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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분리 본격화, '시대 흐름'이라지만…우려도

경제정책

    금산분리 본격화, '시대 흐름'이라지만…우려도

    빅블러 현상 급속히 진행되며 새로운 규제 체계 모색 필요성 커져
    금융→비금융업 진출 앞으로 더 활발해질 듯
    전문가들, "형평성 차원에서 핀테크 업체들의 역할부터 따져봐야"
    "편익 증대 대비 권익이 침해받지 않는지도 살펴야"

    발언하는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발언하는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금융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어떠한 고정관념에도 권위를 부여하지 않고 근본부터 의심해 금융규제의 새로운 판을 짜겠습니다(김주현 금융위원장)"

    금융당국이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공식화했다. 금융위는 지난 19일 '제1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금융당국은 '디지털화, 빅블러(Big blur·산업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 시대에 대응한 금융 규제혁신 추진 방향'을 통해 4대 분야, 9개 주요 과제, 36개 추진 과제를 검토·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금융위는 은행의 비금융회사 지분 인수 제한 규정을 완화하고 부수 업무 범위를 확대하는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들었다.

    금산분리란 은행 등 금융 자본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는 산업 자본이 서로의 업종을 소유하거나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는 원칙이다. 이 원칙에 따라 기업이 은행의 주식을 일정 한도 이상 보유하거나, 은행 등 금융회사가 기업의 주식을 일정 한도 이상 보유하는 것이 금지된다. 현재 금융지주는 비금융회사 주식을 5% 이상 보유가 불가능하다. 또 은행과 보험사들은 원칙적으로 다른 회사 지분에 15% 이상 출자를 할 수 없다.

    빅블러 현상이 급속히 진행되는 가운데 아날로그 시대에 만들어진 기존 금융규제들이 디지털 현실에 적합하게 기능하지 못하고 있어, 현실에 맞게 새로운 규제체계를 모색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은행권은 일단 환영···'비금융 서비스 성장' 계기될까

    KB국민은행 리브엠 로고. KB국민은행 제공KB국민은행 리브엠 로고. KB국민은행 제공
    그간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비금융 사업을 직접 하기 어려운 은행은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하거나 관련 업체와 제휴를 맺는 방식으로 시장에 진출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것이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Liiv M)'이나 신한은행의 배달앱 '땡겨요'다.

    국민은행은 리브엠을 론칭하면서 간편하고 저렴하게 금융과 통신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심칩에 개인정보를 저장해 KB국민은행 앱으로 금융거래할 때 공인인증서를 발급하고 본인확인 절차도 간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한은행도 2020년 12월 음식 주문 및 중개 플랫폼 사업을 하면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규제 특례를 받았고, 이를 통해 음식 주문·중개 플랫폼 '땡겨요'를 론칭했다.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은행들이 비금융 분야에 진출하는 이같은 상황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시중은행과 보험사 등 전통 금융사들 사이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통해 비교적 금융업 진출이 자유로운 네이버나 카카오 등 빅테크에 비해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는데 제약이 많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주장해왔다.

    은행들은 업무 범위 확대와 업종 제한 없이 자기자본 1% 이내 투자를 허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이야기에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빅테크 업체들은 사실상 금융업을 자유롭게 진출해서 은행의 영역을 하고 있는데, 은행은 그렇지 못했다. 이제 은행이 산업에 진출하게 되면 '기울어진 운동장'이 평평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금산분리 규제 완화 흐름…'방향'이 중요

    연합뉴스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시대 흐름에 따라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규제 완화의 방향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최미수 서울디지털대학교 금융소비자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기존 규제와 시장환경의 변화 간 간극이 있으니 해소할 필요가 있다"면서 "빅테크나 인터넷은행 설립처럼 은행과 비은행 간 융합이 이미 이뤄지고 있는데 이를 큰 틀에서 제도화 시킨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당초 금융규제를 하게 된 이유는 금융사의 경영건전성 확보와 금융소비자 보호였다. 규제 취지에 맞는 이 두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금융이 비금융으로 진출하면서 금융회사의 경영건전성과 리스크 관리에 부작용이 없을지 잘 검토해야 한다. 또 소비자 편익이 증가하는 반면 권익 보호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지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형평성' 차원에서의 우려도 나온다. 현재 금융위는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 확대에 대해서는 크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인데, 이번 금융업의 비금융 진출 허용이 사업자본의 금융업 진출 논란까지 확대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나오는 금산분리 규제 완화는 당초 핀테크 업체들에 대한 시중은행의 불만이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면 중금리 시장을 타겟으로 업계의 메기가 되겠다고 한 업체들이 기존 은행의 영역을 하다보니 충돌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선 핀테크 업체들이 본래 취지대로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안 그러면 산업자본들도 '형평성'을 들고 나오면서 규제를 풀어달라고 할 것이다.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우는 아이 떡 하나 주는' 식으로 비춰지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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