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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겨울'이 온다…가격 폭락에 '치킨 게임' 우려까지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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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산업

    메모리 '겨울'이 온다…가격 폭락에 '치킨 게임' 우려까지 나와

    핵심요약

    트렌드포스는 "업체들의 가격 전쟁이 촉발되면 D램 가격 하락폭이 10%를 넘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대만의 IT 매체인 디지타임스는 업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하반기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을 인하하는 것을 숙고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메모리 반도체 제조 공정 자료사진(이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SK하이닉스 제공메모리 반도체 제조 공정 자료사진(이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SK하이닉스 제공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올해 전자기기 판매가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 가격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3분기 D램 가격은 10% 가까이 떨어지며 '치킨 게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6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메모리카드·USB향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4.67달러로 전월 4.81달러보다 3.01% 떨어졌다.

    낸드플레시 고정거래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선 건 2020년 10월 이후 1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당시 4.2달러였던 낸드 고정가격은 지난해 4월과 7월 각각 8.57%와 5.48% 상승해 4.81달러까지 오른 뒤 11개월 동안 변함이 없었다.

    D램 가격은 9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D램 PC향 범용제품(DDR4 8Gb 기준)의 고정거래가격은 지난 5월 전월보다 1.76% 하락한 3.35달러를 기록한 뒤 6월에도 같은 가격을 유지했다. 최근 고점이었던 지난해 9월(4.1달러)에 비해서는 18% 하락한 수치다.

    PC용 D램(DDR4 8GB) 현물가격은 지난 1일 기준 3.27달러로 전주보다 1.1% 하락했다. 대리점을 통해 일시적으로 이뤄지는 거래가인 현물가격은 반도체 업황의 선행지표다. 통상 4~6개월 후에는 고정거래가격에 반영되는 만큼 향후 D램 가격은 하락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트렌드포스 제공트렌드포스 제공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5일 "하반기 수요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일부 D램 공급업체들이 재고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격 인하 의사를 보이기 시작했다"며 "3분기 D램 가격은 2분기보다 10% 가까이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랜드포스는 지난달 20일에는 3분기 D램 가격이 전분기보다 3~8%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불과 2주 만에 가격 하락폭을 10%로 수정한 것이다. 트렌드포스는 특히 "업체들의 가격 전쟁이 촉발되면 가격 하락폭이 10%를 넘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대만의 정보기술(IT) 매체인 디지타임스는 이날 업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하반기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을 인하하는 것을 숙고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메모리 반도체 공급업체들의 가격 인하 경쟁은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결과적으로 글로벌 대표 메모리 기업으로 우뚝 서게 된 시발점이었던 2007년의 '치킨 게임'을 떠올리게 한다.

    반도체 제조 시설 자료사진(이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삼성전자 제공반도체 제조 시설 자료사진(이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삼성전자 제공
    치킨 게임은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한 자동차 게임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2대의 자동차가 마주서서 돌진하는 시합에서 정면 충돌을 피하는 '겁쟁이'가 진 것으로 판정하는 게임으로, 겁쟁이의 속어인 '치킨'을 따서 명명됐다.

    메모리 반도체는 세대와 용량에 따라 모든 제품이 균질하다는 특징이 있다. 기술 우위를 확보하고, 일정 수준의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을 달성해 원가 경쟁력을 갖춘 메모리 반도체 공급업체는 자사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가격을 낮출 경우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

    수십개 업체가 난립하던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2007년 시작된 '치킨 게임'으로 소수 업체가 과점하는 현재의 구도로 재편됐다. 2008년 세계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일본 엘피다(당시 2위), 독일 키몬다( 당시 3위) 등이 줄줄이 파산했다.

    마이크론 자료사진. 연합뉴스마이크론 자료사진. 연합뉴스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D램 시장을 삼분하고 있는 미국의 마이크론은 이미 '치킨 게임' 방어에 나섰다. 마이크론은 최근 다음 분기(6~8월) 매출이 시장 전망치(91억4천만달러)를 크게 하회하는 72억달러(약 9조 3천억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직전 분기에 비해 16.5%, 전년 동기 대비로는 13% 각각 하락한 수치다. D램과 낸드의 가격 전망치를 감안하면 마이크론의 다음 분기 매출 전망치는 전분기 대비 10% 이상의 출하량 감소를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키움증권 박유악 연구원은 "경기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고객사의 재고 조정 영향도 있겠지만 이는 D램 산업의 수요 비트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 성장률)를 크게 하회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점유율 획득보다는 업황을 방어하겠다는 마이크론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몇 분기에 걸쳐 생산량을 조절하기 위한 조치를 신속히 취했다"며 "기존 재고를 소진하고 생산량 증가를 둔화시키며 고객사에서 급격한 가격 인하를 요구할 때 주문을 중단함으로써 전체 수익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PC와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수요 부진으로 향후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시장 점유율을 둘러싸고 정면으로 대결하기보다는 경기 반등을 기다리며 손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메모리 반도체 회사들은 호황기 과잉 생산 탓에 보유 현금을 소진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경기 침체로 이어진 이력이 있다"며 "마이크론의 방어적 계획은 메모리 산업이 또 다른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에 빠질 것을 경계하는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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