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당진항 내항 동부두 항만배후부지의 항만구역과 비항만구역 구분. 박철웅PD ▶ 글 싣는 순서 |
① '나라 땅도 내 땅'…항만배후부지 손에 넣은 재벌가 ② '350억 쓰고 1억5천만원 돌려받아'…민간에 다 퍼준 항만 개발 ③ '평택항 특혜'의 핵심 키워드…규제 뚫은 '부대사업' ④ '과실? 묵인?' 알짜 배후부지 '개인소유권' 내준 평택시 ⑤ 주차장·공터…평택항 배후부지엔 항만이 없다? ⑥ '투기세력 먹잇감' 된 평택항 배후부지…'비밀계약' 파문 ⑦ 평택항 배후부지 비밀계약서에 등장한 '현대家 정일선' ⑧ '일부러 손해?' 평택항 배후부지, 수상한 '소유권 바꿔치기' ⑨ 평택항서 수익률 900% 올린 '사모님들'…해피아 연루 의혹 ⑩ 항만 활성화 어디로? 은행 '임대업'으로 전락한 평택항 ⑪ '민자부지는 항만구역 제외'…평택항 투기 관리 안한 해수부 (계속) |
정부가 10여년 전 민간개발사업으로 추진한 '평택·당진항 동부두 배후부지 분양사업'이 일부 기업인과 그 가족 등의 부동산 투기 수단으로 악용된 원인에는 정부의 구조적인 무관심이 큰 몫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역항의 항만배후부지는 국민경제와 공공의 이해에 밀접한 관계가 깊어 항만구역으로 지정해 정부가 직접 관리해야 하지만 민간자본이 투자한 항만의 분양부지는 제외하면서 '관리 사각지대'로 방치했다.
29일 CBS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해양수산부는 무역항의 배후부지를 항만구역으로 지정해 직접 관리하지만 민간자본을 투입해 만든 항만의 배후부지는 항만구역에서 제외했다.
해수부는 항만법 제3조에 따라 항만을 무역항과 연안항으로 구분하고, 무역항은 중요성에 따라 국가관리무역항과 지방관리무역항으로 구분해 관리한다.
국가관리무역항은 국내외 육상·해상운송망의 거점으로서 광역권의 배후화물을 처리하거나 주요 기간산업 지원 등으로 국가의 이해에 중대한 관계를 가지는 항만으로 국가안보 또는 영해관리에 중요하거나 기상악화 등 유사시 선박의 대피를 주목적으로 하는 곳이다. 즉 국가 기간산업과 밀접하고 국가안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을 의미한다.
최근 부동산 투기 의혹이 일고 있는 평택·당진항 내항 동부두 배후부지는 국가관리무역항에 속하고, 지리적으로 1종 항만배후단지로 분류돼야 한다. 1종 항만배후단지는 무역항의 항만구역에 지원시설과 항만친수시설을 집단적으로 설치·육성해 항만의 부가가치와 항만 관련 산업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곳이다.
그러나 정부는 평택·당진항 내항 동부두 배후부지 등 민간자본을 투입해 만든 항만의 배후부지는 항만구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항만법을 적용해 만든 항만은 아니라는 이유였다. 지리적으로나 기능적으로는 항만이지만, 항만법을 적용해 만든 항만은 아니기 때문에 자신들의 담당 구역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해수부는 2003년 평택·당진항을 짓기로 정하면서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이하 민투법)'을 근거로 삼았다. 당시 항만법에는 민간자본을 들여 항만을 만들 수 있다는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괴리가 발생하면서 실제 항만 배후단지임에도 불구하고 해수부의 관리를 받지 않는 배후부지들이 발생했다.
해수부는 이같은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배후부지를 민간에 분양할 때 분양조건으로 '항만 관련 산업부지로의 개발이 예정돼 있어 추후 용도지역 등을 포함한 인허가 사항에 문제가 발생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조건을 내걸도록 했지만 이 문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후 사후관리라고 할 수 있는 항만구역 지정에도 민투법 적용 항만부지를 제외하면서 이 땅은 사실상 아무런 법적 제약을 받지 않는 곳으로 방치됐다. 십수년간 법적 사각지대를 방치하면서 국가안보와 기간사업 육성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항만이 부동산 투기장으로 전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결국 이같은 방치에 평택·당진항은 대기업과 특정 기업 임원의 가족들의 부동산 투기장으로 변했다. 형식상 분양조건에 맞는 기업들이 낙찰은 받았지만 이후 양도·양수와 매각, 지분쪼개기 등을 통해 해당 부지들을 넘겨 받은 대기업 가족과 특정 기업의 가족들은 이 땅을 부동산 임대사업장으로 악용하거나 최소 3배 이상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평택·당진항뿐만 아니라 항만구역에서 제외된 전국의 민투법 적용 항만부지의 실태를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평택당진항 사업 관할청인 해양수산부는 당시 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허점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민간투자에만 집중하다 보니 항만법 등이 배제됐다는 것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민간사업 특성상 (기업들의) 사업비 회수를 목적으로 하다 보니, 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적정성만 검토했던 것 같다"며 "당시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규제 수단이 있는지 확인해봤지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항만법으로 사업을 진행했다면 국고 환수 금액도 훨씬 많았을 것이고, 분양 이후에도 제재가 가능했을 텐데 아쉬운 대목"이라고 덧붙였다.