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해양조사원 제공일본이 결국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쏟아버리기로 최종 결정했다. 태평양 해류를 타고 우리 바다까지 다다를 방사성 물질은 우리 국민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22일 일본이 1km 해저터널을 통한 방류 방식의 오염수 폐기 계획을 확정하자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이게 국제해양법 위반이라는 비판 뿐 아니라, 한국 어업에 치명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경고를 내놨다.
지금도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히는 생선에서 방사성 물질 세슘이 대량 검출되고 있는데, 오염수가 바다에 본격적으로 퍼지면 해류와 먹이사슬을 통해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옮겨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후쿠시마 앞바다에 있던 바닷물은 수백일 만에 제주도까지 들이닥치는 것으로 연구됐다. 중국 칭화대 연구팀의 지난해말 발표로는 후쿠시마에서 방류된 오염수가 280일 뒤 남해안에 도달한다. 320일 지나면 동해로, 1년 뒤에는 서해로 퍼진다.
또 독일 킬대학 헬름홀프 해양연구소가 후쿠시마 원전사고 1년 뒤인 2012년 발표한 시뮬레이션으로는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 후 200일이 지나면 제주 해안에 밀려든다.
태평양을 크게 한바퀴 돌아 우리나라에 돌아오는 4~5년짜리 큰 해류가 아니라, 단기간에 연안 흐름으로 우리 바다가 타격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후쿠시마 제1원전 전경. 연합뉴스일본은 오염수가 다핵종제거설비(ALPS)에서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하 농도로 처리돼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당장 주요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트리튬)는 ALPS로 걸러지지 않아, 대량의 바닷물로 희석해 허용기준의 40분의 1 미만 농도로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다른 방사성 물질도 기준치 이하 저농도로 방류한다지만, 결국 어떤 물질이든 시간차가 있을 뿐 폐기될 총량은 그대로다. 근본적으로 희석 배출이라는 게 '완전한 제거'일 수 없다는 점도 지적된다. 반감기가 1570만년인 요오드129는 소량이라도 1억년 이상 태평양을 떠돌게 된다.
일본이 바다에 버릴 방사성 물질은 먹이사슬을 통해 농축된 뒤, 세계 최다 해산물 소비국인 우리 어민들의 상품과 국민들의 식탁을 위협하게 된다. 지난해 유럽위원회 공동연구센터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1인당 연간 해산물 소비량이 58.4kg로 세계 1위였다.
물고기 등 해양 생물은 각종 방사성 물질을 소화하지 못하고 체내에 쌓는다. 플랑크톤 체내의 방사성 물질이 플랑크톤을 잡아먹은 작은 물고기 체내로, 다시 물고기를 잡아먹은 큰 물고기 체내로 생물농축이 진행된다.
2003년 노르웨이 해양연구소는 각 동물종 kg당 플랑크톤 0.06베크렐, 중간 포식자인 고등어 0.24베크렐, 상위 포식자 돌고래 0.68베크렐 등으로 세슘137의 농도를 확인했다. 먹이사슬 과정에서 10배 농축이 이뤄진 것이다.
최상층 포식자인 사람에게도 생물농축이 당연하다. 이렇게 인체에 흡수될 방사성 물질은 내부 피폭을 유발해 각종 암을 비롯한 질병을 만들어낸다. 대표적으로 요오드129는 갑상선에 침착하는데, 일본 후쿠시마 일대 초등학생들에게서 감상선암이 빈발한 적이 있다.
정부는 '식탁 안전보장' 대책으로 연근해 방사능 감시 확대, 수산물의 유통이력·원산지 표지 강화, 일본 정부에 안전성 검토를 위한 정보제공 요청 등을 내놨다. 사실상 피동적인 조치들 뿐이라,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막기 위해서는 168개국이 비준한 유엔해양법협약을 활용해 일본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며 국제해양법재판소 잠정조치 청구와 정식 제소를 정부에 촉구했다.
그린피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