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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기]김가람 두둔하다 퇴출한 하이브, 피해자 사과는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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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일반

    [다시, 보기]김가람 두둔하다 퇴출한 하이브, 피해자 사과는 생략

    편집자주

    '다시, 보기'는 CBS노컷뉴스 문화·연예 기자들이 이슈에 한 걸음 더 다가가 현상 너머 본질을 들여다보는 코너입니다. 발빠른 미리 보기만큼이나, 놓치고 지나친 것들을 돌아보는 일은 우리 시대의 간절한 요청입니다. '다시, 보기'에 담긴 쉼표의 가치를 잊지 않겠습니다.

    데뷔 전부터 학교폭력 의혹 제기됐으나 '악의적 음해'로 치부
    예정대로 데뷔 강행했으나 관련 질문 차단
    활동 중 피해자가 직접 공론화하자, 피해자도 잘못한 부분이 있다고 맞서
    학폭위 징계 중 수위가 높은 '5호' 받았음에도 '김가람도 피해자'라며 두둔
    줄곧 '법적 조치'로 강경 대응 예고, 두 달 활동 중단 후 결말은 탈퇴와 계약해지

    르세라핌 전 멤버 김가람. 쏘스뮤직 제공르세라핌 전 멤버 김가람. 쏘스뮤직 제공쏘스뮤직이 하이브 산하 레이블이 된 후 처음으로 내놓은 자체 제작 걸그룹 르세라핌(LE SSERAFIM). 방탄소년단(BTS)이라는 걸출한 그룹을 보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자 특색 있는 아티스트를 길러낸 여러 레이블을 흡수한 하이브(르세라핌은 쏘스뮤직 소속)가 자신들의 시스템 안에서 만든 최초의 여성 아이돌 그룹이라는 점이 주목의 이유였다. 방탄소년단을 탄생시킨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데뷔 앨범 총괄 프로듀싱을 맡은 점도 화제를 더했다.

    올해 4월 6일 사쿠라에 이어 두 번째 멤버로 데뷔 티저가 공개된 김가람은 2005년생으로 팀에서 두 번째로 어린 멤버였다. 사쿠라, 김채원 등 과거 아이즈원으로 연예 활동을 해 본 경험이 있거나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48'에 나온 허윤진 등과 달리, 비공개 연습생이다가 데뷔를 코앞에 두고 세상에 나온 케이스였다.

    하이브가 줄곧 강조한 '하이브 1호 걸그룹'의 '새로운 얼굴'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쏟아졌으나, 데뷔 티저가 공개된 당일, '데뷔 전 과거'로 도마 위에 올랐다. 외설적인 사진과 문구가 그려진 칠판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 성관계를 의미하는 손동작을 하거나 저속한 표현을 동원한 소셜미디어 글 등 '과거'가 끌어올려져 금세 논란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폭로 글도 나왔다.

    이미 2년 전 연예계를 뒤흔들었던 '학폭' 문제는 의혹만 불거져도 이미지에 큰 타격이 갈 만큼 치명적인 사안이다. 이를 의식한 듯 소속사는 발 빠르게 공식입장을 내어 '허위사실'이라고 공표했다.

    △김가람이 중학교 입학 후 초반에 친구들을 사귀던 시기에 발생한 문제들을 교묘히 편집하여 해당 멤버를 악의적으로 음해한 사안이며 △김가람은 중학교 재학 시 악의적 소문과 사이버불링 등 학교폭력 피해자였던 것이 제3자 진술을 통해 확인되었고 △김가람이 타 소속사 연습생이었다거나, 당사의 내부 문건이 유출되었다는 등 전혀 사실이 아닌 내용이 함께 유포됐다고 해명했다.

    표현의 강도도 셌다. "데뷔를 앞둔 아티스트를 음해하려는 악의적 의도가 다분하다고 본다"라며 왜곡된 주장이나 허위사실 유포를 할 경우 소속사가 "어떠한 합의나 선처 없이" 법적 조처를 한다는 입장이었다. 데뷔 쇼케이스 당시 김가람 과거 논란 언급이 나오자, 리더 김채원이 대신 마이크를 잡고 "추후에 정확히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사실상 질문을 차단해 답변을 피했다.

    올해 5월 2일 첫 번째 미니앨범 '피어리스'로 데뷔한 르세라핌. 뒷줄 가운데 초록 옷이 김가람. 쏘스뮤직 제공올해 5월 2일 첫 번째 미니앨범 '피어리스'로 데뷔한 르세라핌. 뒷줄 가운데 초록 옷이 김가람. 쏘스뮤직 제공처음 김가람을 향한 의혹이 나왔을 때부터 하이브는 일관된 태도를 취했다. 제기된 의혹은 사실이 아니고, 그렇기에 '법적 절차' 등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는 게 핵심이다. 김가람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에서 가해 학생으로 기재된 문서가 공개됐을 때도, 하이브의 기조는 같았다.

