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차 안에서 흉기를 들고 위협하는 동거남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다 흉기를 휘두른 4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과잉방위를 인정받아 무죄를 선고받은 사례는 극히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
CBS노컷뉴스 2022년 1월 13일자 [단독]갇힌 차에서 흉기 피하려 '공포 속 저항'…과잉방위 무죄]
8일 수원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신숙희)는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A(42)씨의 선고 공판에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18일 오전 12시 7분쯤 경기도 수원에서 이동 중인 차량 조수석에 앉아 운전석에 있던 동거남 B(50)씨의 가슴팍을 흉기로 한 차례 찌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피고인이 피해자와 다투다가 칼로 상해한 사건으로,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선 무죄가 선고됐다"며 "사건을 살펴보면 피고인이 과연 흉기로 피해자의 우측 가슴 부위를 찔렀는지도 불분명하다는 판단이 든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설령 피고인이 찔렀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흉기를 들고 피고인이나 피고인의 가족에게 여러 위해를 가하려고 협박하는 상황이었다"며 "극심한 공포감 속에서 피고인이 냉정을 잃고 그런 행동을 한 것은 법이 인정하는 과잉방위로 본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과잉방위는 늦은 밤이나 공포에 빠진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과한 수준'으로 방어한 행동이다.
사건 당일 A씨는 자정이 넘은 늦은 시각, 동거남 B씨가 모는 차에 타고 있었다. B씨는 친오빠 집에 갔다가 밤늦게 귀가한 A씨가 외도를 했다고 의심하고 차에 태운 채 친오빠집으로 향했다. 술에 취한 B씨는 A씨의 친오빠를 해치겠다며 흉기를 챙겼고, 이에 A씨도 무방비 상태인 오빠에게 건네주기 위해 흉기를 들고 차에 올라탔다.
B씨는 가는 내내 욕설을 했다. 특히 한 손에 흉기를 들고 A씨의 목에 갖다 대거나 허벅지를 내리치기도 했다. 그러다 차량이 정차한 사이 차 안에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B씨는 오른쪽 가슴을 한 차례 찔렸다.
1심에서 검찰은 "피고인은 피해자의 행동을 보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오히려 미리 범행도구를 준비하고 상해를 가했다"며 정당방위나 과잉방위가 아닌 공격행위라고 주장하며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A씨가 B씨를 찔렀다고 하더라도 무죄에 해당되는 '과잉방위'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이 근거로 제시한 건 형법 제21조 3항. 이 조항은 '야간이나 공포, 경악, 흥분, 당황한 상태에서 한 행위'일 경우엔 과잉방위로 인정해 처벌하지 않도록 정하고 있다.
즉, 늦은 밤 흉기를 든 동거남에게 협박을 당해 차량에 탑승하고, 욕설과 폭행까지 당하는 등 A씨는 과잉방위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재판에서 배심원 7명은 특수상해 인정(인정 4명·불인정 3명), 정당방위 불인정(인정 1명·불인정 6명)했다.
하지만 형법 제21조 제3항 과잉방위(불가벌적 과잉방위)에 대해선 만장일치로 인정된다고 판단하면서 무죄 평결을 했다.
재판부도 같은 입장을 내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의 범죄사실은 배심원 전원이 평결하는 바와 같이 형법 제21조 제3항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제21조 제3항에 따른 '과잉방위'가 인정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며, 1심과 2심에서 연달아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는 더더욱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