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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저항의 아이콘 '엘비스', 그를 뜨겁게 이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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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리뷰]저항의 아이콘 '엘비스', 그를 뜨겁게 이해하다

    외화 '엘비스'(감독 바즈 루어만)

    외화 '엘비스'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외화 '엘비스'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스포일러 주의
     
    세계 최초의 아이돌, 시대의 아이콘 엘비스 프레슬리. 그가 진정 '아이콘'으로 불릴 수 있었던 건 수많은 사람을 열광시켰던 화려한 노래와 춤만이 아니다. 차별과 억압이 당연시 여겨지던 엄혹한 시대에 노래로서, 존재 자체로서 자유와 저항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영화 '엘비스'는 그런 엘비스의 삶과 그의 노래를 깊게 그리고 뜨겁게 이해할 수 있는 영화다.
     
    미국 남부 멤피스에서 트럭을 몰며 음악의 꿈을 키우던 19살의 무명 가수 엘비스(오스틴 버틀러)는 지역 라디오 무대에서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몸짓과 퍼포먼스로 무대를 압도한다. 그에게 매료된 관객들은 뜨거운 환호성을 내지르고, 이를 목격한 쇼 비즈니스 업계에서 일하던 톰 파커(톰 행크스)는 엘비스에게 스타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하며 함께할 것을 제안한다.
     
    자신이 자라난 동네에서 보고 들은 흑인음악을 접목한 독특한 음색과 리듬, 강렬한 퍼포먼스, 화려한 패션까지 그의 모든 것이 대중을 사로잡으며 엘비스는 단숨에 스타의 반열에 올라선다. 그러나 시대를 앞서 나간 치명적이고 반항적인 존재감은 혼란스러운 시대 상황과 갈등을 빚게 된다.
     
    외화 '엘비스'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외화 '엘비스'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엘비스'는 한 시대를 가로지른 자유와 저항의 상징이자 대중문화의 아이콘인 가수 겸 배우 엘비스 프레슬리의 삶과 영혼을 그려낸 영화다. '댄싱 히어로' '로미오와 줄리엣' '물랑루즈' 등을 연출한 바즈 루어만 감독이 화려한 카메라 샷과 편집 등 웅장하고 현란한 방식으로 엘비스의 일대기를 그려냈는데, 엘비스의 삶과 어우러지며 관객들을 매혹시킨다.
     
    영화는 단순히 엘비스라는 스타와 그의 인기곡을 보여주고 들려주지 않는다.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잠시 다른 길을 갔지만 그의 삶과 영혼의 뿌리는 음악에 있음을 보여준다. 그에게 음악은 곧 삶과 영혼이고, 그의 삶과 영혼은 음악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엘비스와 그가 모든 것을 바친 음악의 뿌리는 결국 자유와 저항으로 향한다.
     
    미국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의 실화를 다룬 영화 '그린 북'에서도 볼 수 있듯이 미국에서는 1970년대까지 인종분리정책을 펼치는 등 극심한 인종 차별로 몸살을 앓았다. '엘비스'는 단순히 '로큰롤의 황제'라는 수식어를 가진 엘비스의 노래나 퍼포먼스만을 조명하지 않고 그의 삶이 가로지른 시대의 민낯을 가감 없이 펼쳐내고 있다.
     
    엘비스를 유명하게 만든 음악인 로큰롤 자체가 인종 차별주의자들이 멸시하던 흑인의 음악인 리듬 앤 블루스와 가스펠, 백인의 상징인 컨트리 음악이 결합한 형태다. 엘비스의 음악적 시작 역시 흑인들의 부흥회에서 접한 가스펠이었다. 영화는 소년 엘비스가 흑인들의 가스펠을 접하며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된 모습도 보여준다. 그만큼 엘비스와 그의 음악에는 '흑인'의 영향이 짙고, 그와 그의 노래는 그 자체로 인종분리정책과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불온한 선전물과 마찬가지였다.
     
    외화 '엘비스'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외화 '엘비스'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당시 정치인, 미디어, 백인 우월주의 입장에 선 백인들은 '골반 엘비스(Elvis the Pelvis)는 짐승'이라고 부르며 백인이 검둥이(흑인)처럼 천박하다고 비난했다. 골반을 흔드는 엘비스의 춤은 야만적인 몸짓이 됐다. 나라와 인종을 구분 짓지 않는 공통의 언어인 음악에조차 누군가는 '백인' '흑인'의 꼬리표를 달며 배척했다.
     
