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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5년짜리 정책?…방폐물 처리·재생E 대책은 '미흡'

산업일반

    또 5년짜리 정책?…방폐물 처리·재생E 대책은 '미흡'

    수명 만료 원전 계속가동 하는데 방폐물 대책은 기존대로?
    원전 짓는 유럽 국가들, 재생E는 더 급격한 확대…'친원전' 아닌 '탈석탄'이 트렌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용 주단소재 보관장에서 한국형원전 APR1400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용 주단소재 보관장에서 한국형원전 APR1400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주요국 대비 도전적인 탄소중립 목표를 수립했으나, 과학적 증거에 기반한 합리적으로 실현가능한 달성 방안은 부족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6일 새 정부의 에너지정책을 발표하면서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정책을 이렇게 평가했다. 특히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탄소중립 수단으로서의 원전 역할에 대한 고려가 미흡했고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입지·수용성 문제 등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보급을 추진했다"고 지적했다.
       
    자연스럽게 새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은 '원전 비중 확대'와 이를 통한 화석연료 비중 감축, 에너지 안보 확립에 맞췄다. 그러나 이번 정책 역시 전 정부 정책의 문제점과 마찬가지로 실현가능성이 떨어지고 근시안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원전 비중 확대를 위한 선결과제인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리방안이 여전히 구체적으로 등장하지 않은 데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방어적 자세로는 궁극적인 에너지안보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원전은 30% 이상…방폐물 대책은 "문재인 정부 기본계획대로"

    새 정부 에너지정책의 첫 장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와 (기존 원전) 계속운전 추진을 통해 2030년 전력믹스상 원전 발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기존 원전 24기를 계속운전하기 위해선 선결과제가 있다. 원전 가동의 부산물인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리다. 현재 고리 본부 내 6개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총 저장률(포화율)은 85.4%, 한빛 본부 내 6개 원전의 저장률은 74.2%다. 고리·한빛 본부는 2031년에 포화를 앞두고 있고 저장률 90.7%인 한울원전도 2032년에 포화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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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준위방폐물 처리 방법과 장소 등을 정하지 못하면 원전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다. 지난해 원자력 전체 발전량(1억 5801만MWh)에서 고리·한빛·한울 원전의 발전량(1억 894만MWh)이 차지하는 비중은 68%에 달한다.
       
    그런데 이번 에너지정책 방향 발표에서 방폐물 관련 내용은 3줄에 불과했다. '고준위방폐물 처분을 위해 절차·일정·방식을 규정한 특별법 마련 및 컨트롤타워로 국무총리 산하 전담조직 신설'과 '지역과 소통하면서 원전 내 한시적으로 저장시설 확충 추진'이다.
       
    전날(8일) 추가로 낸 설명자료에서도 "박근혜, 문재인 정부에서 두 번의 공론화를 거쳐 수립된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기본계획'을 토대로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이행을 통해 고준위 방폐물을 안전하게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부연하는 데 그쳤다.
       
    문재인 정부에서 방폐물을 논의할 때는 기존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지 않는 것이 전제로 깔려 있었다. 기존 설계수명대로라면 고리 2·3·4호기, 한빛 1·2호기, 한울 1·2호기, 월성 2·3·4호기가 2030년 이전에 가동을 멈추게 된다.
     
    수명만료 원전이 운전을 정지했을 때의 고준위방사성폐기물 대책과 원전의 계속운전 시 대책은 달라질 수 밖에 없는데도, 논의는 뒷전으로 밀린 상황이다.
       
    탈핵단체의 한 관계자는 "기존에도 원전 소내 방폐물 중간저장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심했는데 앞으로 원전을 계속가동하게 된다면 문제의 수위가 극명히 달라진다"며 "공론화 없이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한 것처럼 방폐물 대책을 재공론화 없이 진행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원전 짓는 유럽국가들, 재생에너지도 동시 확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밝힌 2030 국가 에너지믹스 가안. 원전 비중은 30~35%, 신재생 에너지 비중은 20~25%로 설정했다.
    한편 재생에너지와 관련해 정부는 "보급여건(계통운영 등)을 고려해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합리적으로 재정립하되 주민수용성에 기반한 질서 있는 보급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목표를 세웠다. 원전 비중을 30% 이상이라고 제시한 것과 달리 재생에너지 비중에 대해서는 연말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구체적으로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가 재생에너지의 '급격한 보급'을 추진했다고 지적한 만큼, '합리적인 재정립', '질서 있는 보급' 등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다소 보수적으로 잡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산업부가 최근 세계 각국이 원전 제로화 정책에서 원전 활용으로 돌아섰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첨부한 자료에 따르면, 주요국은 원전뿐 아니라 재생에너지를 함께 확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영국은 2050년까지 원전 8기를 추가건설해 지난해 기준 6.8GW 수준인 원전 용량을 2050년 24GW로 확대할 계획이다. 총 전력생산 중 원전 비중을 현재 15% 수준에서 25%로 늘리겠다는 방안인데, 이 때 해상풍력 발전량은 12.7GW에서 2030년 50GW로 더 빠르게 늘릴 계획이다.
       
    대표적인 '친원전' 국가로 불리는 프랑스는 2050년까지 신규 원전 6기를 건설하고 추가 8기 건설을 검토 중이지만, 역시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도 100GW 이상 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원전 제로화 계획을 유지하는 독일은 기존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가 2035년까지 전체 비중의 85%였지만 100%까지 채우는 것으로 상향했다.
       
    각국 에너지믹스에서 50% 이상 기저전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해 온 석탄발전의 빈자리를 메꾸려면 추가 증설이 제한적인 원전 외에 재생에너지 확대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주요국의 트렌드가 탈원전에서 친원전으로 바뀌었다기보다는 더 빠른 탈석탄 경로를 찾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특히 환경단체들은 원전의 연료인 수입 우라늄 가격 역시 2년 새 40% 이상 올랐다는 점도 꼬집고 있다. 올해 석탄·석유·천연가스 가격 급등으로 인한 피해를 생각한다면, 태양과 바람을 이용하는 재생에너지만이 궁극적인 에너지안보 방안이라는 것이다.
       
    이번 발표에 대해 그린피스는 "정부가 주요 국가가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위해 재생에너지 목표량을 대폭 상향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는 하향시키려는 모순된 방향을 잡았다"며 "탄소국경세 등 글로벌 탄소규제가 강화되는 현실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OECD 꼴찌인 우리나라가 수출 경쟁력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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