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7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윤창원 기자징계 절차가 개시되고 78일 만, 7시간 45분이라는 긴 심의 시간 끝에 결국 중징계 결정이 도출됐다. 결과적으로 이 기간은 지리멸렬한 당내 혼란과는 별개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정치 생명을 천천히 잃어가는 시간으로 기록됐다. 드디어 나온 결론에도, '집권당 대표에 대한 중징계'라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라는 점에서 당내 혼란은 해결되지 않고, '이준석 대 윤핵관', 당내 잠재적 당권주자끼리의 경쟁 등 되레 전선이 확대되고 갈등은 노골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전날 오후 7시부터 8일 새벽 2시 45분까지 국회 본관에서 8시간 가까이 회의를 열었다. 이 대표로부터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한 소명을 듣고 내부 논의 끝에 '당원권 6개월 정지'라는 중징계를 결정했다. 성상납 관련 사실확인서를 받고 7억원 투자유치약속 증서를 작성해준 의혹을 받고 있는 김철근 정무실장에 대해서는 '당원권 정지 2년'이라는 징계를 내렸다. 윤리위가 사실상 이 대표가 김 실장을 통해 증거 인멸에 나섰다는 의혹을 인정한 셈이다. 다만 윤리위는 성상납 여부 자체는 판단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대표의 경우 그간 결백을 주장하면서 이번 윤리위 심의에서도 3시간 가까이 소명에 나섰지만, 중징계를 받은 결과 곧바로 당원권이 정지됐다.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일은 없다"고 공언해왔던 이 대표는 윤리위 재심 청구,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징계 결정 후에는 즉각적 입장을 내진 않은 이 대표는, 그간 검토한 대응 시나리오와 특유의 기동력을 발휘해 머지 않아 입장을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징계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과 함께 당내 친윤 그룹으로부터 '피해자'라는 점을 여론에 환기하는 등 공중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윤리위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가 한 발언에서도 그런 징후가 포착된다. 그는 "선거 기간 목이 상해서 스테로이드 먹어가면서 몸이 부었다. 여기저기서 살이 쪘냐고 놀림까지 받아가면서 선거를 뛰었던 그 시기에도 누군가는 선거에 이기는 것 외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라며 '이용 당하고 버려진' 자신의 처지를 설명했다. 이런 시각은 이 대표를 지지하는 2030 세대 그룹에서 이미 위력을 발휘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윤리위의 이번 결정으로 도덕성에 타격을 피할 수 없는 만큼, 경찰 수사 끝에 무혐의 결과를 얻지 않는 한 이 대표의 '피해자' 포지션이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한 다선 의원은 "이 대표는 젊음이 최대 정치적 자산이라 시간이 자기 편"이라면서 "경찰조사 결과가 늦게 나올 지언정, 무혐의라는 것이 결국 밝혀지면 이 대표는 큰 선거를 두개나 이기고도 토사구팽 당했다는 정치적 스토리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체적 진실과 시간, 여론이 모두 주요 변수인 셈이다. 이 모든 갈등의 '본질'이라 평가받는 차기 공천권, 이 권력이 실행되는 총선까지는 아직 2년이나 남았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차원에서는 궐위 상태인 당 대표 리더십을 두고 시계제로의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당원권 정지 효력이 곧바로 시작된 만큼,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 역할을 하게 된다. 이 기간 동안 잠재적 당권주자들끼리 이 대표의 잔여 임기 동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 곧바로 차기 공천권을 쥔 당 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의견 등 서로 유리한 방식을 주장하며 신경전을 벌일 것이다. 이 과정은 '이 대표를 둘러싸고 한 달 넘게 이어온 당내 소란이 결국 당권 투쟁을 위한 것'이라는 부정적 메시지를 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당 안팎의 우려다.
이 대표를 포함한 국민의힘 지도부와 차기 당권주자, 관련 논란에서 이 대표와 대립구도가 형성됐던 친윤그룹까지 모두, 당장은 여론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로우키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초유의 사태를 여론이 어떻게 해석할 지가 이 모든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기준이기 때문이다. 앞서 이 대표에 대한 징계와 관련해 당 안팎에서는 "경찰 수사 결과도 모른 채 중징계가 내려진다면, 이는 한나라당 시절로 돌아가는 신호탄"이라는 해석과 "이미 확인된 사실만으로도 중징계가 불가피하다. 더 이상의 분란은 없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대립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