    지난 5월 중순 피해자 A씨가 법률 대리인을 통해 직접 본인이 겪은 피해를 공론화하면서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김가람의 학폭 의혹 글이나 댓글을 쓰지 않았는데, 본인이 표적이 되어 숱한 2차 가해에 시달렸다는 A씨는, '김가람이 오히려 학폭 피해자였다'라고 한 하이브의 입장 표명이 2차 가해에 힘을 실었다고 주장했다. '하이브의 진정한 사과'가 A씨의 주된 요구에 포함된 이유다.

    이때 김가람이 과거 학폭위에서 1~9호 처분 중 수위 높은 징계에 해당하는 5호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특별 교육이수 또는 심리치료'를 받았다는 사실, 이 사안과 관련한 2차 가해로 A씨가 극도의 불안을 느끼며 극단적 시도를 했다는 점 등이 공개되며 다시 한번 여론이 돌아서는 계기가 됐다.

    김가람을 향한 여론이 더 나빠지자, 하이브는 김가람의 학폭 가해자 의혹을 부인하는 것을 넘어 이를 공론화한 A씨를 공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김가람과 피해자 사이에서 일어난 일에서, 김가람이 일방적 가해자는 아니었고 A씨 역시 잘못한 것이 있었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A씨가 김가람의 친구인 B가 탈의 중 속옷만 입은 사진을 촬영한 후 또 다른 친구 C의 소셜미디어에 무단 업로드해 김가람과 친구 무리가 항의하고 이 과정에서 욕설이 있었다는 내용이다. "학폭위상 표면적인 가해 학생, 피해 학생 구분과는 별개로 본인이 저지른 큰 잘못이 있음에도 학폭위를 요구하며 피해를 주장한 A씨의 행위를 문제로 인식한 동급생들이 다수 존재하고, 이를 증언해줄 수 있는 제삼자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이브는 "(불법촬영) 피해를 입은 친구를 위해 대신 나서며 벌어진 말다툼 상황이었지만, 욕설을 하고 상대가 위협을 느낄 수 있게 행동한 점에 대해 본인(김가람)도 잘못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강제전학 △화분으로 친구 머리를 때렸다, 벽돌로 동급생 머리를 깼다 △경찰차를 타고 학교 가기, 패싸움, 다른 학생 폭행 △음주 및 흡연 △타 아티스트 험담 △타 소속사 연습생 계약 및 데뷔조 퇴출 등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르세라핌은 김가람이 탈퇴해 앞으로 5인 체제로 활동하게 된다. 르세라핌 공식 트위터르세라핌은 김가람이 탈퇴해 앞으로 5인 체제로 활동하게 된다. 르세라핌 공식 트위터김가람을 두고 "중학교 1학년 때의 학폭위 처분 이후 사이버 불링 등 학교 폭력으로 상처를 받은 피해자"라고 밝힌 하이브는 "다친 마음을 치유하는 데 집중"하겠다며 그의 일시 활동 중단을 지난 5월 20일 알렸다.

    2021년 상반기부터 속출한 연예계 학폭 논란은 대중에 충격과 피로감을 동시에 안겼다. 타인에게 잘못을 저지르고 피해를 끼친 인물이 누군가의 사랑과 지지를 바탕으로 활동하는 직업을 갖는 것은 모순이며 부당한 일이라는 비판적 관점도 형성되었다. 평판 추락과 직결되는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을 모를 리 없었으나, 하이브의 대응은 자주 의아함을 자아냈다.

    정식 데뷔 전 의혹이 제기됐기에 철저한 사실 확인을 위해 일정을 미루거나, 김가람을 빼고 5인조로 재편하는 방법이 있었지만 데뷔를 강행했다. 학폭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가해자로 지목된 김가람 역시 '피해자'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례적으로 긴 공식입장을 통해 A씨도 잘못이 있다며 '흠집 내기'를 시도하기도 했다. 일부 팬들은 이 같은 '소속사 공식입장'을 근거로 김가람을 옹호하고 A씨를 비난하는 2차 가해를 계속했다.

    A씨가 '2차 가해 중단'을 호소하며 '진정한 사과'를 요구한 것이 무색하게도, 하이브에게서 피해자를 향한 존중은 끝까지 찾아보기 어려웠다. 김가람의 르세라핌 탈퇴와 계약해지를 알린 공식입장에서조차, "팬 여러분을 비롯한 많은 분들께 불편을 끼친 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만 했을 뿐 피해자가 겪었을 고통을 헤아리려는 시도나 실질적인 사과는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김가람 활동 중단을 발표한 지 꼭 두 달 만인 20일, 하이브는 그간 유지해온 '김가람 옹호 기조'를 깨고 그의 탈퇴와 전속계약 해지 소식을 전했다. '임시'였던 사쿠라, 김채원, 허윤진, 카즈하, 홍은채 5인 체제는 굳어졌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비판이 나온 하이브의 대응은, 결국 대중을 설득하고 공감을 얻는 데 실패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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