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7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 출마 선언을 앞둔 이재명 상임고문.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17일 당 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여당은 물론 야당 내에서도 이 의원의 사법리스크를 우려하며 그의 출마를 견제하고 있는 만큼, 이 의원이 전당대회 과정에서 어떤 통합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李 "책임이란, 회피 아닌 문제 해결에 중점"
이재명 의원은 제헌절인 17일 오후 2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28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를 공식화한다.
이 의원은 지난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생이 너무 어렵고 국민들의 고통은 점점 깊어져 가는데, 우리 정치가 지나치게 정쟁에 매몰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책임이란, 회피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더 중점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출마 결심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그동안 이 의원의 행보를 봤을 때 이날 출마 선언문에는 정치개혁, 민생경제 회복, 당내 통합, 그리고 당원이 주인인 민주당을 강조하는 내용 등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비명계, 사법리스크 여론전…여당도 "방탄대표"
이 의원의 출마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 구도 속에서도 향후 전대 일정이 순탄치는 않아 보인다. 여야 모두 이구동성으로 이 의원의 사법리스크를 지적하고 있다.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 연합뉴스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에서 "자유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한 대한민국의 헌법을 채택하고 공포한 국경일에, 숱한 권력형 범죄 의혹의 중심에 있는 이 의원의 출마 선언 소식은 웃지 못 할 아이러니"라고 지적했다. 차기 당권주자 김기현 의원도 페이스북에 "'방탄 대표' 이재명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리지만, 이 의원을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결국엔 민주당의 리스크로 돌아갈 것 같아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 의원들(강병원·강훈식·박용진·박주민)을 비롯한 비명(非이재명)계 후보들도 그의 사법리스크를 내세우며 여론전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의원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수사가 대선 때부터 당의 발목을 잡아 온 만큼, 이를 고리로 어대명 구도를 깨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친명(親이재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은 지난 15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 당 지도자들이 정권의 정치 보복적 수사를 당했을 때 당의 구성원들인 의원들이 함께 싸워줬다"며 "그런 분들이 어떻게 당원을 통합하고 당을 보호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날을 세웠다.
'친명 대 비명' 구도 명확…'분당' 우려 목소리도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윤창원 기자결국 전대 과정에서 당 내홍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이 의원의 출마로 당 대표 예비경선(컷오프)은 97그룹 재선 4인방을 비롯해 김민석(정세균계), 설훈(이낙연계) 의원, 그리고 청년 정치인 이동학 전 최고위원 등으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최고위원 선거 역시 '친명 대 비명' 구도가 명확해졌다. 친명계에서는 이 의원의 러닝메이트 박찬대 의원을 필두로 서영교, 정청래, 양이원영, 이수진, 장경태 의원 등이 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맞서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에서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고영인 의원과, 광주시당위원장인 송갑석 의원이 최고위원 도전을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인 윤영찬, 고민정 의원도 출사표를 던지는 등 전대 과정에서 친명계를 향한 강한 견제가 예상된다.
당의 한 중진 의원은 "전대 이후 분당(分黨) 얘기까지 나오는 작금의 상황은 분명 문제다. '어대명' 구도 속에서 이재명 의원이 통합의 메시지를 잘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의원은 지난 14일 친문(親문재인)계 핵심인 전해철 의원을 국회에서 따로 만났다. 자신의 출마와 관련한 당위성을 설명하고, 계파 간의 거리감을 좁히려는 행보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