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기자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올해 연말까지 개정할 목표로 이르면 다음 달에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일부 모호한 표현은 객관적으로 다듬고, 범위가 불분명한 안전·보건 관계법령의 범위를 제시하되 처벌 수위를 완화하는 등의 내용은 담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음 주부터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를 출범시켜 노동시간·임금체계 개편 작업의 청사진을 마련하고, 그 외 추진과제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해 추진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러한 내용을 담은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노동부는 핵심정책과제로 △노동시장 개혁 △중대산업재해 감축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강화 3가지를 선정해 추진할 계획이다.
중대재해법 이르면 8월 입법예고…"처벌 완화는 다루지 않을 것"
고용노동부 제공가장 관심을 모은 지점은 역시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 작업으로, 노동부는 올해 연말까지 작업을 완료할 목표 아래 오는 8~9월 중 입법예고하겠다는 계획이다.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노동부는 '충실히', '필요한'과 같은 모호한 표현이 담긴 법 규정을 정비해 객관적인 표현으로 다듬을 예정이다. 또 중대재해법에서 지키도록 한 의무들을 규정하는 안전·보건 관계법령의 대상·범위도 구체적으로 지적하기로 했다.
더 나아가 현장에서 제기되는 처벌규정 등에 대한 애로사항이나, 법리적 문제점 등에 대해서는 지난달부터 운영 중인 '중대재해 전문가 TF'를 통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노동부 권기섭 차관은 전날 진행한 사전브리핑에서 "사업주 또는 기업의 법적인 수용성을 제고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며 "시행령을 통해서 처벌의 수준을 낮추는 게 아니라 중대재해처벌법이 갖고 있는 중대재해 예방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차원에서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미세 조정이라고 생각해달라"고 설명했다.
지난 13일 기획재정부와 법무부의 업무보고에서 기업 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하는 형벌 규정을 정비하겠다며 관련 TF를 통해 행정제재 전환·형량 합리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중대재해법을 거기에서 당장 논의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저희도 통보받은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노동부는) 중대재해법 개정에 대한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1차적으로 그것을 규제혁신이나 경제형벌 차원에서는 다루지는 않고 있다"며 "중대재해법 자체의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정리해서 다루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경영책임자'의 규정 범위를 명확히 해달라는 경영계의 요구에 대해서는 "시행령에서 경영책임자 규정의 모호성을 확보하는 것은 (법률에서 위임한) 위임 한계를 넘어서는 것으로 안다"며 "법률을 개정해야 정리가 되고, 시행령에서 그것까지 다루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중대산업재해를 감축하기 위해 오는 10월 수립할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의 밑그림이 공개됐다.
해당 로드맵에는 ①위험성 평가 기반 자율 예방체계 구축 ②노·사 공동 위험요인 발굴·개선 ③맞춤형·스마트 기술 지원 확대 ④직업성 질병·암 예방체계 구축 등이 담긴다고 예고됐다.
또 중대재해법 시행에 발맞춰 기업에서 안전보건체계를 구축하도록 ①고위험 사업장 자율 점검(업종‧규모별 가이드 및 체크리스트 보급) 후 ②취약 현장(사고다발 등) 중심 감독을 활성화하고, ③감독결과는 CEO에게 직접 통보해 실질적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시나리오도 내놓았다.
이 외에도 내년 7월부터 특수고용노동자(특수형태근로종사자, 특고)에도 산재보험이 전면 적용되는 점을 고려해 산재병원 진료 내용을 재활·화상 등 산재사고의 종류에 따라 전문화하고, '치료‧재활-직업훈련-일자리'로 연계해 조기에 복귀할 수 있도록 강화하기로 했다.
다음 주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 출범…노동시간 유연화·직무급제 도입 다뤄
노동부가 첫 머리에 올린 '노동시장 개혁' 과제 아래에는 지난달 23일 노동부가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을 통해 예고했던 정책방향의 세부내용이 담겼다.
노동시간·임금체계를 개편하기 위해 다음 주에 출범하는 전문가 기구인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를 운영하고, 논의 결과를 토대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그림을 그렸다.
노동부는 ①노동시간 단축 기조는 유지하되 ②노사가 자율적으로 근무 형태에 따라 유연근로제 등을 선택해 일하도록 확대하고 ③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 제도를 확대하는 등 노동자 건강보호조치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연장 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1주일에서 1개월 단위로 확대해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도입하고,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 유연근무제도 정산기간을 늘리겠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임금체계의 경우 기존의 연공성 호봉제가 아닌 공정한 보상 시스템, 즉 직무급제를 확산해 청년 일자리 창출 및 고령자 계속고용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다.
이 외 추가 과제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추가 과제를 발굴하기로 했다.
'공공'에서 '민간'으로…일자리정책 중심 옮긴다
고용노동부 제공일자리를 확대하기 위한 노동시장정책에 대해서는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줄곧 지적됐던 공공 단기일자리·소득지원 방식이 아닌, 기업·개인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민간 중심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방향을 튼다.
이에 따라 직접일자리 사업 중 중복되거나 성과가 낮은 경우 11개 사업은 폐지, 32개 사업은 예산 감액의 수순을 밟게 된다. 더 나아가 매년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 사업을 평가해 일자리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로 했다.
기업의 인력 양성·구인을 돕기 위해서 디지털 선도기업·혁신훈련기관을 통해 AI·빅데이터 분야 디지털 등 신산업 분야 인재 18만명을 2024년까지 양성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에는 재직자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능력개발전담주치의(커리어닥터)를 통한 현장 맞춤형 훈련 컨설팅을 도입하고, 기업에게 훈련과정 자율편성·운영권 부여하는 '기업 직업훈련 혁신 및 활성화 방안'도 이 달 안에 발표한다.
아울러 기업유형에 따라 인사·노무컨설팅부터 고용환경개선까지 종합 지원하는 '기업도약보장패키지'도 내년부터 추진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입국이 지연됐던 외국인 노동자(E-9)들을 빠르게 입국할 수 있도록 신규인력 배정을 확대하기로 했다.
구직자들을 위해서는 취업역량을 AI기반 진단시스템(Job care)으로 분석해 진로지도와 훈련, 일자리정보를 함께 지원하는 '구직자도약보장 패키지' 사업을 내년부터 시작한다.
특히 청년들을 위해 민관협업을 통해 다양한 유형의 일경험 기회를 제공할 '일경험 활성화 로드맵'과, 대학일자리센터를 중심으로 대학 1~2학년 시기부터 경력설계·훈련·일경험을 지원하는 '청년도약보장 패키지 추진방안'을 오는 9월 각각 공개하기로 했다.
이러한 기업과 구직자를 연결하기 위해 고용복지+센터를 중심으로 고용서비스 전달체계의 연계를 강화하고 취업지원을 확대하는 '국가 고용서비스 전달체계 혁신방안'을 올해 4분기 중 마련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