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마포구청에서 열린 신임 구청장 취임식에서 박강수 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오세훈표 복지모델인 '안심소득' 시범사업이 본격화 된 가운데 서울시 구청장들이 오 시장의 시정목표인 '약자와의 동행' 관련 사업을 앞다투어 내세우고 있다.
오 시장은 5일 박강수 마포구청장 취임식에 참석했다. 25개 구청장 취임식 가운데 유일하게 참석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시 측은 "다른 구청장 취임식은 일정이 겹쳤는데 마포구청은 겹치지 않은데다 개별 초청이 있었다"며 의미 확대에는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눈길을 끈 것은 마포구가 최근 조직개편을 일부 추진하면서 기존 복지교육국을 '약자와동행국'으로 바꾸겠다고 한 점이다. 노인, 임신부, 장애인 등 서민과 사회적 약자의 복지를 강화한다는 취지다.
박 구청장은 "서울시의 '약자와 동행하는 복지특별시'에 발맞춰 복지보육국을 약자와 동행국으로 바꿔 복지 예산을 아낌없이 투자하겠다"며 "사회적 약자와 동행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도 "박 구청장의 열정과 집요함을 보면 없는 길도 만들어 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7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모두 점심 식사를 무료로 대접하고 싶다'는 구상이 머릿 속에 남는다"며 "대화가 끝날 때쯤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높이 평가해 주목을 끌었다.
그간 서울시 구청장들이 소속 정당의 색깔을 앞세우는 경향이 강했던 것과는 사뭇 차이가 있다. 관악구의 '더불어 으뜸 관악'이 대표적이다. 유력 대선후보이기도 한 광역단체장의 시정목표를 구청장들이 주요 복지사업과 공약으로 전진배치하는 사례는 드물다.
'약자와의 동행'은 정치권이나 민간의 공익광고로도 많이 쓰여 친숙하지만 지난해 대선 경선 전후 서민복지를 의미하는 용도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국민의힘의 호남 구애를 의미하는 '호남과의 동행'으로도 사용돼 정치권에서 이슈가 됐다.
서강석 송파구청장은 "낮은 자세로 구민 섬기자"며 대한민국 공동체에 기여 헌신한 분들,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소외된 일반 구민을 우선 보살펴야 한다며 역시 약자와의 동행을 강조한 바 있다.
김태우 강서구청장도 지난 1일 취임식에서 5대 공약 중 하나로 '사회적 약자와의 동행'을 내세우며 "장애인 종합사회복지회관 건립과 장애인 생활체육시설을 확충하고 임대아파트를 고급화 하는 한편, 탈북민과 다문화 가정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도 획기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서초구는 사회적 양극화 해소를 목표로 이보다 앞선 2018년 밝은미래국를 신설하고 작년 5월 '서초형 약자와의 동행' 사업 종합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타 구청들도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약자를 지원하는 '하후상박형' 복지정책을 기본으로하고 있다. 핵심은 '약자와의 동행'이 선별복지에 가깝다는 점에서 보편복지에 거부감이 큰 국민의힘 출신 구청장들의 가치와도 맞아 떨어진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중앙정부가 기본적으로 추진하는 복지정책이 있고 서울시나 자치구가 이를 보완하는 사업은 큰 틀에서 바뀐 것은 없지만 최근 복지의 사회적 배려계층 범위가 청년이나 1인가구 등으로 넓혀져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행보"라고 말했다.
서울시 한해 복지예산은 저소득, 장애인, 보건, 보육, 주거, 교육 등 7개 분야 13조원에 달한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각종 사회복지 사업 대부분의 예산을 중앙정부와 서울시로부터 교부받는 자치구 입장에서는 지역 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서울시의 복지사업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서남권지역의 한 구청장은 "오세훈 시장의 '약자와의 동행'에 대한 가치에 적극 공감한다"며 "노인과 저소득층 등 사회적 배려층이 많은 우리 자치구의 입장에서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다양한 복지사업을 유치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모아타운 등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못지 않게 '약자와의 동행'을 최우선 과제로 선별적 복지를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오세훈표 가치동맹'에 동의하는 구청장들도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