
오윤동 : 당시는 아날로그로 기록한 영화가 현대 디지털 시대로 들어와 스크린X라는 뉴미디어로 재탄생하면 어떤 느낌일까, 특히 연출 PD들과 어떤 가치를 줘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새로운 영상을 만드는 작업이라 우리 스스로 모든 걸 결정하지 않고 감독과 할리우드 제작사, 배급사와 소통했다.
최초에 제안한 건 항공 활주 신에서는 확실히 스크린X로서 확장해서 2D와 완전히 다른 몰입감을 선사하고 싶다는 점이었다. 감독과 제작사도 그런 면에서 강점이 있을 것이란 점에서 기대를 많이 했다. 사실 스크린X가 실질적으로 전체 영화를 확장하진 않는다. 반드시 다 확장한다고 좋지 않다는 걸 여러 검증 사례로 확인했다. 영화 내에서도 스크린X가 펼쳐지는 순간, 그 찰나의 타이밍을 '인점'이라고 표현하는데, 그 인점을 어디로 잡을까 연구를 많이 했다.
소소하지만 비행기 양옆 날개가 나오는 것들이 단순히 아무 데서나 나온 걸 따다 붙인 게 아니라 실제 사용한 항공기 모델을 찾아서 날개의 디테일을 다 살렸다. 아군은 물론 적군 비행기도 본편에 사용한 모델 그대로 디테일을 살렸다. 특히 '탑건: 매버릭'에서 이런 점에 신경을 많이 썼고, 관객분들도 그런 디테일을 더 좋아하고 소구해 주시지 않나 싶다.
7월 5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운영하는 특수관인 4DX 스크린 예매 현황. 전 회차 매진된 모습. CGV 홈페이지 캡처 ▷ '탑건: 매버릭'은 스크린X 분량이 58분으로 장편 영화 중 최고 수준이라고 들었다.
오윤동 : 절반 이상이 스크린X로 나온다. 이게 분량이 많다고 관객 만족도가 올라가는 건 아니다. 분량만큼 관객분들이 얼마만큼 체험하는 느낌을 받느냐가 중요하다. '탑건: 매버릭'은 물리적 분량도 길었는데 체감 분량도 길었던 거 같다. 영화 자체가 굉장히 빠른 전개 속 빠른 액션이 산발적으로 나오는데, 그 장면들마다 스크린X 장면이 나오면서 각인 효과를 잘 주지 않았나 싶다.
스크린X 양옆 확장 영상은 영화의 정보 측면에서 보자면 중요한 정보는 아니다. 중요한 정보는 좌우에 디자인하려 하지 않는다. 관객이 좌우를 보는 게 아니라 가운데 화면에 몰입하길 바라고, 좌우는 도움을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마치 VR(가상현실)처럼 해당 공간에 있는 느낌을 받길 바란다. 확장되는 배경과 정보라고 보면 된다.
▷ 주연 배우인 톰 크루즈도 4DX나 스크린X 연출에 관해 감상을 남겼나?
오윤동 : 처음 '탑건: 매버릭'을 소싱(구매)할 때 첫 번째 전제조건이 톰 크루즈가 만족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 PD가 영국에 가서 직접 피칭을 했다. 이전에 한 스크린X 포맷을 10분 정도 짧게 시연했는데, 보자마자 하자고 했다. 제작과정에서는 톰 크루즈부터 감독, 제작사와 계속 긴밀하게 피드백을 봐줬다.
4DX 포맷으로 만날 수 있는 영화 포스터. 각 배급사 제공 ▷ '탑건: 매버릭' 이후로 관객들이 또 기대할 만한 라인업에 관해 정보를 줄 수 있나?
오윤동 : 올해 확정된 하반기 큰 타이틀로는 '토르: 러브 앤 썬더' '한산: 용의 출현' 등이 있다. 토르는 QC(Quailty Check, 품질 검사)를 끝냈는데 역대급이란 반응이다. 마법 같은 게 많은 건 스크린X으로 보면 몰입감이 크다. '한산: 용의 출현'은 스크린X으로 봤을 때 학익진이 펼쳐지는 장면이 꽉 차게 느껴질 거다.
열차에서 벌어지는 액션 영화인 '불릿 트레인'과 '비상선언'도 준비 중이다. '비상선언'은 '탑건: 매버릭'과 유사하게 항공에서 벌어지는 테러물이다. 그러다 보니 항공 활주 액션이 많은데, '탑건'만큼 느낄 수 있는 밸류(가치)가 명확하다. 하반기에 마블 영화를 비롯해 더 큰 영화들이 있다. 그리고 '엘비스'가 곧 개봉한다. '보헤미안 랩소디'가 역대 스크린X 1위 영화인데, 공연 장면에서 기가 막히게 나왔다. '엘비스' 공연을 과거에 가서 직접 보는 느낌이다.
이지혜 : 비현실적인 장르, 물리적인 법칙을 깨부수는 장르가 4DX로 잘 어울리는데, 우리도 그런 영화들을 연출할 때 상상하면서 사실 기반이 아닌 꾸며낸 연출들을 관객들에게 제시할 수 있어서 재밌게 작업하고 있다. 그런 게 바로 '토르: 러브 앤 썬더'다.
'한산: 용의 출현'은 이번에 굉장히 스케일이 크다. 스케일 큰 해상대전에서 한 방울 물까지도 체감하면서 배 위에 같이 타고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연출하고 있다. '비상선언'도 재난 상황에 내가 온전히 던져질 거 같은 느낌이 들 수 있게 작업할 예정이다.
<하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