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토르: 러브 앤 썬더'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마블 덕후(겸 DC 덕후) P기자와 '이터널스'를 본 후 '토르'와 '배트맨'으로 다시 보자고 약속했다. 그 약속 이후 '토르: 러브 앤 썬더' 시사회가 다가왔다. P의 바쁜 일정으로 인해 시사회 참석 여부를 놓고 마음 졸이는 시간을 지나 드디어 답이 왔다. "낼 ㄱㄱ(고고)."
MCU(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 히어로 솔로 무비 사상 최초로 네 번째 시리즈로 돌아온 토르다. 이런 토르의 귀환에 마블 덕후 P가 빠질 수 없는 법. 팀원들의 배려 속, P는 강풍을 동반한 장맛비를 뚫고 용산에 나타났다. 영화를 본 후 P는 "이렇게도 만들 수 있구나"라고 말했다. 어떤 의미였을까. P와 함께 '토르: 러브 앤 썬더' 호불호를 파헤쳐 보기로 했다. [편집자 주]외화 '토르: 러브 앤 썬더'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우주 활극으로 돌아온 토르의 새로운 이야기(feat. 개그 캐릭터)
MCU에서 10년의 세월 동안 8편의 영화에 출연한 토르(크리스 헴스워스)가 킹 발키리(테사 톰슨), 코르그(타이카 와이티티), 마이티 토르로 거듭난 전 여자 친구 제인 포스터(나탈리 포트만)과 함께 '러브 앤 썬더'라는 부제로 돌아왔다. 토르의 네 번째 이야기를 P기자는 한 마디로 "유쾌한 우주 활극"이라고 정리했다.
"MCU 어벤져스의 원년 멤버로 대중에게 친숙한 캐릭터인 토르를 중심으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웃음 포인트가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한다." (하략) P기자는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토르' 시리즈의 역사를 설명했다. 첫 솔로 무비 '토르: 천둥의 신'이 천둥의 신과 어벤져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악역 로키, 아스가르드의 배경을 설명한 영화였다면 '토르: 다크 월드'는 인피니티 스톤을 조명했다. 이후 '토르: 라그나로크'는 그동안 MCU의 상황상 멋과 파워가 하향 조정됐던 토르를 재평가한 작품이라고 짚었다.
"이는 '인피니티 워'로 가는 중요한 계단이었다. 모두 큰 줄기가 심겨 있었다. 이번 '러브 앤 썬더'에서는 그런 배경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토르의 새로운 이야기였다." 외화 '토르: 러브 앤 썬더'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P기자는 '멋'과 '파워'가 하향 조정됐다고 했다. 그렇다면 토르는 어떤 캐릭터였다는 걸까. 그리고 MCU는 왜 그를 하향 조정했던 걸까. 궁금해졌다.
"원작에서 토르는 엄청나게 강한 캐릭터다. 하지만 MCU에서 토르를 그렇게 다뤘다가는 파워 밸런스가 흔들렸을 것이다. '라그나로크' 이전의 토르는 파워 측면에서는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는 느낌이 있다. '라그나로크'에서 중요한 빌드 업이 이뤄졌고 그간 설움(?)을 한 방에 해소해 준 장면이 '인피니티 워'의 '타노스 데려와'다." 그렇다. 토르는 헐크와 정면 대결을 펼칠 수 있는 육체적 능력을 지니고 있다. 코믹스 속 토르는 길가메시나 헤라클레스와의 정면 대결에서도 승리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 토르에게는 또 하나의 막강한 능력이 있다. 바로 '개그'다.
"그동안 토르는 강하기는 하지만 실없는 농담도 자주 하는 개그 캐릭터에 가까웠다. 감독은 달라도 '토르' 시리즈는 늘 농담에 진심이었다.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 체제에서 그 색이 더 짙어졌다. 이러한 기류에 번역가마저 가세했다. 세상에, '토린이'(토르+어린이)라니!"외화 '토르: 러브 앤 썬더'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타이카 와이티티 유머의 향연…호? 불호?
앞서 잘린 P기자의 감상평을 마저 이어서 살펴보자.
"다만, 취향에 따라 과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전반적으로는 마블 캐릭터들의 개성을 잘 살린 유쾌한 영화였다." 코르그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이자 전작 '토르: 라그나로크'에 이어 다시 한번 '토르' 시리즈의 메가폰을 잡은 타이카 와이티티는 남다른 유머 감각으로도 유명하다. '토르: 러브 앤 썬더'는 감독 특유의 개성이 많이 들어간 만큼 취향을 많이 탄다. 즉,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 중 하나가 바로 '개그'라는 것이다.
