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물가 흐름이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금리를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당분간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금통위는 이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기존 연 1.75%에서 2.25%로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았다. 앞서 4월, 5월 두 회의에서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인상한데 이어 세 차례 연속 인상이자, 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 한번에 0.5%포인트 인상)이다.
이날 빅스텝에 대해 이 총재는 "한번에 0.5%포인트 이상을 인하한 적은 있지만, 0.5%포인트를 올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면서 내린 결정이라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날 금통위의 0.5%포인트 인상은 물가 상승에 대한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이 총재는 '현재 기준금리 2.25%가 중립금리(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압력이 없는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이론적 금리 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하느냐'는 질문에 "중립금리는 학술적 개념이고 그 범위도 굉장히 넓다"면서도 "중립금리 큰 범위에서 하단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한 두 번은 더 금리를 올리더라도 긴축이라고 보기에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이 총재는 또 '당분간 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 연내 빅스텝을 하지 않겠다는 뜻인지'에 대한 질문에도 답했다.
그는 "물가 상승 전개 과정이 앞으로 몇 달은 6% 조금 넘는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3분기 후반부터 약간 상승세가 꺾인다는 가정 하에 0.5%포인트 인상을 통해 물가 상승세 기대를 낮출 것이라고 봤다"며 "이 흐름대로 가면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전제가 있다"고 답했다.
그는 다만 국제 정세나 인플레이션 및 경기 상황에 따라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전제했다.
이 총재는 "다만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한다거나, 그래서 인플레이션이 가속하거나, 다른 방향으로 경기 침체가 심화한다면 양방향 모두 우리가 생각한 베이스라인에서 유연하게 대처해 방향이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미 금리 역전 우려에 대해 이 총재는 "역전 자체가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과거에도 금리가 역전된 경우가 세 차례 있었고, 단순히 격차가 얼마나 벌어지냐보다, 자본·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1970년대 1~2차 유가 파동 이후 물가와 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화되면서 우리나라의 연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6%, 명목임금 상승률도 연평균 26% 정도로 높았다"며 "이러한 고인플레이션은 1980년대 들어서면서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통해 상당한 경기침체의 고통을 경험하고서야 꺾였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 상승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에서 각 경제주체가 가격과 임금을 서로 올리고 그 결과 물가가 오르는 상황이 반복되면 고물가 상황이 고착돼 모두가 피해를 보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며 "금통위가 이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 것도 이러한 잘못을 반복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한미 통화스와프 필요성에 대한 여론이 높아지는데 대해서는 "통화스와프는 재무부의 업무가 아니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역할"이라며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의 면담에서 한미 통화스와프를 직접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