    반대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이들에게 엘비스와 그의 음악은 자유와 저항의 상징이었다. 즉 엘비스는 온몸으로 시대와 차별에 저항하며 이를 노래를 통해 이야기한 인물이다. 그렇기에 당시 사회상, 인종분리정책으로 백인과 흑인을 나누고 차별하고 핍박하던 자유의 나라 미국의 민낯을 고스란히 영화에 녹여내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과정이다.
     
    이와 같은 시대에 나타난 엘비스를 '대중문화의 아이콘' '20세기 아이콘'이라 부르는 것은 단순히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로서의 의미 이상으로 자유와 반항, 저항이라는 '시대정신'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그의 시대는 미국 내 흑인 인권운동을 주도한 마틴 루터 킹 피살 사건,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 등 미국 근현대사의 중요한 순간들이 있었다.
     
    영화는 이러한 엘비스라는 아이콘을 그려내면서 노래의 가사와 시대 상황, 엘비스의 상황을 맞물려 가져가며 더욱더 그의 삶과 노래를 극적으로 표현한다. 한쪽에서 인종분리정책 유세를 펼치던 때, 유색인 출입 금지라는 문구로 백인과 흑인의 공간이 나뉜 공연장에서 '트러블'(Trouble)을 부르며 자신을 억압하는 모든 목소리에 저항하는 엘비스의 모습에서 시대가 바랐던 '진짜 엘비스'로 각성하며 인종차별과 억압을 전복시키는 혁명적 몸짓을 드러낸다.
     
    로큰롤의 황제, 화려한 춤의 가수,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봤던 노래의 주인공으로만 알았던 이들이라면 엘비스라는 인물의 삶과 고뇌를 알게 되면서 그의 음악에 더욱더 매료될 수 있다. 엘비스의 팬이라면 그의 삶을 다시 한번 복기하며 그를 향한 마음이 더욱더 애틋해지는 영화다. 그런 면에서 '엘비스'는 엘비스와 그의 팬들을 향한 헌사다.
     
    외화 '엘비스'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외화 '엘비스'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영화 속 '스노우 맨'이라 불렸던 톰 파커가 영화의 화자로 역할하며 영화는 때때로 쇼 비즈니스적인 색채도 띤다. 그를 하나의 '쇼맨' '상품'으로만 바라봤던 톰 파커의 시선은 그를 단순히 쇼맨으로만 남겨두고자 했던 당대 백인 우월주의 시대의 시선도 담겨 있다. 그리고 이는 반어적으로 쇼맨에 머무르길 원하지 않았던, 화려한 만큼 빠르게 불타올랐다가 떠난 엘비스의 모습을 더욱 극적으로 보여준다.
     
    뮤지컬과 오페라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던 바즈 루어만 감독은 이미 '댄싱 히어로' '물랑루즈' 등을 통해 뮤지컬과 음악을 영화에 잘 활용했고, 감독 특유의 화려한 미장센을 통해 시대를 재현한 바 있다. 이러한 감독만의 개성과 호흡이 엘비스 프레슬리를 효과적으로 드러난다.
     
    톰 행크스는 역시나 믿고 보는 배우로서 모든 것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강렬하게 뇌리에 남는 배우는 바로 엘비스의 과거, 뿌리, 현재를 한 호흡 안에서 보여준 오스틴 버틀러다. 엘비스 프레슬리와 100% 닮은 외모는 아니지만, 엘비스가 가진 특유의 분위기와 그만의 제스처 등을 잘 표현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오스틴 버틀러가 엘비스 그 자체로 다가온다.
     
    그리고 엘비스에 관한 영화인만큼 '서스피셔스 마인즈'(Suspicious Minds) '댓츠 올 라잇'(That's All Right) '하트브레이크 호텔'(Heartbreak Hotel) '제일하우스 락'(Jailhouse Rock) '하운드 독'(Hound Dog) '블루 스웨이드 슈즈'(Blue Suede Shoes) 등 명곡들의 향연이 온몸의 세포를 일깨우며 들썩이게 만든다.
     
    159분 상영, 7월 13일 개봉, 15세 관람가.

    외화 '엘비스' 타임라인 포스터.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외화 '엘비스' 타임라인 포스터.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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