먼저 P기자의 '호(好)'였던 지점에 관해 알아보자. 참고로 P기자 역시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과는 다른 결로 유머에 능한 기자다. 괄호 안 내용을 살리는 이유도 그의 '유머'를 편집하지 않기 위해서다. 덧붙이자면, 필자에게 그의 유머는 '호'다.
"슈퍼 히어로 영화를 볼 때마다 러닝타임이 너무 길어서 걱정하게 된다. 화장실의 압박을 어떻게 견뎌낼 것인가. 이번에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근래 마블 영화 중 가장 짧은 축에 들어갈 것 같다. 그 점은 고마웠지만(?) 분량을 조절하는 단계에서 분명 전개, 개연성 측면에서 조금은 손해를 봤을 것이다." 외화 '토르: 러브 앤 썬더'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아, 역시 덕후의 통찰력이란….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영화가 원래 4시간 분량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것이 편집을 거쳐 1시간 59분이 된 것이다.
이번엔 P기자의 '불호(不好)' 포인트를 살펴보자.
"스토리가 다소 산만하게 느껴졌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분량 조절 단계에서 잘려 나간 장면이 다소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둘째, 개그에 너무 진심이었다.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고르(크리스찬 베일)는 제우스도 신경 쓸 정도로 강한 상대다('걔는 여기 오는 길 모르잖아 괜찮아…'). 고르와 싸우는 시간만큼은 '타노스 데려와' 시절의 토르를 보고 싶었다. 또 보다 화려한 액션을 보고 싶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주인공들은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 부분이 조금 아쉬웠다. 마무리도 급발진에 가까웠다. 제인을 보내야 하는 토르와 딸과 작별해야 하는 고르 사이 감정 교류가 정서상 클라이맥스가 돼야 했는데, 특별한 울림이 오지는 않았다. 그래도 영화의 제목이 왜 '러브 앤 썬더'인지 마지막에 확실히 보여준 건 괜찮았다."
외화 '토르: 러브 앤 썬더' 캐릭터 포스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지금은 월드컵을 위한 지역 예선 시간
사실 '어벤져스: 엔드게임'과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을 끝으로 '인피니티 사가'라 불리는 마블 페이즈 3가 끝난 후 마블 페이즈 4가 시작된 후 이전과는 달라진 분위기에 팬들 사이에서는 호와 불호가 대립하고 있다. 그래서 마블 덕후의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다.
"다들 최근에 너무 굉장한 걸 봤기 때문이다. '인피니티 워'의 충격적인 결말, '엔드게임'의 웅장한 '어벤져스 가즈아(어셈블)'. 마블은 이 대사 하나를 위해 10년 동안 매해 2시간 이상의 예고편을 꾸준히 만들었다. '엔드게임'으로 가는 과정의 스토리는 탄탄했고, 몰입도 역시 뛰어났다. 무엇보다 그들이 그린 큰 그림이 놀라웠다. 이 과정에서 캐릭터들도 성장했다. 이 모든 게 가능했던 이유는 10년의 세월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캡틴 아메리카 대사 "어벤져스 어셈블(Avengers Assemble)"을 외치기 위한 MCU의 수장 케빈 파이기와 마블의 '빅 픽처'였다. 그렇다면 마블 페이즈 4도 새로운 '어셈블'을 외치기 위한 빌드 업의 시작인 걸까.
"돌이켜보면 '어벤져스' 이전 각 캐릭터의 단독작들도 추후 큰 그림이 명확해지기 전까지는 약간씩 호불호가 있었다('아이언맨 1'은 빼고). 최근 멀티버스가 등장했지만 아직까지 큰 그림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MCU가 마블 팬의 기대치를 너무 높게 끌어올렸다. 보통 후속작이 전작을 뛰어넘기는 어렵다고 한다. MCU에서 '인피니티 사가'를 하나의 영화라고 볼 때 지금부터 진행되는 새로운 사가, 후속작은 전작이 있기에 평가의 잣대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 모든 상황을 아울러 P기자는 스포츠에 능통한 그답게 깔끔하게 요약 정리했다. 동시에 호불호에 대처할 수 있는 그만의 예방법도 곁들였다.
"스포츠로 비유하면 조금 전에 월드컵 결승이 끝났다. 이제 새로운 월드컵 대회를 위해 지역 예선이 하나둘씩 시작되고 있다. 새롭게 하나하나 빌드 업 해나가는 단계다. 그렇게 이해해야 높은 기대치에 따른 '마상'(마음의 상처)도 줄어들 것 같다." <하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