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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칼럼]자유와 공권력

    핵심요약

    대우조선 사태 공권력 투입 언급한 윤석열 대통령
    공권력 투입만이 해법인지 검토해야
    하청노동자들의 임금회복 요구를 위한 점거농성
    원청과 하청업체가 서로 책임 떠넘기는 구조적 문제점 해소해야
    과거 용산철거민 사태 등 강경 대응이 불러온 비극적 결과 돌이켜 봐야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무려 35번이나 사용했다. 윤 대통령 취임사에서 사용된 자유는 전체 맥락을 놓고 보면, 자유민주주의의 실현과 자유로운 시장경제질서 유지, 자유로운 기업 활동 보장 등의 함의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취임사에서 언급한 자유와 관련한 정책기조는 그대로 실천되는 것처럼 보인다. 자유로운 기업 활동 보장을 위해 법인세를 감면하고, 자유로운 시장경제질서 유지를 위해 부동산세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북한군에 의한 공무원 피살사건과 탈북어부 북송사건을 새삼스럽게 꺼내들면서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하려는 의지도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추구하는 '자유'에는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하청노동자들의 시위에 대한 시각도 담겨있다. 윤 대통령은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유조선 점거농성 사태와 관련해 공권력 투입시기를 묻는 질문에 "기다릴 만큼 기다렸"고, "불법은 용인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공권력 투입을 해서라도 사태를 해결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더 나아가 공권력 투입하라는 압력으로도 비춰진다.
     
    두 달째 이어지고 있는 대우조선의 점거사태는 분명 엄중한 사건이다. 하청노동자들의 유조선 점거로 대우조선의 피해액은 이미 7천억 원을 넘어섰고, 사태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피해액은 조 단위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오랜 기간 불황의 파고를 넘어 간신히 회복하고 있는 조선업 경기를 다시 위축시킬 수도 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가 12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1도크를 점거 농성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가 12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1도크를 점거 농성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하청노동자들의 주장도 절박하다. 2015년 조선업 불황이 시작되면서 30%까지 삭감된 임금을 회복시켜 달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노동자들은 사방 1미터도 안 되는 철창에 스스로를 가두고 13미터 높이의 난간에 매달려 목숨을 건 투쟁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하청업체 노동자라는 점이다.
     
    이들을 고용한 업체는 대우조선이 아니라 하청업체다. 하청업체 입장에서는 대우조선에서 도급액을 올려줘야 이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다. 노동자들은 대화상대가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원청과 하청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사태는 장기화하고 감정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피해가 늘어나면서 노·노 갈등이 야기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임금인상이 아니라 '임금회복'을 바라고 있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요구가 '점거농성'의 적법성 여부만을 따질 문제인지. 7천억 원의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들어주기 어려운 것인지 한 번 검토해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조선업 전체가 휘청거릴 정도의 큰 문제라면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한 정부의 중재는 필요 없는 일인지도 말이다.
     
    대통령이 기간산업의 피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언급하는 것은 당연하고 정당한 일이다. 하지만 사태 해결의 방식을 강제력 동원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과연 적절한 판단인가 모르겠다. 윤 대통령의 이런 시각에는 법 집행기관에만 몸을 담고 있었던 '검사' 윤석열의 모습이 투영된다. 
     

    대통령으로서 기간산업 피해를 막기 위한 해법은 공권력 투입만이 아니다. 앞서 지적한 대로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해법은 없는 검토가 필요하고, 관련된 문제를 언급할 때도 보다 유연한 태도가 필요해 보인다.
     
    공권력 투입이 가져온 비극적인 사건을 우리는 알고 있다. 용산 철거민 사건은 어떤 결과를 초래했고, 쌍용자동차에 대한 공권력 투입의 후유증은 얼마나 길고 큰 상처를 남겼는지. 이들은 모두 물러설 곳이 없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었고, 그만큼 저항은 격렬했다. 그리고 격렬한 저항을 마주한 공권력 역시 강력한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방 1미터도 안 되는 철제 감옥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는 하청노동자가 물러설 곳은 어디인가. 과거의 비극적 사건을 돌이켜 보면 공권력 투입만이 해법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자유'는 사용자의 자유도 있고 노동자의 자유도 있다. 대우조선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그토록 외친 자유는 과연 무엇인지 스스로 검증해 볼 시험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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