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3개월 차에 접어든 가운데 지지율 하락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4명에 달하는 장관(급) 후보자들이 사퇴했고, 야당과의 전선은 확대되는 형국이어서 윤 대통령의 정치 환경이 녹록지 않은 현실이다.
집권 2개월 성적표는 '데드크로스'…낙마 4명
한국갤럽이 지난 8일 발표한 '7월 1주 대통령 직무수행평가(7월 5~7일)'에서 윤 대통령 긍정 평가는 37%, 부정 평가는 49%였다.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6%p 떨어진 반면 부정 평가는 7%p 상승한 것이다. 집권 2개월 만에 여론조사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선 이른바 '데드크로스'가 나타난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두 달 만에 이 같은 성적표를 받게 된 것이다.
여론이 연일 악화되는 이유는 먼저 '인사 참사'가 지적된다. 현재까지 낙마한 장관(급) 후보자는 모두 4명.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가 교수 시절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점 등이 알려지면서 10일 자진 사퇴했다.
앞서 김승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의뢰됐고, 정호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아빠 찬스'로 자녀가 의대에 진학했다는 논란이 있었다. 김인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자녀 장학금 특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결국 모두 자진 사퇴했다.
이밖에 고물가·고금리 등 글로벌 경제 위기로 인한 국내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 데다 대통령 외가 6촌 채용과 이원모 인사비서관 배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논란 등 '지인 리스크' 역시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그동안 미국 정상회담, 나토 정상회의 그리고 경제 현안 등을 챙기기 위해 2개월 동안 많은 노력들이 있었는데, 국민들께 충분히 부각되지 않은 것 같다"며 "지금 상황은 아쉽지만, 더 잘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野전선 넓어지고 與내홍…'안팎' 쉽지 않다
윤창원 기자이런 상황 속에서 윤 대통령의 정치 환경도 여의치 않다.
먼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6개월 당원권 정지와 관련해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이 대표가 징계 불복을 선언했지만, 권성동 원내대표는 벌써 당대표 직무대행을 자처하고 있다. 당 지도부 개편 문제도 떠오르는 데다,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분류되는 2030남성들의 이탈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여당이 내홍을 겪는 사이 윤석열 정부는 더불어민주당과의 전선을 넓혀가는 형국이다.
먼저 검찰은 민주당 이재명 의원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수원지검 공공수사부(정원두 부장검사)는 지난 7일 이 의원의 2018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를 맡았던 이태형 변호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 의원은 2018년 말부터 경기도지사 선거 과정에서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는데, 이때 변호사 비용이 축소되고 그 비용마저 쌍방울그룹이 발행한 전환사채(주식으로 전환 가능한 채권)로 대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수원지검 형사 6부(김영남 부장검사)도 지난달 23일과 지난 7일 쌍방울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 당대표 출마를 고려하고 있어 관련 수사가 진행될수록 윤석열 정부와 민주당 사이의 갈등은 더 고조될 전망이다.
아울러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탈북어민 북송 문제와 관련해서도 이슈가 급부상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6일 두 사건과 관련해 박지원·서훈 전 국정원장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박 전 원장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당시 첩보 보고서 등을 무단으로 삭제한 혐의로, 서 전 원장은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당시 합동조사를 강제로 조기 종료시킨 혐의 등으로 고발됐다. 두 사람 모두 직권남용, 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아직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접어들지는 않았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까지 만들어 지원사격을 하는 만큼 강도 높은 수사가 예상된다.
수사 과정에서 박지원·서훈 전 원장에 대한 불법 행위가 드러난다면, 결국 신구(新舊) 권력갈등이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두 전 원장의 문제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민생 '속에서' 해법 강구
황진환 기자글로벌 경제 위기로 인한 국내 경기 악화부터 여당 내 복잡한 권력 다툼, 야당과의 갈등 등 윤 대통령이 직면한 문제는 쉽사리 풀기 힘든 과제들이라 대통령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취임 2개월 만에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 보면서 위기 의식도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지율은 정부의 국정운영 동력과도 같은 것이어서 지금의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경제 위기와 인사 문제 등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부분들을 잘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참모들이 판단하는 해법은 기본에 있다. 민생·경제 등의 위기를 극복하고, 이를 제대로 알려 '유능한 정치'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지지율 등락에 연연한다고 해서 여론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라면서 "대통령과 참모들은 묵묵히 우리의 해야할 일을 하면 된다. 바로 경제·민생 살리기"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앞으로 제가 직접 민생 현안을 챙기겠다. 민생 현장에 나가 국민 여러분의 어려움을 듣고 매주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정상 세일즈'를 통한 반도체·원전 산업 부흥에 힘을 쏟았는데, 이제는 일반 국민들이 찾는 시장이나 중소기업·자영업자들과도 만남의 폭을 넓히며 애로를 직접 들을 것"이라며 "국민들이 직접 체감하는 경제 어려움을 해결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